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를 보고 봉신연의와 더블오를 크로스한 저를 버리러 진짜 망자판에 좀 다녀와야 쓰겠습니다.
어 일단 탕아아파트를 통해 접속하는 분들을 위해 한 줄 띄우고, 아니 두 줄 띄우고.................................................................................................................
...................................................................
그러고보면 봉신연의 참 좋아했습니다. 미친 듯 달리던 전개빼곤 닮은 점도 없지만.


세츠나는 복희, 티에리아는 그레이트 마더 달기, (저 놈은 진짜 이름대로 되어버렸지 뭡니까 이런 놀라운 놈들. 대지로 돌아간 셈이잖아요. 지구랑 융합해서 그레이트마더(...)가 된 달기같이.  그것도 영생을 얻어서! 저 이제 그냥 티에리아 팬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은 라일이 양전(나는 요괴입니다, 가 아니었으면 전 양전한테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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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았다.

더블오/감상 2009. 3. 27. 07:59
24화를 다시 봤다.
모 님이 라일 디란디, 아니 록온 스트라토스에 대해 쓰신 글을 읽고 깨달았다.

24화를 보고 느꼈던 심란함의 정체. 그건 다시 보고 또 글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이해가 되고. 다시 24화를 보니까 ......망할 각본가놈, 진짜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거에 대해 여러가지로 그려놨더라. 빌리와 스메라기, 사지와 루이스, 소마와 안드레이, 얘들 이야기만 파도 팬픽이 몇 편은 나오겠네. 진짜 징한 인간. 매우 훈훈했지. 훈훈했기야. 그런데 그걸로 끝인데 뭐. 훈훈한 이해, 다음은 비극. 아무래도 25화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해했다고 다 잘 풀리는 건 아니잖아. 이해하기 때문에 증오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용서 못 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뭐 그런 거.
(아뉴는 우리 서로 이해한 거지라고 말하곤 죽었습니다. 사지와 루이스가 이해하고 빌리와 스메라기가 이해했다고 저 이상의 결과를 낼 리 없어요. 이해가 비극을 막진 못해요. 애초에 잘못했으니까. 모두 잘못했잖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내가 왜 저 인간, 망할 김라일 자식 데리고 글을 못 썼는지. 왜 회지 외전에서 저 인간 이야기를 그냥 두루뭉실하게 형님을 계승한 동생으로 넘겼는지. 난 저 인간이 자기 의지로 지 형의 뒤를 이어 새 록온이 되는 게 보고 싶었던 거다. 당연하지. 그렇게 되지 않고는 내가 저 인간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단 말이다.

죽어라고 닐 디란디는 파도 라일 디란디는 못 판 이유가 여기 있다. 간단하다. 젠장, 동족의 심리상태를 내 손으로 파서 지면에 옮기고 싶지 않아서였어. 내가 내 손으로 저 화상 패배자 인증 때리기 싫더라니까.
형을 알 거 같다고 그냥 이야기하던 청년이 진심으로 형을 이해하고 형을 따라가는 과정이란.
어쩐지 저 인간이 형 테러 이야기 듣고 별 말 없이 넘어갈 때 부터 더 생각해보고 써야지 소리만 나오지 저걸 더 생각해 보고 싶지는 않더라. 덜 된 인간이 저런 식으로 제 형의 뒤를 이어 살아가는 과정 따위, 젠장!
(아침부터 뭐 하는 짓이냐 물으신다면 절규 안 하고는 도저히 오늘 하루 못 버틸 거 같아 이러는 중이라 답해 드리리다.)

차라리 배신자 플래그 섰을 때가 좋았지 않나 싶다......쌍뇬 김라일이라고 놀릴 떄가 좋았지. 근성 쩌는 김라일이라고 놀릴 때가 백 번 나았어!
.......2기 전에 모 님 모 님 모 님이 하셨던 무서운 라일이 네타가 차라리 막 그립고, 뭐지?

무척 훈훈한 이야기지. 스물 아홉 어른에게 벌어진 성장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저는 성장물에 목 매는 여자입니다.) 하지만 성장 내용은 안 훈훈하잖아. 일단 잃고, 그나마 가진 것도 다 잃고 난 다음에 상실감과 절망을 겪고 나서 성장한 거니까.
그런데 정말 그 나이 먹도록 아무 것도 널 자라게 한 게 없었단 말이냐 라일 디란디. 진짜 어떻게 나일 먹은 거야 저 자식은. (닐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할까?)

추가 : 아 씨, 책 제목은 죽음의 한 연구로 하고 라일이 이야기 하나 쓰면 그거 제목은 꼭 형을 이해하기 위해서(로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라는 단편 아시는 분?)으로 할거야. 결정. 탕탕탕. 물론 나는 저 책 12년 전에 펴 보고 다시는 손도 안 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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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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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많은 나라가 사라졌다 생겨나기를 반복하더니 거대한 초국가연합이 생겨난 24세기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많다. 전통이라고 불러도 좋고 관습이라고 불러도 좋고, 뭐 그런 것들이 있다. 그것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부분이 이름이다. 이름이란 것은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다. 자신들의 부모가 지어준 대로 그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니까 잘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민 중위, 동양계 이름이다. 중국 아니면 한국계겠지. 그리고 스밀노프 중위. 누가 봐도 러시아계 이름이다. 러시아인의 이름엔 굉장히 재미있는 게 많다. 본명보다 더 많고 부르는 사람에 따라 섬세하게 구분이 되는 애칭이라던가...
그리고 저기 스밀노프 중위가 온다. 가까워진다.
-뭐 하고 있었나?
중위님의 성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라고 누군가 대답한다.
-내 이름? 뭔가, 궁금한 거라도?
그저 러시아계 이름 같아 궁금하다고 말했다. 소위는 밝지 않은 표정으로 답한다.
-아버지가 러시아계니까.
스밀노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인혁련에서 군생활을 한 어느 중사가 말했다. 세르게이 스밀노프, 러시아의 성난곰이라는 별명이 붙은 군인에 대해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중사는 눈치가 없었다. 이 자가 뭘 해서 승진을 했는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상해진 분위기를 수습한답시고 누군가 중위님 아버지 일은 참 안 됐다는 말까지 꺼냈다. 처참했다. 눈에 띄게 스밀노프 중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런 자는 아버지도 뭐도 아냐. 나는 군인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자를 내 아비라 인정 못 하네. 나도 군인이 아닌가.
중위는 이를 악 물고 소리치듯 말했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버쩍 얼어붙은 동기들과 후임들 사이에서 나는 그를 관찰했다. 사람이 주먹을 쥐고 화를 낼 수는 있어도 이를 악 물고 소리지르지는 못한다. 이를 악 무는 것은 참는 것. 그 자신도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인지 못 하는 무언가를.
러시아에는 이제 너무 오래되어 잘 쓰이지 않는 풍습이 몇 개 있다. 러시아 땅에선 관습적으로 쓰여도 러시아를 벗어나면 쓰이지 않는 호칭, 부칭이 있다. 아버지의 이름은 자식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이름은 영원히 남는다.
안드레이 세르게예비치 스밀노프. 세르게이의 아들 안드레이.

--------------------------------------------------------------------
24화 보기 전에 생각하던 건데 말입니다, 타이밍 놓쳐서 쓸까 말까 했거든요. 시간 없고 화수 모자라니까 이해가 아주 빨라져서 좋......긴 개뿔이 좋아요.
괜찮아요 루이스 살아온 건 아예 잊고 있었는데요 뭐. 전 정말 기절했다 일어난 줄 알았다고요.

쿠로다가 그냥 저렇게 살려두진 않았을 거라 믿으렵니다. 아직 마리나도 무사도도 아무 것도 못 했습니다. 할렐루야는 이제사 알렐루야와 인사를 했고 말이죠 라일은 이제 막 록온이 되었을 뿐이에요. 아직 할 일 많습니다. 이렇게 끝내면? 뭐 다른 의미로 레이드 들어가는 거죠.

아무튼 러시아식 부칭은 좋아요. 안드레이는 세르게이의 아들입니다. 너 임마 소마는 그거 갖고 싶어도 못 가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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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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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 24화.

더블오/감상 2009. 3. 22. 17:30

티에리아!
일단 소리 한 번 질러주고.

뭔가 미칠 듯 훈훈했는데......누구누구 씨가 그렇게 자신감 넘치게 웃는 것도 처음 봤는데 누구누구씨가 묵은 원한 푸는 것도 제법 훈훈하고 누구누구가 겨우 웃은 것도 참 훈훈했고 역시 누구씨 아니면 진화는 안 이루어지는 것도 알겠고 누구씨 나와서 기뻤고 누구누구 울어서 좋았는데,
저 쓸 감상 없습니다 아아 저게 뭐냐고요. 이오리아 슈헨베르크 영감은 미친 놈 맞습니다. 300년이 걸릴 수 밖에요 저 짓을 하려면. 삽질도 거하게 하고 싸우기도 엄청 싸워보고 시행착오도 겪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 아쉽기도 무진장 아쉽고(1주일 어떻게 기다려요?) 어떤 면에선 좋기도 좋고 하여간 되게 복잡한 심정입니다. 진짜 이게 뭐냐밖에 안 나와서. 25화 되게 기대가 되어요.
25화 제목은 재생이랍니다. 재생요.

.......강철 보니까 어째 4월에도 일요일 약속은 죄다 뿌리쳐야 할 거 같아 무섭습니다.

몰라요 내가 지금 뭘 본 건지도 모르겠어요. 김치전이나 구워 먹으러 갑니다. 원래 정줄 놓고 요리하면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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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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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면이 너무 끊겨서 거의 못 본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모처 갔더니 저는 못 본 부분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내가 뭐 봤나 싶고. 아무튼 문제의 말 많았던 라일의 눈이 벌어지는 그것은.......예 그랬습니다. 그랬지요. 저 다음주가 참 기다려져요.

그래도 티에리아는 확실히 봤습니다. 멋지다 티에리아 네가 싸나이다 티에리아.

수정 : 방금 봤습니다. 와 가슴떨려.



대신 교보 가서 뉴타입 사왔지요.
......마리야 귀찮았던 거니? 아니 농담이고 이게 작가공인 설정이라 이거죠 오호호. 그러면 할렐루야도 알렐루야도 비록 팔자 그 따위지만 살아있는 건 신의 은혜라는 뜻? 마리는 이중인격인 할렐이도 인정을 해 준 걸까요.그럼 정말 여신님이잖아요. 그런 자신을 모두 받아주었으니까.
알렐루야가 마이스터 셋을 각각 평가한 거 진짜 걔답더라만요.
그리고 남자는 등으로 말하는 법.
코가 윤이 세츠나, 티에리아, 알렐루야 특집을 하나씩 했으니 다음엔 록온 특집도 하나 해 주리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하겠죠, 하겠죠?

기사를 보니까 대놓고 상위종 순수종 적어놔서......했고 그 신진성우분 있죠 소게츠 노보루 씬가. 선글라스 끼고 나오신 거 보고 풉풉 웃었습니다. 누가 카미야 히로시 선배냐. (신인 좋아하네 아무....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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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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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뿜기고 뿜기는 더블오 22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도 본편과 무모편이 따로 있어야 했다. 개그하고 싶어서 쿠로다가 몸부림을 치고 있어.

감상 중 한 메모. 네타 투성이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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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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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 21화

더블오/감상 2009. 3. 1. 17:30
떡밥은 착착 회수되고, 나는 보는 내내 손 부들부들 떨며 크와악 브레스를 뿜을 뿐이고;
......뭐야 이거, 뭐야?
이하 보면서 메모한 거. 네타 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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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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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님의 하로에 붙은 록온 유령 설정을 차용한 지벨님의 글을 보고 쓰는 그으러니까 이게.....4차 창작 되겠습니다.
두 분 죄송해요.


수중에서 우주로 고속이동을 하는 동안 복도에 구르는 하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로의 주인도 하로를 챙겨가지 못한 듯, 아니, 하지 않은 듯 했다.
<꺄아아아~!>
그 결과 톨레미 이동간을 온 몸으로 통통 튀며 굴러가는 하로를 동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바빴고 하로를 챙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로, 하로! 라일 이 녀석은 전투중에 하로도 안 챙겨가고 뭐 하는 거야?
하로에 붙어 반투명한 손으로 벽을 잡으려고 아무리 애써 봐야 소용없다는 사실도 잠시 망각하고 이동간을 잡아보겠다고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고 있는 고 닐 디란디(향년 24세) 빼고.

사건 종료 후.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와서는 힘없이 하로 가지고 공 던지고 받기 놀이를 시전하는 라일 덕분에 하로에 붙어 사는 기생 유령 닐 디란디의 얼굴은 아래위로 마구마구, 사정없이, 흔들흔들거리고 있었다. 반중력 상태라 지상에서처럼 곱게 공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꼭 달랑대는 용수철 끝에 달린 얼굴 같았다. 반투명한 얼굴이 왔다갔다 하는 걸 보니 어지럽다. 그 얼굴 주인은 유령이라 그런가, 어지럽지도 않은 모양인지 혈육을 상대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라일은 하로를 던지고 받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우야.
"왜."
-우리 대화 좀.
"해."
-너 너무 성의 없지 않냐?
"뭐."
-하로는 저격형 건담 탑승 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야.
"그래서."
-잘 챙기라 이거지. 전 주인으로서 하는 말인데 정말 좋다니까? 끼고 다니면 옆구리에 딱 맞는 사이즈
드디어 한계다. 라일은 허공에 떠 있는 하로에다 대고 소리질렀다.
"형, 고만 해라 좀. 오늘은 트랜잠으로 톨레미 끌고 가는 거였잖아. 그게 하로랑 뭔 상관이야!"
-야, 밥도, 아는, 자자,로 일관하다 드디어 세 마디 이상 말 했다?
"때와 장소와 인종과 안 맞는 유머 즐."
아예 고개를 홱 돌리자 사람은 도저히 따라 못 할 자세로 닐의 얼굴이 라일의 얼굴 앞에 따라왔다.
-너 뭔 일 있었냐?
"그딴 거 없어."
-아까 세츠나랑 심각한 이야기 하지 않았어?
"대체 어디까지 따라다니면서 스토킹할 셈이우?"
아 젠장. 불었다. 이건 내가 아까 걔랑 심각하게 형님 사망 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까진 아니라도 어쨌던 분 건 분 거 맞잖아.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대화 안 하겠다는 뜻으로 눈을 감고 귀를 막았으나, 유령이 달리 유령이 아니다.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하로는 기능이 좀 다양해서.
"......"
-다 들었어.
눈을 떠 보니 형이 웃고 있었다.
-우리 라일이, 정말 다 컸네, 이 형 진짜 기쁘다.
"아, 좀."
-그렇잖아. 거기서 욱, 할까봐 걱정하기도 했고 거기서 형의 원수! 이럴까봐도 걱정했는데.
어이없는 반응에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형이 살아있다면 멱살이라도 잡아주는 건데, 이럴 땐 죽어서 정말로 불편하다. 실제로 살아있다고 해도 멱살 이상 못 넘어갈거라는 내면의 빈정거림은 무시하고.
"내가 형이야? 나이는 공으로 먹은 줄 알아? 형같이 이상한 데서 욱 해가지고 죽을 자리 안 가리고 뛰쳐나가는 나쁜 취미 없거든?"
-그거 아니라도 여러가지로 기뻐.
닐이 정말 기쁘다는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저 애들에게 더 이상 큰 짐은 없었으면 하거든. 고맙다. 내가 못 한 일을 해 줘서.
저 애들은 분명 다른 마이스터들을 말하겠지. 은근히 속이 터졌다. 걔들 좋으라고 한 일 아니거든요, 머저리 같으신 우리 형님아.
라일은 짜증나는 얼굴로 공중에 둥실 뜬 하로를 낚아채서 양손으로 잡고 세게 흔들었다. 하로와 하로에 붙어 사는 유령이 동시에 비명을 내질렀다.
<라일! 라일! 심술! 심술!>
-얌마, 하로가 심술부리지 말라잖아! 나 멀미했어, 어지럽다고!
라일은 한숨을 쉬었다.
"형 거짓말 너무 티나. 세상에 어떤 유령이 멀미를 한다고."
-넌 유령도 되어본 적 없으면서 어떻게 그런 섭한 소릴 하냐 아우야.
빠직.
야 이 망할 형님아 유령 먼저 된 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그딴 소리나 하고 앉았습니까?
"지금 그거 자랑이라고 해?"
-글쎄.
닐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듯 손을 들며 웃었다. 아, 형이 또 엄마 노릇 하고 있어. 생전 내 앞에서 자기 자랑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는 인간이 저럴 땐 이유가 있는 거지. 처음에 하로에서 형이 튀어나왔을 땐 응, 이거 내 입체영상인가 했는데 그놈의 입체영상이 익숙한 말투로 말을 걸고 있지 않나. 15년 지나도 저 썩을 형님의 말투는 변한 게 없다. 날 배려해준답시고 되지도 않은 농담따먹기나 하고. 그래가지고 언제 천국 갈래? 아차, 테러리스트는 못 가나......아무튼! 요단강은 건너야 될 거 아냐 이 쓸모 없는 형님아.
라일은 형을 보고 억지로 미소지었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기 형, 나 뭐 하고 싶은 거 있는데, 해도 돼?"
-응?
우리 동생이 뭐가 하고 싶어서 형한테 다 물어볼까, 상냥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려던 입은 입꼬리만 위로 올라간 시점에서 굳고 말았다.
라일 디란디는 하로를 손에 힘줄이 서도록 거머쥐고,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며 하로를 머리 위로 번쩍 쳐들고, 전심전력으로 벽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하로와 함께 닐도 둥실둥실 벽으로 날아갔고 잠시 좀 정신사나운 소요가 방 한가운데서 벌어졌다. 반중력상태라 감사하게도 하로는 무사했다만 닐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야 하로한테 그러지 말라니까!
<꺄아아악! 사이좋게! 사이좋게!>
"저 놈의 기계 박살 안 날 거 감안해서 던진거요, 뭘 모르시네. 내가 애도 아니고 그렇게 앞도 뒤도 안 재고 행동할까봐?"
유령이 피식 웃었다.
-미안한데 동생아, 내 눈에 넌 그냥 애야.
"지랄! 형 나보다 겨우 5분 일찍 태어난 걸로 형 행세 하지 말라니까!!!"
-그런 소리 하려거든 아우야, 형, 형 소리부터 입에서 떼지 그러냐?
네가 날 형이라고 부르는 이상 네가 나보다 애라는 것도 뻔한 거 아니겠니? 뻔뻔한 얼굴로 웃는 닐의 얼굴에 짜증난 라일이 문을 열고 하로를 복도에 던져버리고, 지나가던 티에리아한테 걸려서 건담마이스터의 마음가짐에 대한 간결명료하고도 무시무시한 연설을 듣게 되었다는 건 그냥 뒷이야기.
그렇게 형과 치고 받고 나서야 라일은 아무 꿈도 꾸지 않고, 고민도 없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는 것도 그냥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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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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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동생을 둔 누나의 입장에서 좀 생각해 봤다.
(절대로 열한 시 반 부터 여섯 시까지 밥 한 술 못 먹고 화장실 한 번 못 가고 죽어라고 앉아서 일만 했기 떄문에 그런 건 아니다. 건물 출입구 봉쇄하고 핸드폰 차단한 상태에서 미친 듯 읽고 읽고 읽고 고치고 고치고 고쳐나가느라 진이 빠져서 그런 거 절대 아니다. 일하고 돌아오면서 직장 사람들이랑 총체적 뻘짓의 집합체를 봤다고 씹어대서도 아니다.)

씻다가 갑자기 라일이 꼭 닐을 형이라고 부른다는 점을 생각해 봤다.
내 경우 세 살 터울지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이 놈이 어떤 경우에도(나 때문에 죽도록 화가 나거나 내가 하는 삽질이 답답해서 돌아가시기 일보직전까지 가거나)나를 누나라고 부르는 걸 잊지 않는다. 어려서는 당연하다 싶었는데 커서 남자애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별로 당연한 경우가 아닌 거야. 그래서 물어봤지. 야, 다른 남자애들은 누나랑 싸울 때 누나 이름 막 부르고 야, 너 그러는데 넌 꼬박꼬박 누나라고 그러네?
그러자 동생이 말했다. 그럼 누나를 누나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냐. 그건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거랑 똑같은 거야.
설명을 돕기 위해, 우리 남매가 어떤 관계냐면......나 아는 분들은 다 내 동생을 알고; 나를 브라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내 동생은 어려서 자기가 시스터 컴플렉스라 자인한 적이 있다. 여덟 살 주제에.
태어나자마자 내가 동화책 읽어주고 놀아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자취할 땐 내가 먹여준 거 맞다. 10대 때도 주말엔 내가 밥 해서 먹였고. 동생아 오늘은 볶음밥이다, 내일은 감자 튀길 거다. 떡볶이 먹을래?) 뭐든 가르쳐줘서(가엾게도 누나 때문에 락에 손 대고 만화책에 손 댄 것도 그 일환이다) 좀 끈끈한 편이다. 동생 여자친구까지 가세해서 끈끈하게 잘 논다는 건 여담이고. 동생이 나한테 의지하는 부분도 좀 있고 나도 동생 일이라면 이래저래 신경 많이 쓰고......당신이 엄마냐 동생이냐는 소리를 아들 둔 엄마한테까지 들어봤다 OTL

어쨌건 남매간 서열화는 확실한 편이고, 의도한 적 없음에도. 저렇게까지 되면 동생도 형을 만만하게 막 대하긴 어렵고 형도 동생한테 냉정하기 어렵다. 형의 입장에서 보면 동생은 꼭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고.
그러니까, 라일도 그런 기분이었을 거다, 아마도. 형은 형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을 거다. 어려서부터 닐 디란디를 형이라고 불렀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저거 때문이다. 형을 동년배 부르듯 닐이라고 부르기는 어쩌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동생이 나를 누나라고 부르지 않는 상황에 굉장히 심한 저항감을 느끼듯. 태어나자마자부터 자기보다 훨씬 앞에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를 자신과 동급으로 여기기는 힘든 법이다. 내 동생이 자기가 더 우위인 상황에 놓일지라도 절대 내 위치를 넘보지 못하듯.
그러나저러나 남매 관계가 이러할진대 형제 관계에서 저 정도 서열화가 이루어지려면 도대체 어떤 과거가 필요한지 참 궁금하다. 닐도 분명히, 형제간 서열화를 짓기 위해 뭔가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을 텐데.

...........그러니까 사실은, 닐 디란디가 왜 키다리 아저씨 짓 했는지 좀 이해는 간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데, 내가 그 상황이었어도 비슷했을 거야. 피보호자를 싸고 도는 짓이긴 한데, 어떤 상황에 있건 동생은 동생이고 내가 꼭 돌봐줘야 할 대상이거든. 게다가 14세 이후로 어떤 사정으로 떨어져 살아야 했고, 더 자라선 동생한테 걸리면 참 민망하게도 테러범이 되었다. 얼굴은 절대 못 보이지. 그래도 동생은 꼭 돌봐줘야 하고.
아니 물론 내가 너를 위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테니까 너는 그 세상에서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하면서-평범하고 안온하며 유복하게-즐겁게 살거라, 하는 경지는 진짜 브라콤인 나조차 따라가지 못할 머나먼 경지라고 보지만.

아니 내가 왜 이런 웃기고 뻘한 가족사를 포스팅하고 있느냐면, 이제 이 경험을 살려서 쌍둥이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하여간 글 쓴다는 것들은 글러먹었다고 머리를 쥐어뜯다 피식 웃었기 때문이다.

+건담에는 뉴타입이라는 게 나온다는데, 더블오에도 뉴타입이 있다면 티에리아랑 아뉴가 진짜 뉴타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노베이터이면서 인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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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감상

더블오/감상 2009. 2. 23. 18:25
어제는 써플 가서 잘 놀다 왔습니다. 남 부스 가서 내 부스인양 책 파는 놀이 하고 처음 보는 분 납치해서 집에 늦게 보내고......아무튼 같은 동네 사는 건담팬을 한 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잘 지내보아요. 저 쉬운여자예요 우훗. (진짜 이번엔 도망가시겠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여기저기 난리로군요. 네타 당하고 봐도 더블오. 그렇다고 제가 안 뿜었냐면 그건 아닙니다만. 아무튼 제가 그랬죠 위태한 연애 취향이라고. .......몰라요 저 아뉴한테 사과할래요.
그리고 세츠라일을 꼭 한 편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편도 안 쓰고 넘어가면 동인녀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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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서 가면을 주웠다. 척 봐도 누구 건지 알겠다. 이름은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데, 군대에 있는 주제에 계급도 뭣도 없는 인간이었다. 원 맨 아미니 미스터 부시.......부시.......하여간 뭐라고 불리는 인간이었는데 군복 위에 이상한 옷을 입고 가면을 쓰고 다니는 또라이였다.
우리 부대, 아니 어로우즈 전체에 그에게 호감을 가질 사람이 있을지 모를 아주 희한한 인간이었다. 군인은 소속과 계급과 상명하복이 생명이다. 그것이 아니면 군대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중에도 그는 군대에 있으면서 홀로 군인이 아니었다. 군복도 안 입고 계급도 없고, 게다가 혼자 다닌다. 세상에 혼자 싸우면 그게 군대냐. 원 맨 아미라니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개념 아닌가. 신병 딱지도 못 뗀 꼬맹이들도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원 맨 아미라고 해도 리바이브 대위던가 하는 좀 괴상하게 생긴 사람은 그나마 똑같이 괴상해 보이는 동지라도 있지. 이건 완전히 혼자였다. 군인도 아닌 주제에 군인 집단에 끼어든 잘못된 존재가 저런 거지. 옛날 동양 속담에 개밥에 도토리라는 소리가 있다던데 이 사람이 도토리가 아닌가 싶었다. 아니 우리가 개밥이라는 건 절대 아니고.
우리와 한 데 섞여 어로우즈라고 불리기 싫은 거겠지. 그러므로 그와 무엇이건-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 사소한 일부터 전투같은 큰 일까지-함께 할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건담만 보면 미친 듯 웃으며 달려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그냥 별 이상한 놈 다 있구나 할 뿐,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없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호감도 불쾌감도 주지 못하는.
그런데 그 사람이 떨어뜨린 가면을 주웠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인가, 가면을 주워 들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의 정체는 금방 밝혀졌다.
웃기게도 그 가면을 얼굴에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대체 그 또라이는 이딴 걸 어떻게 쓰고 그딴 기체에 타서 허공에서 380도 회전을 하고 날아다닌대? 사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괴상한가? 떨리는 손으로 가면을 뒤집어가며 꼼꼼히 살펴보자 이마께에 뭐라고 글자가 적혀있었다. 작은 글자라 가면에 코가 닿도록 가까운 거리까지 눈을 댔다. 적혀있던 글자는 다음과 같았다.

-착용 세 시간 전부터 세안을 금합니다. 원활한 유분 분비를 위한 것이니 피부미용에 관계된 항의는 받지 않습니다.
유분 분비가 적은 체질일 경우 콜드크림 사용을 권장합니다. 가까운 드럭스토어에 문의하세요.-

자세히 살펴보니 종이와 필름 같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과연. 누이들이 이마에 톡톡 찍어문지르던 파란 필름이 떠올랐다. 누이의 손길이 가면 파란 종이가 기름에 푹 절어 기분나쁘게 투명해지던 기억이 떠오르자 굉장히 우울했다. 그 투명한 종이가 누이의 이마에 척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던 기억도. 누구 기름종이가 더 오래 이마에 붙어 있나 내기하던 더러운 자매들에까지 기억이 미치자 그만 콱 머리를 때리고 싶어졌다.
나는 조용히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고, 가면을 손가락 끝으로 집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확 불지르고 싶었지만 불이 너무 잘 붙을 것 같아 차마 하지를 못했다. 그 놈은 그냥 또라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
저 그레이엄 좋아합니다. 어쩌다 2기 되면서 그 지경이 되었는지도 좀 알 거 같고 말이죠. 사실 원 맨 아미가 말이 되는 소립니까. 쟤는 이제 군인도 뭣도 아니에요. 자기가 믿던 옳은 세계는 없어요. 그래도 건담과는 싸우고 싶고. 자기 모순 때문에 저 지경이 된 걸 보면 참 어지간히도 곧은 사람이다 싶고.

그래도 그 가면은 뭔가 이상하잖습니까. 그게 다예요. 그레이엄 망가뜨릴 마음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제목은, 그냥 미시마 유키오가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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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감상

더블오/감상 2009. 2. 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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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묘지와 같았다. 묘비도 꽃도 없는.
아니, 꽃이라면 있다. 파편의 잔해를 뒤덮은 무성한, 들짐승의 털처럼 길게 자라 아무렇게나 몸을 뻗고 있는 풀 사이사이에 보이는 것은 작고 희미한, 색도 향도 바랜 듯한 작은 꽃이었다. 마치 묘비 앞에서 조용히 시들어 부서지는 꽃잎처럼 얇고 바삭거리는.
꽃이 바람결에 흔들렸다. 청년을 맞이하듯.

성묘할 곳을 잘못 고른 것일까. 파편 더미 위에 선 청년은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 곳 이외에 우리들에게 어울리는 묘는 없어. 미간에 힘을 주고 청년은 마치 자기 자신을 타이르듯 아무도 들을 사람 없는 허공에 말을 던졌다.
청년이 발을 옮기자 발 밑의 파편이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며 덜그럭거렸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기우뚱거리며 흔들리던 파편 무더기가 기어코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 조용하던 공간에 파문이 일었다. 가뜩이나 울퉁불퉁 불안한 지반에다 불안정한 걸음 탓에 균형을 잡지 못해 조금 크게 발을 내딛자 쾅, 하고 내려앉은 금속조각이 흙먼지를 일으켰다. 몇 년을 조용히 버티고 있는 동안 그 위에 쌓인 흙먼지가 떨어져 부옇게 작은 폭풍을 일으키며 부풀어 올랐다. 소란통에 그 속에서 살던 쥐가 마치 조용한 생활을 방해받은 것을 항의하듯 날카로운 소리로 울었다.
6, 7여년간 누구도 접근하지 않던 공간에 비로소 소리가 울렸다. 이걸 노크라고 봐도 좋을까. 무덤을 두드리며 인사를 하는 것과 같다고. 지금의 자신은 너무 감상적이지 않은가 하고 청년은 생각했다.

무덤을 손질할 필요도 없었다. 그 곳은 이미 작은 숲의 일부였으니까. 사실 무덤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시신이 묻힌 곳은 따로 있으니까. 하지만 거기 까지 가서 묘비 앞에서 손을 모을 필요도, 죽은 이들에게 향이니 기도니 하는 것들을 바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무덤도 아닌 그 곳에서 계속 걷고 보았다. 한 때 프톨레마이오스라 불렸던 전함이 반토막난 채 기체 이곳 저곳이 부서져나가 작은 파편더미를 이루고 있는 곳은 넓었다. 기계를 이루던 부품들이 너절하게 떨어져나갔다. GN 드라이브 같은 것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남은 것은 조각뿐. 게다가 톨레미가 떨어져 부서지며 떨어져나간 파편조각이 튀어나가면서 숲도 제법 많이 상처를 입었다. 허리가 꺾인 나무가 그 속을 빈약한 햇빛에 노출시켜 하얗게 퇴색되어가고 있었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이렇게 된 것인지는 다 알고 있다. 톨레미 밑에는 케루딤이 짓눌려 있을 것이고 산 하나를 넘으면 세라비가 풍화되듯 낡아가고 있다. 더 멀리엔 아리오스와  GN 아처가. 물론 껍데기 뿐이고, 그나마도 이곳 저곳이 떨어져나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것이 한 때 건담이었다고 생각 못 하겠지만.
북반구 어느 험한 산은 골짜기 골짜기가 거대한 무덤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 격전지에서 목숨을 잃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주에서 죽은 이들도 있었고 살아서 우주에, 지구에서 지금도 자기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곳에서 죽은 이도 있고 다른 전장에서 죽은 이도 있다. 청년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모든 죽음의 순간을 떠올렸다.
7년 전, 셀레스티얼 빙이라는 조직 그 자체가 죽었다고 봐야 옳으리라. 자신들이 낳은 세계의 부조리와 함께 죽었다. 몇 년간에 걸친 치열한 전투로 죽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죽었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셀레스티얼 빙이 죽으면서 그 모든 것들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세상이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되기를 바랐다. 죽어서 속죄한다는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죽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이었을 뿐. 청년은 성격 좋은 조타수를 떠올렸고 차례차례 죽은 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이한 반쪽을 가졌던 동료와 그의 난폭한 반신과 역시 두 얼굴을 가진, 동료의 반려를, 사실은 아주 약해서 도망치기 바빴던 전술예보관을, 자신과 언젠가 편지를 써서 보냈던 소녀를, 이노베이터였으나 누구보다 사람다웠던 동료를, 좋아하는 소녀 때문에 전장에 뛰어들었던 이웃집 소년을, 카탈론의 테러리스트였지 셀레스티얼 빙은 아니었던, 죽은 이와 꼭 닮았지만 전혀 달랐던 반쪽을.
청년은 왼손으로 파편 새로 빠져나온 빛바랜 녹색 조각을 주웠다. 뒤나메스와 같은 색 조각이 가장 먼저 죽은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록온 스트라토스.

아직 어렸던 시절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어려서 저지른 실수는 되돌릴 수 없으며 세상에 신 같은 건 없다고 좌절했을 때 나타난 신은 자신이 죽어라 부정하던 것이었다. 결국 낳아준 부모와 소년병으로 키워준 아버지와 다시 살게 해 준 아버지를 모두 잃었다.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동료이고 형제이며 평생 넘을 수 없는 벽 같았으며 어머니보다 어떤 면에서 자애로웠던 남자만큼은 남아있었다. 그가 세츠나에게 너만은 변하라고 말해주었다. 과거는 수정할 수 없지만, 꼭 너만은 변하라고.
피투성이 과거를 헤쳐 나오라고.

그 날부터 7년간 자신은 굉장히 많이 자랐다. 그리고 혼자 살아남았다. 세츠나 F 세이에이도 아닌, 소란 이브라힘도 아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 되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잔다. 가끔 꿈을 꾸면 그 전장이 나온다. 더블오가 부서지던 장면에서 언제나 깨고 만다. 아무도 구하지 못했고 세계의 왜곡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자신은 건담도 아니고, 세상은 그렇게 바꾸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아직 그 과거를 헤쳐 나오지도 못했다.
그래도 평범하게 살고 있다. 이웃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혼자 밥도 해 먹고. 얼마 전엔 터번을 두르고 외출했다. 옛날에 터번은 군대에 속하지 않은 자라는 뜻에서 쓰는 풍습이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싸움을 하지 않는 자신도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여전히 왜곡되어 있지만 그래도, 셀레스티얼 빙 같은 것이 없는 조용한 세계에서.

“록온.”
허공에 이름을 불렀다.

“내 생일이다. 스물아홉이 되었지.”
아무도 듣지 않는다. 하지만 듣는다면 먼저 간 록온도 다른 동료들도 모두 축하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 원한 건 아니었다. 물론 굳이 생일에 성묘를 온 것은, 그들이 보고싶어서긴 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자들이다.

“사후 세계가 어떻냐거나 다들 잘 있냐는 건 아니니 걱정 마라.”
어쩐지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분명 살아있었다면 자신을 많이 걱정했으리라. 생전 사사건건 오지랖 넓게 간섭하고 들던 청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그 청년들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 곧 서른이 되고, 아마 별 일 없으면 자연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은 이들이 간절히 바랐던 세상이었으나 자기가 그 세상의 일부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것이 당혹스럽다.

“축하인사를 받을 자격도 걱정을 들을 자격도 없다. 다만 하나 확인해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조용하다. 답해줄 사람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말을 꺼냈다.

“록온.”
“나는 그 날 네가 바라던 그 사람이 되었나?”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다. 물론 착각이다. 알고 있다.

"나는 제대로 변하지 못했어."
오른팔이 아팠다. 없는 팔은 당연히 아플 수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청년은 있지도 않은 팔을 감싸쥐고 허공을 우러러보았다. 싸움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세계에서.
어쩐지 먹먹했다.

-----------------------------------------------------------------------

kOKIA의 HAPPY BIRTHDAY TO ME의 한 구절을 듣다가 마지막 대목이 생각났습니다.
時を重ねる度にこの日を喜んだ母の氣持ちを思う
今の私はあの日願ったママの子ですか…?

새벽에 쓴 거라서 과하게 낭만적입니다. 다시는 새벽에 글 안 써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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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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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네타를 듣고 쓰던 글 하나 영구폐기처분했다 이런 식빵.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같이 학교 다니는 14세 디란디 형제였다.
다른 반이라서 종종 수업 하는 선생님들이 야 닐 디란디 니가 왜 여기 앉아 있어! 어 저 라일인데요, 미안하다 거 되게 닮았네 긁적 이러는 거. 축구에 미쳐서 땀내에 푹 절어 수업 시간에 얼굴 벌겋게 해가지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라일이랑 동생 수업 들으러 가는데 엄마표 도시락 전해주러 가는 닐에 도시락 나꿔채면서 짜증내는 라일이랑 친구들이 서로 구분 못하니까 까칠하게 짜증내는 형제랑 거기서 왜 니가 화를 내냐 기분 나빠도 내가 나쁘다 이 새끼야 외치면서 치고 받는 형제랑 엄마가 같이 장 보러 가자니까 엄마랑 창피하게 어딜 나가냐고 징징 떼 쓰는 라일이랑 말은 안 해도 계집애같이 엄마랑 다니기 싫어서 인상 구긴 닐이랑 내심 섭섭해 하면서도 애들 토닥토닥 달래는 엄마랑 그 타이밍에서 똑같이 화내는 형제들.......이었는데

네타 듣고 그냥 폐기처분. 몰라 안 써. 이래서 동인질은 생각날 때 저지르는 건데.

......솔직히 서로 딱 붙어 다니는 사이좋은 형제라곤 생각 안 했는데 키다리 아저씨 짓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동생한테 뭔가 바라는 게 있거나 찔리는 게 있는 거다. 너만은 잘 되어서 좋은 세상에서 평온한 삶을 살라니 저거 보통 형이 할 말이 아니잖아. 엄마나 아빠가 하는 말이지.

형제, 특히 언니/누나/형/오빠에게 열등감 느끼는 애들은 보통 형제처럼 되어서 인정받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거나, 아니면 형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거나 둘 중 하나다. (대개는 형제한테 스트레스 받고 비뚤어지더라......) 그런데 저기서 있는 듯 없는 듯 형제의 그림자가 되면 편하긴 하다. 저 애가 제 형을 닮아서 참 애가 수월하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자기가 그 형제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라일이 넌 앞쪽이 되고 싶어서 형은 어땠냐고 늘 물어본 거냐, 계속 형 그림자를 하려고.
록온 스트라토스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인 덴 그런 이유도 있었나, 납득납득.

그런데 애가 저러면 형은 또 형대로 책임감을 느끼거든. 동생이 왜 그러는지 모를 리 없고. 자기 때문에 기숙사 들어갔으면 어떻게든 형제 관계에 책임을 좀 느꼈을텐데 그 와중에 테러로 자기는 말짱한데 동생은 중상이었다 이거지. 맏이라면 저기서 책임감 느끼게 되어 있다.
그게 정줄 멀쩡한 인간의 책임감이 아니라 그렇지 닐 디란디도 일단 자기는 맏이로서 할 일 다 하는 거라고 믿었을 지도 모른다.

이것들 뭐 이따위로 꼬였냐. 야 이 인간아 네가 거기서 키다리 아저씨 짓만 안 했어도 동생이 저렇겐 안 됐을 걸. 그냥 형을 피하려고 했겠지. 그래 이제 내가 가장이라 내 동생 책임진다 이거지 아일랜드 남자도 가부장적이니까. 닐 디란디가 진짜 어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 인간이지 남한테 제대로 애정 베푸는 법은 모르는 거냐 애정 퍼부어놓고 죽어버리질 않나 정말. 동생한텐 비뚤어진 애정이나 퍼붓고.

그래도 저것들이 제 형제를 사랑했다는 점은 바뀌지 않겠지.

------------------------------------------------------------------
1. 언론 조작 방식은 하여간 다 똑같다고.

2. 마음 약한 자에게는 자기합리화를. 안드레이 바보.

3. 알렐루야는 자기 눈 앞에 있는 게 소마라는 걸 인정하기 어려운 거야. 이해는 하는데 인정은 안 되는 그런 거.

4. ........식빵 김라일 이놈 자식이.
아니 뭐 젊은 남녀 붙여놔서 눈 맞는 거야 시간 문제고(이미 4개월 전에 눈은 맞았잖나) 애프터에서 가족 이야기 나올 정도면 뭐 갈 데까지 갔네.(...)
저 자식 분명히 아뉴가 스파이라는 거 알고 있다. 어쩌면 이노베이터라는 거 알고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자기를 보고 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 응, 그래. 반할 만 하다. 인정.
물론 라일이 아뉴를 사랑하는 건 맞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드는 거다. 어쩌면 공개석상에서 사랑한다 어쩌고 소리 한 것도 저거 다 알고 있다는 뜻이고, 그래도 괜찮다는 뜻일지도 모르지, 지금은 옆에 있으니까. 일단은 지금만 괜찮다고.

라일이는 저 대사 치면서 마음을 정한 거 같다. 다음에 아뉴가 스스로 사라질지도, 누군가에 의해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 누군가는 자기일 수도 있지. 그래도 사랑한다라, 뭐 너무 낭만적이긴 해도......그래 차라리 저 노선이 제일 밝고 건전해!

5. 할렐소마 기대중.

6. 리본즈 대사 보면 이제 웃겨요 아아 제발 그만 좀.

7. 리제네는 티에리아랑 많이 닮았나보다.

8. 마리나와 애들 노래가 라디오에 나와서 기뻤다. 그래, 저런 거라도 할 수 있으니까.

9. 대령님 어디 계세요.

10. 이봐요 이안 아저씨 당신 딸이 어린애 데리고 연애질 하고 있어!

11. 내 왕류밍이 저럴 줄 알았지. 그래 너한테도 좀 절박하게 와 닿는 게 있어야 니가 사람 꼴 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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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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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래놓고 4개월 후란 말이지, 그런 거란 말이지. 그 사이는 알아서 굴리라고 주는 선물?
다른 분들이 정말 포인트만 찍어서 감상하셨으니까 나는 내가 안 잊어버려야 할 것만 좀 적어놔야지.


잊지 말자고 조금씩 적어놨는데 하여간 뿜기기도 뿜기고(...) 뒷골도 땡기는 한 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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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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