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저는 이 시가 스메라기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밉대요.
그리고 제가 뭘 끄적거린다는 뜻은 업무폭주중이란 뜻입니다. 예, 현실도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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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바닥이 보이는 걸 좋아한다. 병이 투명해서 예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빈 술병을 보려면 마셔야 한다. 마시다 보니 어느 새 투명한 유리병에 든 것이건 우주에서 쓰는 특수용기에 든 것이건 알코올이 들어간 액체는 모두 좋아하게 되었다. 왜 이런 걸 입에 달고 사냐는 알렐루야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가 알렐루야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요약하자면 그런 이야기였다.
-에이 뭐에요 스메라기 씨.
알렐루야가 술병을 잡고 키득키득 웃었다. 술병 하나를 사이에 놓고 앉아서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잔을 비운 결과 병은 반 정도 비어있었다. 겉보기에 물만 마신 것 같은 알렐루야는 술이 들어가자 말이 많아져서 스메라기를 붙잡고 왜 술꾼이 되었냐는 시덥잖은 질문을 하며 늘어지고 있었고 겉보기에 분명 술을 마신 티가 나는 스메라기는 의외로 멀쩡하게 앉아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뭐가 웃기니, 이야기하래서 이야기한 건데.
부루퉁한 어조로 대답을 하자 알렐루야가 손을 내저으며 사과했다.
-에에이 시비 거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해가 안 가서 그래요.
-뭐가 이해가 안 가?
-이야기 내용이요. 그러면 왜 술병 바닥이 비는 걸 좋아해요?
-글쎄? 마시면 머리가 멍해져서?
알렐루야가 키들키들 웃었다.
-술꾼들은 다 이상해요. 말은 많은데 제대로 이야기를 해 주는 법이 없다니까요.
스메라기는 알렐루야를 흥미있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거 재밌는 가설이네. 전술예보사가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 주면 누가 제대로 해 준다는 거야?
-하지만 스메라기 씨, 이건 전술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스메라기는 술이 담긴 용기에 입을 댔다.술잔이 말라가니 입 안도 바삭바삭 마르는 것 같다. 갈색 액체가 입안을 적시자 불이 붙는 것 같다. 마셔도 갈증이 가라앉지 않는 액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신기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더 괴롭히는 기억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철이 안 드는 자신도 있는데 마셔도 갈증이 나는 액체 정도야 흔하지.
-그럼 나도 술꾼이야?
장난기 섞인 질문에 진지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알렐루야가 대답했다.
-어, 근데 스메라기 씨는 다시 생각해 보니까 술꾼 아닌 거 같은데요.
-왜?
-술꾼들은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아!
알겠다, 하면서 알렐루야가 말을 이었다.
-술을 마셔요.
풉, 스메라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술꾼들이 소다수라도 마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요. 술을 마실 거리로 여기는 거예요. 알콜중독이니 뭐니 하는 부작용도 그래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마시고 싶어하니까. 그런데 스메라기 씨는 술을 마시지 않아요.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소리를 크루들 사이에서 듣고 사는 알렐루야이지만 감각 하나는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다. 그 알렐루야가 스메라기를 정면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술에 취한 눈이나마 표정은 진지했다.
-스메라기 씨는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게 아니에요. 술 말고 더 중독성 강하고 뒤끝 없는 게 없으니까 그렇지.
-......
-더 한 게 있으면 할 거잖아요.
-그만해, 알렐루야.
엄한 말투로 알렐루야의 말을 제지하자 알렐루야가 미안해요, 하고 사과했으나 스메라기의 얼굴을 쳐다보는 눈만은 다른 데로 돌리지 않았다.
-그러게 그냥 안 마시면 될텐데. 그 간단한 걸 왜 모르는 거예요.
스메라기는 알렐루야의 눈을 외면했다. 아니, 너는 알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동족을 학살한 날 왜 굳이 나에게 와서 술을 청했니. 넌 나랑 같은 걸 봤잖아. 말이 스메라기의 혀끝까지 올라왔으나 그녀는 억지로 말을 삼키고 목이 메어 물 대신 술을 마셨다. 두 겹 유리 사이 빈 공간에 이지러진 상이 맺혔다. 스메라기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되고 싶어 하던 나는 분명히 아니다, 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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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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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 Wenn Ich tanzen will / Elisabeth

다시 눈을 뜨자 익숙한 장소였다. 콕핏 안이었다. 하지만 전과는 구조가 조금 다른 것도 같았다. 알렐루야와 뇌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리오스. 새 건담 안이었다.
-이거 괜찮네. 4년동안 놀고 먹지는 않은 모양인데, 공돌이들.
새 기기를 휙 둘러보고 할렐루야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 괜찮은 무기를 흡족하게 다루지 않는 알렐루야를 생각하니 더더욱 즐거웠다. 너는 내가 없으면 초인병도 아니지, 건담도 제대로 못 모는 찌질이 알렐루야를 대신해서 능력을 보여주겠어. 전보다 규모면에서나 무기의 개량도 면에서나 여러모로 많이 달라진 적들이 눈 앞에 떠 있는 걸 보니 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다 죽었어.
-슬슬 몸 좀 풀어볼까.
조종간에 손가락을 올리고 급발진을 하려는 순간 GN 아처에서 앙칼진 고함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냐 살인마.
인혁련에 있던 망할 계집의 목소리였다.
-뭐냐 , 너 그 웃기는 년 아냐. 뭐 하냐.......알렐루야 이 멍청한 자식 쓸 데 없는 짓을!
-내가 할 말이다!
자기가 없는 동안 이 멍청한 놈은 그렇게 찾던 마리를 찾아다가 셀레스티얼 빙으로 덜렁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살림을 차리려면 아예 도망을 가란 말이다, 이 덜떨어진 새끼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알렐루야는 소마를 부정하고 마리를 긍정하는 멍청한 짓을 한 것을 알고 할렐루야는 혀를 찼다. 너 내가 뭔지 정확히 알고는 있냐? 그나저나 이 둘은 서로 한 쪽 인격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제어를 할 수 있다고 믿은 모양이었다. 웃기지도 않네. 아마 저기에 있는 싸우는 데 미친 계집애도 같은 생각이겠지. 나나 저년을 볼 수 있다는 거, 혹은 그 둘이 마주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한 놈이 하는 생각이 뭐 그렇고 그렇겠지만.
-그 놈 멍청한 짓을 했군. 아주 드라마를 찍네. 이 연놈들을 쌍으로 묶어서 뭘 어쩌겠단 거야.
그것도 전장에서, 손에 무기를 쥐고 말이지. 하지만 불행히도 이 기체로 그 쪽을 공격하기는 힘든 모양이고 분위기를 보니 그 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게 매우 애석한 모양이었다. 저 쪽 멀리 어로우즈라나 자신들만큼이나 어이없는 조직에서 대량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멀리 파란색 건담도 녹색 건담도 다 있다. 그 놈들이군. 파란색 건담이 빨갛게 빛나고 있었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휙휙 움직이고 있었다. 트란잠인가. 그래서 잠시 내가 나올 수 있었구만.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 한 즐겨보자고 중얼거리며 적을 베려 튀어나가는 동안 머릿속으로 고함소리가 계속 들렸다.
-E-57! 얌전히 있어. 팀워크나 단결 같은 건 모르는 덜떨어진 불완전체. 저기 너희 편도 있잖아.
할렐루야는 코웃음을 쳤다.
-얼씨구 이년 말하는 꼬라지 좀 보게. 야 이년아, 이거 내 기체다. 보조기체에 탔으면 입 다물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전장이 좋은 거냐.
비웃음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네 본체는 네가 나타날 것도 모른 모양이군. 그래서 마리......나를 여기 데려온 거고. 그 멍청한 뇌로 뭘 판단하겠단 거냐. 여긴 전장이야. 흥분해서 날뛰는 어린애 같은 짓을 하지 마라.
할렐루야가 비웃음을 돌려주었다.
-자기도 싸우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웃기고 있네. 닥쳐. 돕기나 해. 이 상황에서 그것말고 네가 뭘 할 수 있냐?
-이래서 난 네가 싫다.
 할렐루야의 움직임을 제어하려고 한들 보조기체는 보조기체일 뿐이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소마가 으르렁댔다. 으르렁거려봐야 간지럽지도 아프지도 않아요, 어설프긴.
-싫어봤자 뭘 할 건데. 이 쪽 동력이라도 끊어 보시지? 아니면 날 죽이러 오던가. 왜, 안 되겠냐?
-싸구려 도발밖에 할 줄 모르냐.
소마 필리스가 뛰쳐나가고 싶은 자신을 억제라도 하듯 억눌린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기회만 닿으면 네놈은 내가 죽인다. 마리를 위해서라도 넌 없어지는 게 좋아.
-마리, 라.
할렐루야는 피식피식 웃었다.
-나도 너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지. 그 때 죽여버렸어야 하는데 참 아깝단 말이야.
멍청한 놈. 내가 너듯 저게 너의 마리다. 성모님이 아냐. 우리는 기회만 닿으면 서로의 목을 물고 숨통을 끊고 명줄을 끊어버릴 투견같은 거지. 여기에 성모가 어디있고 구원이 어디있냐, 바보 같이 상냥한 알렐루야, 이 도움 안 되는 종자야.
-너는 그냥 네 생존에 도움이 안 되는 내가 싫은 거겠지. 맞나?
뇌내 통신은 좋다. 음성으로 어감을 전달할 수 있둣 뇌양자파로 말을 걸면 마음의 느낌도 고스란히 옮겨준다. 마리라고 했나 소마라고 했나, 이를 빠드득 갈아대는 소리가 머리속에 울렸다. 저것도 지금 나처럼 한탄하며 이를 갈아대고 있갰지. 야, 알렐루야. 너 도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긴 아냐?
알렐루야는 그 자신에게 독이 될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다. 알려줄 길도 없고, 당분간은 알지 않는 것이 좋겠지. 나중에 실컷 후회해 보라고. 할렐루야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비웃고 싶었다.
-쳇, 너 때문에 좋은 게 하나도 없잖아. 이제 한계야. 잘 가라 계집.
머릿속에 울리는 여러가지 욕설은 무시하고 할렐루야는 빗발치는 전격을 피해 방어선에 섰다. 트란잠은 한계시간이 있다. 눈을 뜬 알렐루야는 분명 위화감에 당황하겠지. 이 정도는 도와주는 게 도리 아니겠냐. 그럼 친하게 지내고들 있으라고. 언젠가 나와서 박살내 주고 말테니까. 눈을 감았다 뜨면 아마 또 다른 어딘가에서 저 여자와 마주쳐 싸우고 있겠지, 할렐루야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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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님 : 오오 감사합니다. 언제나 피드백이 빠르셔요. 좀 부족하다 싶어서 5분씩 시간 쪼개서 고치고 있어요.
저 할렐루야와 소마 커플 좋다고 생각해요. 둘이 치고 받는 것도 좋고 어쩔 수 없이 서로 못 밟아주고 이 가는 것도 좋고 아예 작정하고 서로 밟는 것도 참 좋아요. 저 곡 치곤 쟤들 참 에로도 떨어지는 커플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긴장관계는 충분하니까요. 저 둘이 좀 더 잘 치고 받는 걸 쓰고 싶네요.

백야 님 : 사람이 넷이고 동성끼리 이어질 가능성 배제하면 커플링도 넷입니다. 와하하, 착각하신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서로 가진 감정이 애정은 아닌데 관심은 차고 넘치죠. 내 반신이 사랑하는 존재의 반신인 셈이잖아요. 이런 관계도 재밌지 않나요. 저도 그래서 이 둘 관계를 참 좋아해요. 본편에서 이 둘 화끈하게 충돌하는 거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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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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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나가 전장에서 플래쉬백을 일으킨-전장에서 수행한 첫번째 미션이겠죠 아마도- 그 날 밤입니다.
수위가 높진 않지만 일단 둘이 만리장성은 쌓은 다음인고로  가립니다.
(바로 밑 글에서 더블오가 위대하다고 한 게 이거예요; 제가 자발적으로 쓴 최초의 에로는 더블오입니다. 역사적이군요; 비록 에로하진 않지만;)


세츠나->록온입니다. 건담님은 우물쭈물하지 않고 생각나면 밀어붙이십니다.
록온은 엄마 포지션이었습니다;; 남자애의 첫경험이니까 엄마가 되어주는 것도 뭐;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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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옷에 떨어지면 귀찮다고 목에 둘러준 큰 수건에 머리카락이 잘게 잘게 잘려 떨어진다. 꼭 파도를 닮았다. 하얀 거품이 밀려들듯 천 위에 머리카락이 사락 모여들었다가 세츠나가 무릎을 움직여 수건을 털어내자 와락 흩어진다.
저렇게 많은 물이 뭍으로 왔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가 무사히 가는 것 만큼이나 신비로운데, 거기다 매일매일 색도 미묘하게 달랐다. 바다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이 섬이 앞으로 지상에서 무력개입을 할 때 보급기지로 쓰인다고 했을 때 조금 설레었던 것을 룸메이트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굳이 이 해변에서 잠시, 식사를 할 때라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보고 싱긋 웃었던 것이다.
-가만히 있어야 근사한 머리가 나와.
큰 손이 자신의 정수리를 한 손으로 살짝 잡아 머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뒷목 근처에서 가위가 움직였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되니까 졸면 안 돼.
-안 졸아.
아이취급하는 말투에 발끈해서 대답은 했지만 가슴께에 걸쳐진 수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잠이 왔다. 안 자려고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니 멀리서 티에리아가 칼을 쥐고 뭔가를 썰고 있었고 그 옆에서 알렐루야가 안절부절 못하면서 티에리아에게 뭐라고 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맛이 있을지 없을지가 궁금해졌고,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데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목 뒤의 매듭이 사락 풀렸다.
-다 됐다. 혹시 이상하면 애프터서비스 해 줄테니까.
-괜찮다.
굳이 거울은 보지 않았다. 안 봐도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갔으니까. 언제나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잘라주었다. 자신의 등 뒤에 가위를 들고 설 수 있는 자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는 자도 한 사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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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했는데 어머니 저 보시자마자 호빗이다! 라고 외치셨습니다. 컬이 굵어서 그런가 글쎄 제 머리가 프로도 같대요. 오해 마시길. 어깨를 약간 넘는 길입니다.
아 그래, 저번에 머리 볶았을 땐 처키라고 하셨죠......저 사람이에요, 사람. 이종족 아니고!

아무튼 오늘 머리를 자르다 생각이 났습니다.
마감이 쓰러지지 않아서 현실도피 차원에서 뭐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살다가 제 입에서 마감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소리 나온 거 처음입니다 OTL)대략 귤 서른 개 남짓 분량의 귤껍질을 썰어말리는 작업까지 자청해서 했습니다. 만일 귤피차가 맛있으면 좀 싸 가리다.

그리고 이건 덤.


  • 유튜브에서 주운 더블오 매드무비입니다. 그러고보니 더블오와 꽤나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이런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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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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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도 더블오로 노멀커플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난생 처음으로 써 보는 15금! (.......아니 이게 15금 맞냐고 힐문하시면 할 말 없는데요.제가 씬을 못 써서(...) 애프터도 잘 못 씁니다. 성적 긴장감 하나 없는 관계라 죄송합니다.)
사실 책 준비해야 되는데 제가 뭐 하는 짓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건 생각날 때 올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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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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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알코올음료를 마시나."
어린 건담마이스터의 질문에 사이좋게 부어라, 마셔라, 한 잔 하고 있던 성인들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니까 세츠나, 술이란 건 말이다, 아무리 금지해도, 못 먹게 해도, 율법으로 금해도 없어지지 않잖아."
이안의 설명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질 말을 예상한 어른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아이가 눈살을 찌푸리자  얼른 랏세가 그 뒤를 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없어지지 않는 게 술이라는 건 알겠지? 그래서 우리 CB에선, 술에 무력개입을 하기로 했다, 이거고."
어른들의 농담섞인 설명에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먹어서 없앤단 말이야. 농담이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의 설명에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이거 농담이 지나쳤나, 어른들이 아이를 주목하고 있자 잠시 생각하던 아이가 강한 어조로 단언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모순이다."
"심한 모순이잖아. 그러니까 농담이지."
 "그런 농담은 하는 게 아니다."
어른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에겐 질이 나쁜 농담이었다.
"세츠나, 거기서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면 반칙이야."
록온이 웃으며 말하자 소년이 대뜸 쏘아붙이듯 대답했다.
"뭐가 반칙이냐, 넌 무력에 의한 무력개입이 모순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겠나."
"그러게 농담이래도."
청년의 말에도 아이는 요지부동, 자신의 의견을 고수했다.
"그건 농담이 될 수 없다. 모순이 아냐. 나는 틀리지 않았어."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듯 당당히 입에 올린 말은 참으로 그다운 것이었다.
"그래."
어른들은 제각각 다른 표정으로 웃었다. 실제로 모순임을 모르지 않는 자는 톨레미 안에 아무도 없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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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털어넣고 전기장판 켜고 배 지지면서 자다가 왜 이런 거 생각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현실도피라고도 부르죠.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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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들자 마자 사람을 죽였다. 손에 묻은 피가 몇 명분인지 몰랐다. 지금도 자신은 피를 묻히며 산다. 그럼에도 죽은 자가 꿈에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장 먼저 죽였던 자, 부모의 얼굴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아, 펜으로 눈코입을 그렸다 빨아서 온통 번진 낡은 헝겊인형마냥 희미했고 그 희미한 얼굴마저 꿈에서 나온 적도 없었다.
꿈없는 잠은 깊은 물처럼 어둡고 컴컴해서 쉬기에 좋았다. 그럼에도 그만은 꿈에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런 밤이면 베개가 늪처럼 축축하니 끈적거렸다. 깨고 나면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슬펐던 날도 있었다.

그가 또 꿈에 나왔다.
-
무어라고 입이 달싹였으나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았다.
-미안하다.
-
말은 바람에 날려서 낙엽처럼 날아갔다.
-네가 아닌 줄은 알아. 하지만 한 번 더 너와 싸우고 싶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
-안다. 다시는 눈에서 놓지 않겠다.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겠어.
그러니 록온, 간곡한 목소리로 부르는 말도 들리지 않는지 그는 손을 흔들었다.

깨고 나서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가 나오는 꿈을 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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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에 손을 댄 건 오펜 말을 빌자면 '나에게 있어 천사와 악마' 되겠습니다.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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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렐루야 구출 소재입니다.
원작, 캐릭터 왜곡이 심하니 그런 거 싫으신 분은 넘어가시고요. 세츠나가 싸나이가 아닙니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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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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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건담마이스터들과 크루들이 모여있던 중 일어났습니다.
-와 세츠나, 많이 컸다.
-그렇지 않다. 키나 몸무게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어.
어려서 잘 먹지 못해 키도 몸무게도 남성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건담 마이스터는 4년만에 만나는 동료의 인사를 무심히 넘겼습니다.
-그래? 달라진 것 같아서 키가 많이 컸나 하고.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은가?
드디어 뭔가 알아챈 모양입니다. 은근한 기대가 담긴 물음에 알렐루야는 세츠나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습니다.
-응,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분위기가. 음, 뭐지.....아!
동료의 손가락이 세츠나의 턱주변을 가리켰습니다. 세츠나는 흐뭇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이거 말인가. 성인남자라면 기르는 거라서 나도 이제 기르려고 한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지 1주일, 요 며칠 적응훈련이네 작전계획이네 바빠서 아무도 자신의 수염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아 솔직히 섭섭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봐주니 얼마나 좋은가요. 세츠나는 이제 수염이 간신히 자리잡은 턱밑을 흡족한 마음으로 쓰다듬었습니다. 멋지게 다듬은 콧수염, 까맣고 풍성한 턱수염이야말로 남자의 미덕. 세츠나는 흐뭇하게 수염이 멋지게 자란 자신의 얼굴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잠깐만, 세츠나.
갑자기 알렐루야의 목소리가 날아와서는 상상속의 자신의 얼굴위에다 무한대의 파문을 그려놓았습니다.
-어, 다 좋은데 콧수염은 안 기르는 게 좋겠다. 많이 듬성듬성하네.
콧수염을 기르지 말라니 이 무슨 망발입니까. 그러고보니 거울을 봐도 코 밑엔 수염자국이 거의 안 보여 참 기분이 나쁘던 참에 아픈 곳을 찌르다니! 세츠나는 코 밑을 슬쩍 만져보았습니다. 듬성듬성 자란 콧수염이 손가락에 까끌까끌했습니다. 수염이 많아지는 중이니까 언젠가는 풍성하게 자랄 거라고 믿고 있는데 저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고보니 참 수염이 듬성듬성 자란다. 음, 원래 콧수염이 별로 없는 체질인가봐?
언젠가는 분명 풍성하게 콧수염이 자랄 거라고 되뇌는 그에게 2연타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어 시간차공격이 진행되었습니다.
-안 기르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수염 듬성듬성 나면 되게 웃기거든.
-.......웃긴다고?
-아니 그, 왜 콩나물 시루.......라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동양에선 콩을 구멍이 뚫린 시루에 넣어 물을 주고 키우는데 그게 시루 밑으로 가는 뿌리가 빠져나오면 꼭 그런 모양이거든.
세츠나는 침묵했습니다.
-넌 수염이 많이 자라지도 않아서 안 기르면 면도할 땐 참 좋겠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해맑은 얼굴로 떠드는 동료의 얼굴이 그날따라 참 얄미워 보였습니다.
-수염이 많이 나면 면도하기 힘들거든? 랏세가 그래서 되게 귀찮아했는데. 그렇죠?
알렐루야는 환히 웃으며 자기 말을 거들어줄 사람을 모집했습니다. 안 돼, 오지 마. 세츠나의 간절한 바람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세상에 신 같은 건 없어요. 건너편에 앉아있던 동료들이 하나둘 가까이 와서 세츠나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매일 면도하는 거 그거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수염은 또 기르기 얼마나 귀찮은데. 넌 좋겠다, 세츠나. 면도하기 편하고 관리하기 편해서. 그거 좋은 거야.
-것 봐, 세츠나. 랏세도 그러잖아. 티에리아 봐라. 얼마나 편하게 보여.
수염과 한 조각 인연도 없게 생긴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깔끔한 얼굴도 건담 마이스터의 품위 문제와 관련이 있다. 잘 관리하는 건 중요하지. 그런데 세츠나 F. 세이에이.
-왜 그러나?
세상에 신이 없는 건 그렇다치고 내 편도 아무도 없나, 아니 이 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수염의 미덕도 모르나, 어이없어 하는 세츠나에게 티에리아마저 강펀치를 날렸습니다.
-역시 기르지 않는 편이 좋겠어. 그 콧수염은 길렀을 때 좋은 모양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어. 게다가 턱수염도 굉장히 범위가 좁다. 알렐루야 합티즘 말이 맞아. 길렀다간 오히려 웃기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저런 걸 뭐라고 부르나, 록온 스트라토스.
형제와 꼭 닮았지만 성격은 딴판인 새 동료는 피식 웃으며 세츠나의 턱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파안대소하며 말했습니다.
-음, 저거? 염소수염이라고. 왜 닮았잖아.
형제와 같은 얼굴로 전혀 딴판으로 반응을 하니 위화감이 두 배에 충격이 두 배입니다. 티에리아가 그의 말을 받아 세츠나의 소중한 수염을 한 마디로 분석해주었습니다.
-그렇군, 정말 염소 턱수염과 비슷하다.

세츠나 F. 세이에이, 21세. 어느 화창한 아침에 우울한 얼굴로 수염에 면도기를 대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수정했습니다.
메신저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얼굴이 가늘고 긴 남자들이 수염도 가늘더라고요. 게다가 저 듬성듬성한 염소수염은 주위에 모델이 하나 있어서 평소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써 봤습니다. 수정 전에 덧글 써 주신 이레 양 백야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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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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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싶으신 분들- 모두모두 레드썬!

에이 그냥 인증하고 치우렵니다. 모 사이트에 올린 걸 손을 봤어요. 역시 사람은 글을 쓰고 퇴고를 해야 합니다. 그냥 두려니까 제가 찝찝해서 견딜 수 있어야 말이죠. 그래도 인증 안 하려고 했는데 보리밭 충격이 너무 커서 말입니다. 거기서 벗어날 겸 손을 보고, 손 보는 김에 그 사이트에 올린 건 지우려고 하다 답글이 달린 걸 보고 뭉클해서 안 지우고 돌아왔음.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습니다. 그 분이 이걸 보실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정말로 고마워요. (보셔도 아마 인증을 꺼리는 풍토 상 덧글 안 다시겠지만 기왕 인증하는 김에 이런 건 표현을 해야죠.)
------------------------------

"살이 텄네?"
엎드린 알렐루야의 허벅지를 베고 뒹굴거리던 록온이 갑자기 툭 내뱉은 말은 앞뒤전후좌우를 다 잘라먹은 말이라 알렐루야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살이 터요?"
"여기 말이야."
록온은 알렐루야의 오금께를 손가락으로 주욱 훑었다. 간지러운지 알렐루야가 쿡쿡 웃자 록온의 머리도 웃음소리를 따라 흔들렸다.
"아, 뭔지 알겠다. 거기 꼭 소금물 말라붙은 자국 난 것 같은 데? 록온 그거 이야기하는 거예요?"
"응, 너 갑자기 키가 확 자랐나보다."
"그렇죠, 어릴 땐 작았으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글쎄, 그냥. 이걸 보니까 너도 아직은 클 나이라는 게 생각이 났나보다.."
"에이, 이제 더 클 키도 없어요."
아직 십대 후반, 덜 자란 남자는 소리내어 웃었다.
"짜샤 그 소리 아니거든......"
록온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쉬며 중얼거렸다. 알렐루야는 웃음을 멈추고 엎드린 채로 몸에 힘을 빼고 팔다리를 길게 뻗었다. 허벅지를 베고 있는 록온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어, 갑자기 많이 큰 건 어떻게 알았어요?"
"키가 그렇게 크면 원래 살이 트거든. 특히 관절 있는 데."
"맞아요. 재 본 적은 없지만 1년에 15cm도 더 컸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갑자기 크면 후유증도 좀 있는데."
"전 좋았어요. 체구가 있으니까 살기도 편하고. 그래도 그 때는 자다가도 가끔 깼어요, 다리가 아파서."
알렐루야가 평온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 때는 아마 요 최근 몇 년간은 아닐 것이다.처음 봤을 때와 키나 체격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으니까. 록온은 무심히 머릿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알렐루야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프니까, 저 자신도 놀랄만큼 금방 키가 자라더라고요. 몸도 탄탄해지고. 그래서......"
말을 하다말고 알렐루야는 말꼬리를 흐렸다. 의무를 기억한 것이려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타인의 과거는 무겁다. 비밀 엄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그들이고, 서로 간의 교류도 깊은 수준은 아니라서 지금껏 남의 과거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었다. 더 이상 선을 넘었다간 서로에게 좋지 않으려니. 록온은 말 대신, 대화가 끊긴 것은 괜찮다는 뜻에서 손을 들어 알렐루야의 등을 쓰다듬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이 살을 쓸자 알렐루야가 등을 움츠린다. 난처한 듯 웃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록온은 생각했다.
"어릴 땐 작았다면서 이 근육은 다 어떻게 붙였냐. 재주도 좋은 놈."
화제를 돌리자 알렐루야가 금방 대답했다.
"예? 뭐 그냥 운동 좀 하고 어릴 때 보다 잘 먹다보니까 생기더라고요."
"너 그 말 세츠나 앞에선 절대 하지 마라."
"예? 안 돼요? 벌써 했는데?"
록온은 알렐루야와 같이 트레이닝을 하는 세츠나를 떠올려 보았다. 어쩐지 열심이더라니. 그 녀석 말은 안 해도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었나보다. 하기야 이 정도 근육을 어느 남자가 안 부러워하겠냐. 에이 별 거 아닌데 왜 그래요, 그게 별 거 아니면 랏세가 운다, 등등 시덥잖은 대화를 하는 동안 땀은 마르고 록온의 손길이 점점 나른해지다, 딱 멎었다. 베고 있던 허벅지에서 머리를 들고, 몸을 일으키고 옷을 주워입는 록온의 등을 알렐루야가 멀거니 쳐다보자, 록온은 장갑을 다시 낀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러 갈게. 내일 훈련 때 보자."
"아, 불편해요? 전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요."
조금 놀란 듯 당황한 듯 반응하는 알렐루야를 향해 록온은 입가에 그린 듯한 미소를 띄웠다.
"아니 그런 건 아냐. 잘 자라."
문이 스르륵 열리고 록온도 조용히 사라졌다. 알렐루야는 아직도 체온이 남아있는 허벅지를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말을 돌리게 만든 이유도 자신의 말을 부드럽게 막아놓고 나간 이유도 짐작 못 할 바는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것을 반신이 모를 리가. 내일 다시 만나면 저 사람은 네 튼살은 기억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반신의 야유가 들렸지만 알렐루야는 반신에게 자신의 등을 쓰다듬던 맨손의 감촉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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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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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연수중이러 컴으로 딴 짓을 많이 하는데(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모처 건담판 보다가 벨파스트 사진 한 장과(올려주신 분, 감사합니다.) 엔딩의 한 장면을 보고 머릿속엔 망상이 몽글몽글 피어올랐으니, 일단 그 놈이 닐 디란디인 건 확실하고(설마 1기 엔딩에 나온 그 놈이 라일이었다, 이런 짓까진 안 할 거 아냐.) 시간 대가 언제냐는 건데......저게 록온의 과거라면 시위 같은 세상을 바꾸는 법에 관심은 많을 것 같은데 그 기사처럼 시위를 주동하는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내 눈에 걔가 리더감은 절대 아니거든. 리더를 가장은 하겠지. 저걸 누가 썼느냐가 문젠데 그래, 어느 애니잡지 보니까 기사로 사람 낚더라 뭐.
다른 애들을 볼 때 1화 직전쯤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럼 그 시위를 주동하는 입장은 아닐 거라는 데 한 표. 테러리스트 주제에 무슨. 어쨌거나 아일랜드 사람이니까 동네 또래청년들 형님들 어울려 있는데 혼자 그냥 지나치기 뭐해서 조금은 이 사람들이 부럽고, 조금은 안 됐고, 조금은 짠한 마음으로, 아아주 조금은 냉소적인 마음으로 현장에서 같이 구호를 외친 게 아닌가, 하는 망상을 하다가 (어쨌건 자기는 거기 끼어들 수 있는 인간이 아니잖나.)그 곳이 록某의 안가가 있는 곳이라는 걸 떠올렸다.

난 설정도 고증도 안 하고 쓰고 고치는 인간이다. 흠흠. 아니 사실은 퇴고도 안 해. 생각나면 써. 생각이 안 나서 그렇지.
---------------------------------------08. 08. 16 조금 수정. 난 왜 이리 허술하냐-----------------

시위 현장에서 목청 높여 구호를 외치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나보다 조금 바깥에, 그렇다고 아주 대열에서 벗어난 건 아닌데 미묘하게 시위대열과 어긋나게 서 있었다. 옆집에 사는 청년이었다. 옆집에 산다고 해 봐야 사실, 무슨 일을 하는지 집은 자주 비우는 것 같다. 집에 불이 켜져 있는 날이 반, 안 켜진 날이 반. 그것도 요 최근엔 불이 꺼져 있는 날이 잦다. 젊은 남자 혼자 사는 것 같다며, 혼자 살면 잘 못 챙겨먹기 십상이니 이웃은 그런 사람에게 관심을 쏟아주는 것이 도리라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신조라 반경 50m 내에 사는 사람들과는 거의 안면을 트고 사귀고 있는데, 이 사람은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 동네에 이사온지 4년은 된 것 같은데 한 번도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었더라.
내 이웃에 사는 젊은 남자는 시위대 옆에서, 살짝 비껴선 자세로 구호를 외치며 다른 사람들처럼 손을 젓고 있었다. 살짝 헐렁한 자세인데 묘하게 딱딱해 보였다. 전에 딱 한 번 대화를 할 때도 그랬다.
뭐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하여간 뭘 부숴뜨려먹어서 드라이버를 찾았는데 십자드라이버가 없어서 이웃에 빌리러 간 적이 있었다. 이웃인데도 어쩐지 긴장이 되어서,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벨을 눌렀다.
-옆집 사람인데요, 아무도 안 계세요?
잠깐, 아주 잠깐 뜸을 두고 나서 목소리가 났다.
-네, 갑니다!
대답은 해 놓고 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 젖은 목이며 팔이며 등이며 입고 씻기라도 했는지 좀 젖은 옷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나타난 젊은 남자는 웃으며 사과부터 했다. 멀리서 볼 때는 냉한 인상이었는데 말투도 표정도 참 수더분해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이고, 이거 미안하게 됐네요. 씻던 중이라 꼴이 이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아뇨, 제가 죄송합니다. 그냥 십자드라이버를 빌릴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씻고 계셨군요.
묘하게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싱긋 웃고는 발랄한 말투로 말했다.
-드라이버? 잠시만 기다려요.
그러고는 현관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있다 손에 십자드라이버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꼴이 이래서 들어오시라곤 못 하겠네요. 쓰시고 나중에 돌려주세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 이상 발을 들이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씻고 있는데 나타났으니 들어가면 싫어할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마지막 용건만 마치고 돌아가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저, 이거 답롄데 드셔보세요.
이웃과 친해지는 지름길은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다. 나는 빵 몇 종류가 들어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더니 봉투를 잡았다.
-오, 감사합니다. 따끈한 걸 보니 집에서 만드신 건가보네요?
-네, 제가 요리를 좋아해서요.
-야아, 귀한 거네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드라이버는 이따 돌려드릴게요.
-아, 네. 혹시 저 없으면 문 앞에 두고 가시고요.
그는 봉투 속에서 버터롤을 꺼내 요리조리 돌려보며 정말 기분좋은 얼굴로 웃었다. 인사를 주고 받은 다음,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니 어쩐지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굉장히 사교성 좋고 서글서글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이 위화감의 정체는 뭘까.
오후에 드라이버를 돌려주러 갔을 때, 집이 비어 있고, 문 앞에 작은 주머니가 걸려 있어서 거기 드라이버를 놓고 간 기억도 났다.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왜 깊이 접근하지 말라고 말하는 걸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까. 아무튼 한동안 그 집은 비어있었다.

나는 앞에 선 사람에게 들고 있던 피켓을 넘기고 행렬의 가로 몸을 옮겼다. 시위대는 여전히 주먹을 쥐고 구호를 소리높여 부르짖고 있었다. 위치를 옮겨서 잘 보니 그가 그 곳에 서 있었것은 아주 잠시였던 듯, 이내 피식 하고, 웃더니 이내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던 길이었나보다. 몇 발짝 걸어가다, 대열에 섞여 그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나와 그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한 얼굴에 재빨리 웃음을 띄우고 그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라, 옆집 분이시네요. 안녕하세요?"
"네, 시위에 참가하셨나봐요."
그는 헛기침을 했다.
"뭐어 그런 거죠. 그나저나 아직 어려보이는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네요."
"그렇지도 않아요. "
칭찬을 받고 머쓱해져 고개를 긁적이다보니 어느새 그는 돌아서 방향을 틀었다. 고개만 돌리고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럼 안녕히."
"네, 그러니까, 어......."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리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평범한 안부인사나 왜 그러냐는 일상적인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어제 내게 드라이버를 빌려주고, 보답으로 내가 구운 버터롤을 준 그 사람의 이름을 모른다는 걸 알았다. 기억나는 것은 물건을 매개로 잠시 스쳐간 손의 온도 정도.
그 때 물건을 빌리러 갔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때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나서였다.
그는 마치 잘못 합성한 사진처럼 풍경 속에 억지로 몸을 밀어넣고 있었다. 그 증거로 얼마 전부터 빈 그의 집이나, 그가 살던 때의 그의 집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내가 억지로 기억을 뜯어내서 생각하지 않았다면 잊고 넘어갈 뻔 한 것이 하나 더 기억이 나기도 해서였다. 시위 현장에서 그가 보였던 그 냉소적이고 약간은 아련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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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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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제대 안 한 처지고 군대고 전술이고 전쟁이고 총이고 아는 거 없습니다. 무식한 채로 글 써서 죄송합니다만 제발 설정은 무시하고 캐릭만 봐 주십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어설프고 허술해도 읽으시겠다는 분만 클릭하시라-.

설정상 무리있다는 지적 환영합니다. 그리고 제목 센스 없다는 지적 환영합니다. 제발 누가 제목 좀 지어 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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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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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온 여체화......입니다. 알렐루야......동물화 했습니다.
그래도 좋으시면 클릭하시라.

메신저에서 이야기 하던 중, 토끼 님 아이디어 내시고 리린 님 이야기를 이어 가셔서 알섬이와 록분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두 분 아이디어 받아 쓴 거 밖에 없어요. 이게 재미있으면 다 두분 덕입니다.
근데 글재주도 없으면서 제가 굳이 이걸 쓴 데는 치사한 이유가 있었으니-

L 모 님  지네를 물리치고 해피엔딩 찍어도 참 볼만한 장면 나올 듯
L 모 님  걱실한 록분네로 업그레이드한 낭자와 바지런한 알서방으로 업그레이드한 두꺼비총각의
L 모 님  견실한 농촌드라마가......
L 모 님  이듬해 누가 업둥이로 버리고 간 보라머리 여자애와
T 모 님  전oo일기.......
L 모 님  그 이듬해 마침내 태어난 천하대장군감 옥동자 츠나도령
L 모 님  술메라기엄니를 모시고 사는 단란한 네 가족.... 죽겠다 ;ㅁ;
L 모 님  누구든 이거 써주심 팬아트 그리겠어요 <-

이니셜 처리해 봐야 소용 없는데, 그날 대화 중에 저런 대목이 있었답니다. 증거품으로 올려놓아 봅니다. (도주) 잘 써야 된다는 말은 분명 없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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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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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더블오 내용이 네타가 될 리 없죠. 워크스라면 저랑 피아가 2단콤보로 불타는 거 봐서 내용은 다들 조금씩 아시는 거 압니다. 그리고 덕질 못 하게 된 건묘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겸, 더블오 안 본 멤버들이 하루 빨리 손을 대서 10월엔 같이 불타보자고 작정하고 이러고 있는 거니까 좀 네타를 해도 상관도 없을 거라 믿습니다.(실지 네타를 당하고 본 피아도 잘만 낚였음.)
그래도 일단 가려놓겠습니다. 2기 네타도 조금 있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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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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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쓰는 원인이 뭔지 알았으면 부지런히 뭐든 써야죠. 재주가 없으면 노력이라도 해야지.
며칠 전 웹서핑을 하다 번뜩 떠올랐습니다. 물론 악의 쌍둥이들이 크게 공헌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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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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