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름밤의 풍류지만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봄감자 라일/벗겨먹어야 제 맛/새하얀 속살
뭐 하다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한 수 읊어보았습니다.

마침 메신저에서 제게 영감을 주신 KISARA 님이 화답해 주셨습니다.
옴감자 라일 / 벗겨먹어도 좋고 / 튀겨먹어도 제 맛 / 어서 오소서 / 우리 주 세츠나 님

세이에이교 신도로서 포스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재밌어서 혼자 하기 아까운 고로, 이어주실 용자님 모집합니다.

히츠지사 님(감사합니다!)
봄감자 라일/술술 잘 벗겨지네/누구랑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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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인식의 힘 (최승호)

절망한 자들은 대담해 지는 법이다 - 니체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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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힘

절망한 자들은 대담해 지는 법이다. - 니체

닐 디란디의 짧은 인생이 록온 스트라토스를 태어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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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 주신 분 읽어주신 분 만들라고 격려해주신 분 모두모두 감사하다는 마음을 담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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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

더블오/감상 2009. 8. 27. 14:19

근세의 국학자 카모노 마부치는 만요슈의 솔직하고 소박하며 남성적인 가풍을 마스라오부리라고 지적했다.

-한국일어일문학회, 《모노가타리에서 하이쿠까지》, 글로세움, 2003

야! 진지하게 책 읽다 뿜게 만들지 마!
그래 뭐 솔직하고 남성적이긴 하다. 근데 소박한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혹시 그런 사나이가 되고 싶었던 거냐  미스터 부.......

카테고리 분류 저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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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앞에는 중무장을 한 기마대가 질서정연히 도열해 있었다. 그 선두에는 파란 갑주를 입은 금안의 남자가 있다. 남자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 보이고 소년이라 하기에는 원숙해 보인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다가올 전투에 대한 희열과 자부심으로 두 눈을 번득이며 외쳤다.
"준비됐냐쵸릿~~스!"
"예이!"
"오슈 필두, 다테 건담무네! 간다!"
"우오오오오오!!!"
환호소리와 함께 무수한 말발굽소리가 땅을 울렸다. 맨 앞에서 말을 몰아가는-몬다기 보다 그냥, 고삐도 안 잡고 팔짱을 낀 채 말등 위에 앉아 있는 금안룡 다테 건담무네는 조용히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카이를 치고 남쪽을 정벌하여 천하를 통일한다. 천하통일, 참으로 아름다운 어감이 아닌가.
그 때, 다테의 눈 앞으로 차가운 바람이 날아들었다. 머리를 움직여 피하자 눈 앞에 날붙이가 번득이고 있었다. 말을 급히 세우고 눈 앞에 나타난 무장을 보았다. 창을 자신의 팔 안으로 갈무리한 무장은 아직 젊었다. 젊다기보다 어리게 보이는 둥글고 큰 눈을 가진 무장은 붉은 갑옷에 목에는 명나라 동전 여섯 닢을 목걸이삼아 차고 있었다. 저승길 삯을 목에 걸고 다니는 데다 창이 특기인 무장이라면 들은 바가 있다. 게다가 이 곳은 다케다의 땅이 아닌가. 그는 큰 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 몸 사나다 부시도 그라함! 오야가타사마께 이 곳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소. 이 앞은 지나갈 수 없소이다, 다테 건담무네 공!"
"지나가고 말고는 내가 결정한다."
애마 더블오에서 뛰어내린 다테가 애도를 뽑았다. 그 즉시 사나다가 창을 꼬나들고 달려들어 다테의 심장을 노렸고 다테는 칼로 창을 치고 다른 손에 든 세 자루 칼로 사나다의 머리를 쳤으나 사나다는 즉시 피했다. 그리고 곧 수준을 좀 높인 개싸움이 전개되었다.
"그라함 스페.......아니 천패절창!!"
불꽃 튀는 소리 파박.
"트란자........아니 워댄스!"
땅 쪼개지는 소리 콰광.
퍼런 불 뻘건 불이 번쩍번쩍하고 땅이 패이고 하늘이 쪼개지고 말과 사람이 넘어가는데도 어째서 두 사람은 털끝 하나 안 다치고 무사한 건지는 말하지 말자. 그것이 캡콤, 아니 그것이 전국바사라, 아니 그것이 개그다.한 합 한 합 칼과 창을 부딪힐수록 사나다의 입가엔 기쁨이 넘치다 못해 흉악하고 괴상해보이기까지 하는 미소가 걸렸다.
"뭐냐, 왜 웃어?"
사나다는 앙천광소했다. 먹이를 발견한 맹수와도 같았다.
"무엇을 숨기랴! 사나다 부시도 그라함! 귀공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내요!"
"쵸릿스?"
"다시 한 번 말하리다! 이미 이 몸, 귀공에게 마음을 뺏겼소!"
창백하게 질린 다테 건담무네가 칼을 쳐든채로 쩍 굳어있거나 말거나 사나다 그라함은 싱글벙글 웃으며 외쳤다.
"그러니 내 창에 죽어주시오오오오오!!! 다테 건담무네에에에에에에엣!!!!"

훗날, 용의 오른쪽눈이라 사람들이 일컫는 카타쿠라 사지로는 그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살다 살다 그렇게 정신줄을 놓은 무장도 처음 봤고 그렇게 무서운 무장도 처음 봤으며 우리 건담무네 님께서 그렇게 목숨 걸고 후퇴하시는 경우도 처음 봤다고.

---------------------
하라는 원고는 안 하고 이게 뭔 짓인지 저도 모르겠는데요;
죄송합니다 Kisara 님 Taken 님. 허락없이 빌려봤습니다. 캐스팅은 건담님 빼곤 죄다 제 맘대로. 실은 마에다 케이지가 알렐루야입니다. 눈새거든요.
그, 그렇지만 건담무네 님 너무 훌륭하셨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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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장마철엔

2009. 7. 12. 13:54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유*브는 위대하다. 찬양하자.

본편 보완이 되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데 기왕 하시는 거 스핀오프 하나 찍으라니까 할렐루야의 날 이런 제목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들었더니 세상에 연애물을 찍고 있어 이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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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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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김라일 모놀로그 네타 뜨고 저게 뭔 소린가 머리 빠지게 고민한 저를 좀 버리겠습니다. 고민한 사람을 바보 만드는 나머지 모놀로그, 아 진짜.

저 계란 한 판은 답이 없어요. 아니 계란이 한 판 있어서 그걸로 계란말이를 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먹고 배나 부르지. 야 임마 너 그러는 거 아냐......하여간 어릴 때 남들 다 해 보는 거 못 해 보면 커서 호되게 앓는다더니 진짜였어요. (수두도 그렇고, 연예인도 그렇고. 어려서 연애인 빠질 안 해 본 애들이 커서 이상한 거 빠질하면 제대로 미친다면서요. 제가 그랬거든요.) 어려서부터 혼자 크느라 너무 외로웠던 거예요, 분명히. 그래서 사람도 잘 못 사귀고 어디 잘 섞이지도 못했을 거예요. CB는 예외. 그것들은 남을 받아들일 만큼 정신이 온전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애가 아뉴를 잃었으니 돌아버릴 만도.......차근차근 잘 돌고 있는 중이죠? 그런데 돌면서도 내심 형한테 좀 미안하긴 했나 봅니다? 아냐 얘 괜찮아. 그거 자업자득이니까 도로 네가 저승 가서 너네 형을 패야지 뭘 미안해 해.

모니터 가득-히 ㅋㅋㅋ를 채우면 감상이 될지도 몰라요.

덧 : 그래서 이걸 사고 죽을까 말까 고민하던 디어 마이스터즈 지르러 갑니다. 하는 김에 문고본이랑 00F도. 근처 사는 모 건덕 님. 독서회 한 번 할까요? 저 육성으로 뿜어야 할 거 같은 의무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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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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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곤비하여 이제야 새 네타를 봤다.

혹시 만약 어쩌면 만의 하나, 네타 안 보신 분들도 있을테니 일단 가려 놓는다. 네타에 대한 감상? 매우 애매모호하다. 사실은 제작진을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저 작자들은 뭘 자꾸 풀어놓냐. 그만, 이제 됐다. 더 안 먹어도 돼. 배부르다 못해 소화불량이야 이것들아! 그런데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 아냐?


솔직히 말해서 새 네타, 잘 풀면 엄청 재밌을 거 같아 기대중이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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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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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브릿지에 모여있을 때 그 사건이 발생했다.
-거주구역에 침입자 발생.
화면에 뜬 문자를 읽는 펠트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톨레미는 우주에 있다. 주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설령 뭔가가 접근했다고 치더라도 거주구역에 나타나기 전에 반드시 어디에서건 침입자를 확인하게 되어 있다.
우주 한 가운데서, 갑자기 거주구역에 누군가가 나타난 것이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누군가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따져보느라 이 생각 저 생각에 바쁜 스메라기며 바로 총을 들고 뛰어가는 세츠나에 브릿지에서 원인을 파악하고자 애쓰다 세츠나가 뛰어나가자 그 뒤를 쫓아가는 라일까지. 전원이 제각각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유령이라도 나타난 걸까요오.
미레이나가 이 어이없는 상황에서 전원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자 사춘기소녀다운 희망사항을 피력해보았으나 누구도 미레이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베다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듯 하다.]
-꺄아!
미레이나가 노골적으로 즐거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야 적의 침입보다야 유령의 침입이 백 번 천 번 낫지 않은가. 연방군을 만나느니 유령을 백 번이라도 더 만나주고 말지. 함내의 전원의 의견이었다.
-외계인일수도 있잖아? 아니면 하나요 같은 존재일수도 있고.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가 인간이 아닌, 하로의 선배격인 2세대 건담 마이스터의 예를 들어보았다.
[그런 거라면 내가 먼저 알았을 거다. 나 같은 존재는 아냐.]
티에리아가 답했다.
-그럼 뭐죠? 뭐가 들어온 걸까요?
펠트의 목소리에 답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톨레미가 생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고, 다들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자라 여기 들어올 수 있었던 건가.
침입을 확인하자마자 뛰쳐나가서 세츠나가 티에리아의 메시지를 들은 것은 브릿지에 한 번 뒤집힌 다음이었다. 경과보고를 듣고 무덤덤하게 감상을 말하며 총을 꼭 쥐었고 라일은 조금 어이없는 눈으로 세츠나를 쳐다보았다.
-사람이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이야?
-모른다.
세츠나는 정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침입자다. 만약의 경우 제거해야지.
역시 요지부동 세츠나 님. 언제나 변함없으십니다. 라일이 한숨을 쉬다 앞을 보자, 꺾어진 복도에서 뭔가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짙은 파란색 줄무니 슈트에 흰색 컨버스를 받쳐 신은 갈색 머리 유럽인종 남성이었다.
-뭐 하는 놈이냐!
세츠나가 총을 겨누었다.
-어이쿠. 이거 꽤 과격하시네.
그것은 항복하겠다는 듯 익살스럽게 손을 들었다. 재미있는 것도 다 봤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어서 라일은 맥이 탁 풀렸다. 세츠나도 아마 어느 정도는 그러했으리라.

그것을 브릿지로 옮겨 심문했다. 아니, 심문이라기보단 대화에 가까웠다. 그것은 내내 세츠나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고 브릿지의 전원이 긴장하며 그를 쳐다보자 헬로~ 하며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끝내 열받은 라일이 한 마디 하려고 했으나 세츠나에 의해 저지당했다. 세츠나는 그를 주의 깊게 쳐다보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재미있는 우주선인데, 구성원들도 다양해! 하며 관광객처럼 즐거워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도무지 긴장할 마음 같은 게 나지도 않았다. 혀를 차고 라일은 우선 필요한 질문을 시작했다.
-이름은?
-응? 나? 나 닥터라고 하는데.
어쩐지 구레나룻이 클라우스랑 닮은 청년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니까 닥터 뭐냐고.
-그냥 닥터다.
세츠나가 옆에서 불쑥 끼어들었다.
-뭐?
대답은 라일의 입과 그 닥터라는 자의 입에서 동시에 튀어나왔다.
-내가 할 말을 하네? 이건 무슨 일이람. 지구인들 맞죠?
닥터는 대놓고 재미있어하는 티를 내며 싱글벙글 웃었다. 꼭 처음 보는 무언가를 발견한 아이 같은 천진한 미소였다. 스메라기가 세츠나에게 물었다.
-세츠나, 좀 알 것 같아?
-음. 역시 티에리아의 말이 맞아. 사람이 아니다.
세츠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닥터의 눈이 둥그래졌다.
-역시?
-뭔가.
-당신, 토치우드요? 나를 알아본단 말이야?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아니, 저 쪽은 날 아는데 난 저 쪽을 모르는 건....... 혹시 미래에서 만났었나? 그럼 난 여기 두 번째 온 거란 말인데, 그렇겐 안 보이고, 음, 생각 좀 해 봐야겠군?
-무슨 소린지는 못 알아듣겠다만 인류가 아닌 건 확실하군.
세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해치기 위해 온 자는 아니다.
-어, 뭐 그건 맞죠.
닥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냥 여행 온 거라니까. 여기 24세기 맞죠?
-맞다.
24세기를 보통 여기라고 부르나? 세츠나가 일행을 대표해서 대답했고 나머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일이 옆에서 그보다 미래는 만났었다가 아니고 만날 것이다 아닌가 하고 중얼거리자 티에리아가 어차피 한국어의 미래시제는 시간 개념보단 상태를 나타내는 개념이므로 솔직히 미래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로 적합한 가가 의문이라고 말했고 라일은 작가가 한국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여기 사람들이 하지도 않는 언어로 개그하려는 시도 하지 말라고 허공에 대고 툴툴거렸다. 아무튼 이 사람의 언어는 참 독특했다. 시간개념이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와 다르기라도 한 듯. 라일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 지나갔으나 그것은 그냥 번뜩임일 뿐 아무 깨달음도 주지 못했다. 그 때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가 의문을 표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떻게 들어왔나요?
-아, 타디스를 타고 왔어요.
-타디스?
-내 우주선 이름입니다. 어디든 가죠.
과연 거주지역 한 구석에 파란, 샤워부스만한 크기의 목조설치물이 생겼다. 모니터에 뜬 그 난데 없는 목조설치물을 다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Police call이라고 적혀있는 그 것은 20세기 공중전화라고 라일이 설명해 주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여긴 저런 게 없었지. 저건 저 자가 타고온 게 맞는 모양이다.
-과연.
-납득할 일이 아니잖아요. 저게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온 거죠? 게다가 나무잖아요?
펠트가 의문을 제기했다.
-외계인이라서 우주를 왔다갔다 하는 걸지도요. 이 우주, 저 우주랄까요오?
미레이나가 농담처럼 이야기했고 다들 웃으려고 했지만 세츠나와 닥터만은 웃지 않았다.
-맞군. 외계인이다.
웃기야 같이 웃지 않았지만 반응은 달랐다. 세츠나의 대답은 관찰 결과를 도출하는 듯 했지만 닥터의 반응은 달랐다. 그리고 그의 반응 때문에 세츠나의 반응은 잠시 묻혔다.
-그래, 그거야!
갑자기 닥터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방 안을 아주 산만하게 빙빙 돌아다니며 두서없이 말을 쏟아냈다.
-평행우주!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아냐, 이제라도 생각했으니 난 역시 대단해! 여긴 다른 세계로군? 지구인이 있고, 새로운 지구인이 있어! 자기들 스스로 변혁을 시도한 거지, 역시 지구인이란!
그리고 그가 세츠나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더니 어깨를 콱 짚고 세츠나와 눈을 맞추었다.
-역시, 그냥 지구인이 아니었어. 뭔가 있었어. GN입자. 그거로군. 분명히 내 우주엔 없는 개념이야. 지구인의 작품이군? 뭘 위해 이런 걸 만들었지? 나노입자 같은 거랑은 종류가 달라. 인간의 생체반응을 바꾸는 물질.......왜지? 왜 이런 게 내 눈앞에 있지?
닥터는 세츠나를 꽉 붙들고 열띤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세츠나가 조금 당황한 듯 했고 지켜보던 랏세와 라일이 닥터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달려들어 닥터의 어깨에 손을 놓자, 닥터는 세츠나에게서 조심스럽게 손을 놓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뭐 하는 짓이요?
-아, 실례. 내가 원래 신기한 걸 보면 잘 이래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과하는 닥터를 보고 랏세가 기막힌 표정을 지었고 세츠나는 조용히 어깨를 털어내고 침묵했다. 그 때 미레이나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세이에이 씨, 아까 외계인이라고......
-네, 정답. 저는 외계인입니다.
순간 침묵이 흘렀다.
-외계인이라고 해도 여기 들어오면서 톨레미의 감시체계를 다 통과했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생체반응이 있는데 그게 외계인이라고 해서 없을 수는 없잖아요.
펠트가 주장했고 닥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나도 호흡기관을 이용하고 있으니까. 산소도 소비하고, 열반응도 있고.
그는 계속 농담을 하듯 말을 빙빙 돌렸고 참다 못한 라일이 한 마디 했다.
-어서 이야기해. 어떻게 들어온 거야?
-으흠 뭐. 그런데 당신들 참 독특하군?
라일이 닥터를 노려보자 닥터가 라일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
-보통 내가 어떻게 들어오건,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어떻게 왔고 왜 왔냐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진 않거든요. 그런 경우는 보통 남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데, 나 모르게 남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치고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을 못 봤단 말이지? 대체 이 적은 인원에- 다른 사람들 더 없는 모양이죠? - 이만한 테크놀로지, 게다가 무기까지 굉장히 많이 갖고 있더군? 그게 왜 필요한 걸까? 응?
닥터는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웃을 수가 없었다. 웃으며 이야기하는 닥터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었다. 마치, 있어서는 안 될 것을 보는 것처럼.
Posted by 유안.
,
1. 이번 코가 윤 사태에 대한 나의 감상.
어린 쌍둥이는 간식으로 푸딩을 먹고 있었다, 끗.

아니 농담이고.
한 줄 감상 : 김라일 바보.
확실히 민간인으로 출발하긴 했을 거다. 테러에 지원하는 젊은이들은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물론 제정신은 아닌 민간인이었겠지만 그럭저럭 사회에 발 붙이고 살던 민간인이 미친 테러리스트가 되는 과정이라, 행간을 파는 동인녀로서 참 좋은 소재가 아닌가.

닐 디란디의 브라콤 증상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브라콤들은 자기 동생을 사랑하지만 한 수 아래로 보지는 않는다, 보통. 저 놈의 답 없는 애정은 솔직히 정상 아님. 결국 마지막 디란디(마지막 타임로드와 비슷하게 들렸다. 우주를 떠도는 닥터와 김라일의 만남...............어, 어라? 이거 은근히 잘 어울리는데. 차라리 라일아 닥터 컴페니언으로 따라다녀라 명줄도 보장된다.)도 미친놈이 되었으니 세상에 정의는 살아있다. 인과응보가 이루어졌다, 흥!

......동인들에게 허락된 것은 ㅇㄹ와 개그와 막장패러디뿐인가. 셋 다 못 하는데.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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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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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에 제가 그런 적 있어요. 쿠로다는 오펜 시리즈 본받아서 무모편 본편 프리편을 따로 만들라고요. 본편에서 뿜개그 좀 그만하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 인간이 이미 그걸 했더라고요. 드라마CD 1, 3편은 무모현 2, 4편은 프리편. 쿠로다 미안해.
(오펜 무모편은 본편을 상상할 수 없을만큼 미친 개그고 프리편은 무모편과 본편의 궁상맞은 오펜을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인데 세 가지가 완벽히 연결됩니다. 아키타도 존잘이에요.)

2. 전에 그런 적도 있어요. 그라함 저 작자 분명 무사도에 중도가 포함되는 줄 알 거라고.
.......너 방금 분명히 '슈도'라고 발음했겠다, 그ㄹ......아니 무사가면? 야 그걸 진짜로 써먹냐! 솔직히 그런 거 읽어낸 거 하나도 안 기쁘다!

3. 후루야 씨 당신 요새 뭐 들어요? 그 연기 뭐예요? 대체 뭘 참고하신 거예요? 게다가 재밌어하고 계시니 원 참. 아니 그건 전부 마찬가지지만. 연기자들이 즐기면서 하니까 듣는 사람들도 참 재밌었어요.

요 세 가지로 웃었다. 솔직히 참, 엄청 뿜기긴 뿜기는데 마음에 들었다. 그 세츠나를 저렇게까지 몰아가다니 역시 먼치킨 캐릭터 그라함 에이커. 저 자가 스루된 건 틀림없이 먼치킨이라 쓰기 힘들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군데군데 숨은 묘한 분위기라거나(그리고 그걸 죄다 미레이나 탓(!)으로 돌리는 비범함) 그런 건 그냥 웃자고 하는 패러디고. 솔직히 그라함이 진성 100% 게이면 전국시대 무장들이 다 게이게? 대놓고 알렐루야 공기화를 갖고 개그하는 걸 보니 너네 잘못이 뭔지 아는 모양이라 조금 안심했다.
뭐랄까 애들 성격 갖고 하는 개그? 그냥 즐겁게 웃어보아요 우리는 쿠로다의 남은 개그혼이에요 하고 주장하는 거 같아서 즐겁게 잘 들었음. 죽어라 엇박자밖에 못 치는 훈수나 두고 헛참견질이나 하는 김라일 78% 네라이우치며  정말로 열 뻗쳐서 목표를 구축하려는 세츠나며 그 와중에도 스메라기 가슴을 평가하는 알렐이며 근엄한 연기 즐기는 티에리아며.......무려 미동 연기를 하고 앉아있는 리본즈며 그 와중에 무려 가장 제대로 수사를 하는 그라함이며.
배경음악도 더 무시무시해지고. 이 사람들아 이런 거 재미들려서 막 발전하고 그럼 못써요(입틀어막고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트랙의 대화. ......라일의 발언을 대뜸 부정하는 세츠나가 예리했다. 그래, 아직은 도망가는 단계인 라일이 그 말을 하면 안 된다 이거지? 세츠나 네가 닐 디란디의 뒤를 이었으니 그 정도는 안다고?
그 이름은 내 거라고 주장하는 라일을 한 대 쥐어박고 싶어졌다. 너 몇 달 뒤에 그 때 떠올리면 참 부끄러울 걸. 게다가 와 완전히 삐딱선이네? 그러고 싶겠지 거기도 도피천데 또 도피하고 싶어졌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아닌 줄 알면서도 대놓고 라일에게서 닐의 그림자를 못 찾아서 툴툴대는 아이들(...) 그래 닐 디란디의 그림자는 오지랖과 정비례하지.
개그를 하면서도 라일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싶었나보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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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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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맞이하여 가슴과 머리로는 매우 열을 내고 있으나 무의식 차원에선 완전 신났는지 메신저에서 록온즈 이야기로 불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라일이 스스로 록온이 되려고 한다는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라일 디란디한테 그거 되게 중요하거든요.
게다가 알렐루야에게 가장 관심을 갖고 있던 Viai가 디란디즈한테 손을 뻗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점 매우 기쁩니다.

기쁜 김에 함께 불타고 있는 Viai랑 변태리퀘를 주고 받기로 했습니다.
제가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서정가'를 베이스로 팬픽을 쓰면 비아이는 동 작가의 '잠자는 공주의 집'을 갖고 팬픽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 리퀘 이야기하면 다들 변태라고 비난할 거 같은데, 서로 안 쓰고 입 닦을까봐 올립니다. 변태 아니라고 말은 못합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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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 라일 디란디로 계속 표기되는 이유를 나는, 남들이 록온 스트라토스로 인정 안 해주고 본인도 그럴 생각이 없어서, 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가 록온 스트라토스가 되면서 라일 디란디를 버리는 순간을 극대화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극장판에선 라일 디란디라는 이름을 보기 힘들겠지. 아니 때로 시의적절하게 나와 나를 죽이려고 들려나. 아무튼 엔딩의 이름은 록온 스트라토스일거다.

그리고 세츠나에 대한 모든 원한을 뛰어넘었다. ......사랑한다 김라일. 78%짜리 일반인일 때가 차라리 나았어. 어떤 면에선 네 형보다 더 답이 없구나.
진짜 어른이 된 게 네가 네 형을 계승하면서부터라고 생각은 하는데-그런 점에서 25화는 유년기의 끝 맞다. 세츠나는 아버지를 뛰어넘었고 너는 형을 뛰어넘었고.- 네가 선택한 길이 필연적으로 가시밭길이고 깨진 유리바다인 건 알겠는데 말이다, 원래 어른 팔자는 그렇게 더러운 거니, 응?

......내가 진짜 이딴 팬질 계속 해야 합니까, 네?

에라이 닐 디란디 이 더러운 옴므파탈아 너는 무슨 전장의 마녀냐. 네 동생도 그 길로 몰아넣고 세계를 저격하라고 몰아가고 있어. 세츠나를 몰아가더니 이젠 동생을 몰아가냐? 네 역할은 그거냐?(내가 마녀네 옴므파탈이네 욕하긴 했어도 그건 저 놈이 남자라서 그런 거다. (마초들은 계집 소리 들으면 돌아버리는 게 김트루))
카악, 퉤.

물론 그 닐 디란디는 라일이 본 일종의 헛거였을 가능성도 제법 된다. 트랜잠 속에서라고 해도 이미 죽은 사람이랑 GN입자를 써서 대화하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확실한 건 라일 디란디가 아는 형은 그렇게 말했을 거라는 거고. 그게 형으로서 닐의 모습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라일 디란디를 대하는 닐 디란디는, 그런 놈이었다.
세츠나한테 록온은 부모가 맞다. 내가 가지 못했던 길을 대신 가 달라고 마구마구 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부모의 욕망이거든. 나는 이렇게 못 살았으니까 너는 꼭 그렇게 살아다오, 하는. 나의 분신이니까 자식 대하듯 하는 게지.
그런데 저건 내 분신도 아니고 그냥 내가 까라면 까야 하는 존재;; 대체 뭔 형제 사이가 그렇냐? 리린 님 말씀마따나 록온들은 안동, 봉화, 영주에 가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어서 적응하기 쉬울 거야. 라일은 반항은 좀 하겠지만 형이 가부장인 이상 적응하고 살게 되어 있다.
세츠나한테보다 라일한테 더 불공평하게 대한 저 인간 저걸 어떡하면 좋을꼬. 야 너 어떻게 동생한테 그럴 수가 있냐? 세츠나 팔자 완전히 말아먹고 튀었으면 됐지. 세츠나한텐 미안해도 라일한텐 안 미안하지 응? 세츠나보곤 변하라고 해놓고선 라일 보곤 내 뒤를 이으라고? 아 물론 라일의 변화가 댁보다야 긍정적인 데가 있다는 점 부인은 안 해. 그치만 가는 길은 똑같거든. 걔 그렇게 안 살아도 되는 애거든.

물론 형으로서 동생의 변화를 축하하는 건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하는데-너도 마지막에 복수심 떄문에 인생 그르치지만 않았으면 나름 확고한 목표는 있지 않았니- 난 그래도, 최소한 너는 거기서 동생 걱정 조금은 해줄 줄 알았다. 미안하다 소리 한 마디는 할 줄 알았어. 네 정신세계를 만만해게 본 내가 바보다 그래. 너 정말 미쳤구나.

그리고 라일 이 자식아. 넌 그 때 도망치는 게 아니었어. 어려서 형한테서 도망친 덕분에 지금 네 인생이 그따위거든. 지금 네가 서 있는 곳은 그러니까 2차원 좌표축에선 원점이란다. 3차원으로 바꾸면 좀 더 지옥에 가까운 어딘가로 푹 꺼진 곳이겠지만, 원점이야. 결국 너는 심하게 이야기하면 네 형의 대체품이 되어버린 거지. 조악한 표현인 거 알지만.
사셰스 발라버린 것도 결국 형의 뒤를 이어버린 거잖아. 물론 잘 했어. 이해했으면서도 쐈잖니. 세츠나에 대한 원한도 모두 정리했고. 근데 그거 네 형이 해야 하는데 바보라서 못 하고 간 일이거든. 너 진짜 안 됐다? 물론 너는 형을 뛰어넘었지. 라일 디란디로서가 아니라 록온 스트라토스로서.
물론 라일 디란디가 아니고 형이 되는 것이 네 목표겠지. 너도 참 정상은 아니다. 그걸 왜 30 다 되어가서 실천하는데.  

내 진작에 형은 대단해 할 때 네놈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 대사가 하도 충격이라 어버버하는 사이에 이까지 밀려왔구나. 속 터진다.

메신저 대화를 좀 긁었다. 전부 내가 한 말.

사실 닐디란디로선 좀 화를 내도 될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야.
 화 안 낸 이유가 뭔지 암만 생각을 해 봐도
 나는 네 인생을 무조건 긍정하겠다는 크고 따사로운 애정.......은 아닌 것 같은 거야;
 라일의 뇌내망상이라서 그렇다.......고 보기엔 GN 입자란 굉장히 가차없는 존재고;
물론 저것도 꽤 들어가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테러범으로서의 닐디란디의 혼이라고 생각하지 물론.
 .......저런 놈이 테러하면 답이 없죠 아놔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고 형을 이어가겠다는 동생이 기꺼웠을지도 모르지.
 그것도 꽤 컸을 거라고 봐. 도망만 치던 애가 지 인생 말아먹긴 해도 도망 안 가겠다는데
 형으로서 기쁘지 않겠냐.
 것도 알껍질 덜 떨어져서 보호해야 되던 동생이 어른이 되었다잖아.
형으로서 보호해야 하고 한 편으로 키워야 하는 동생을 대하는 마음과 테러리스트의 미친 혼이 만난 합작품이 이번 사태, 라고 보는 게 내 한 줄 감상.

진짜 무서운 형이다 닐 디란디. 애들한테 형 노릇한 건 진짜 일 때문에 필요해서+골때리는 미성년들을 앞에 둔 성체로서의 본능(손이 많이 가는 어린애들을 앞에 두면 누구라도 보모 체질 내지는 선생 체질 내지는 형님 누님 체질이 되게 되어 있다.)+과거의 자기 같은 애들에 대한 연민 그런 거였구나. 저 인간이 진짜 작심하고 형노릇한 결과는 지 동생을 지상에 처박아놓고 지맘대로 너는 미래의 상징임 하고 의미부여해놓고 혼자 우주에서 복수심에 불타 죽는 짓이었다. 동생은 형의 거대한 그늘에 눌려있고.
그 동생이 형의 그늘에서 빠져나와 사람이 되겠다는데, 무려 자기 뒤를 잇겠단다. 우리는 저 구도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아들이 커서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는 아버지들의 마음. (제기랄) 이영도 가라사대 아들이 자기처럼 될 걸 기대하는 게 남자라고.
그러므로 저게 라일 디란디가 본 환각이라고 해도 나는 저 닐이 닐 디란디가 맞다고 생각한다. 닐 디란디와 한 몸을 나눴고 함께 자랐고, 형의 흔적을 좇던 애가 상상한 형이니 형다우리라고 믿는다.  솔직히 환각 반 진짜 닐 반, 보고 있자면 그런 기분이라서.

쓰던 원고를 갈아엎을 필요는 없다는 게 기쁘다. 더할 건 있지만. 닐디란디, 가만 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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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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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온데이를 맞이하여 그냥 넘어가긴 뭣해서 시집에 들어갈 원고 하나 올립니다.
(방금 썼습니다만 실을 건 맞으니까요)


원작, 함형수의 '해바라기의 비명'
손은 거의 대지 않았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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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일본어를 안다. 그 사실을 알렐루야가 어떻게 알았냐면, 지금 술기운에 소파에 엎어져 졸고 있는 스메라기의 소파 밑으로 떨어진 손 아래 바닥에 읽다 만 듯, 편 채로 엎어놓은 일본어로 쓰여진 책이 떨어져 있어서이고. 그게 일본어인 건 어떻게 알았냐면 세츠나가 그 책을 펼쳐 읽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안가가 있는 세츠나는 일본어를 안다. 회화가 능숙한 정도는 아니지만, 뉴스를 듣거나 서류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는, 관광이 아닌 목적으로 체류하는 평범한 외국인을 연기할 정도로는 안다. 24세기가 되어서도 아직 자신의 언어를 유지하는 민족은 제법 있었다. 물론 그럴 만한 정치적 문화적 권력이 있을 때 이야기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실격?
책을 먼저 주운 것은 알렐루야였다. 한자 정도는 읽을 수 있다. 인혁련 출신이니까. 굳이 소리내서 읽은 것은 제목이 하도 걸작이라서다.
꽃 이름 외우기라도 하는 건지 하로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펠트와 간만의 휴가라고 신이 난 몇 명, 그리고 이꼴 저꼴 보기 싫다고 어느 구석에 틀어박힌 티에리아를 제외한 세 명의 마이스터, 알렐루야, 세츠나, 록온이 그 곳에 있었다. 알렐루야의 목소리를 듣고 다들 소리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알렐루야.
-아뇨, 그게 아니고 책 제목인데......
록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드물게 폭소했다. 잘 웃기는 해도 저렇게 웃는 사람은 아니다.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록온이 어이없는 표정을 계속 지은 채 알렐루야를 쳐다보았다.
-거 걸작이네. 뭔 책이 그래?
-그, 그러게요.
록온이 과잉반응을 보이자 알렐루야도 불안해졌다. 솔직히 제목이, 좀, 많이, 굉장히, 찔렸다. 인간실격. Human lost. 평범한 사람-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도리 같은 걸 모른다. 희대의 살인마 A(24세, 남성)가 희대의 살인마 B(19세, 남성) 쪽으로 다가와 책을 폈다.
-첫장부터 광고냐......근데 이거 무슨 책이야?
-글쎄요, 저도. 모르는 글자라......
-설마......
록온이 인상을 찌푸리자 알렐루야도 덩달아 인상을 썼다. 그 때 세츠나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단호한 동작으로 첫장을 폈다. 아까 록온이 편 부분과 반대쪽이었다.
-일본어다. 이 쪽부터 읽는다.
-어, 그래.
그리고 세츠나는 책 첫 문장을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생각 없겠지만- 또박또박 읽었다. 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책을 읽는 세츠나는 무덤덤했지만 나머지는 어쩐지 머리가 아팠다. 첫대목이 주는 인상이 하도 어마무지해서 쩌억 굳어있다 먼저 해동된 쪽이 록온이었다. 아니, 마음 잡고 착실하게 살아가야 하는 16세 소년 앞에서 더 이상 읽고 싶은 내용이 아니었다. 물론 착실하게 살아가는 애가 이런 데 있으면 안 된다는 건 록온이 알고 알렐루야가 알고 스메라기가 알며 세츠나도 물론, 안다.
-수기?
-글쎄, 모르겠다.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에게 물어봐라.
-자는데?
-응? 아니 안 자.
떠드는 통에 깬 모양이다.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 한 손으론 얼굴을 문지르며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던 전술예보사가 일어났다.
-아, 시끄러웠나봐. 미안, 미스 스메라기.
-아냐아냐, 이제 슬슬 일어나서 머리도 좀 정리해야 하고........뭐야, 왜 남이 보는 책을 막 들고 가?
스메라기가 펄쩍 뛰며 세츠나의 손에 있던 책을 뺏았다.
-아, 아뇨 스메라기 씨. 그냥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그냥.
알렐루야가 엄청 찔리는 표정으로 변명했다. 스메라기는 책을 한 번 보고 알렐루야와 록온, 세츠나를 한 번 둘러보고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공범들에게 뭔가를 들킨 사람의 모습이었다.
-응, 하긴 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하지.
-무슨 책이우?
-이거......소설이에요 소설. 그냥 자기가 인간실격이라고 믿는 어떤 사람의 수기 형식으로 된 건데.
-흐음.
록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메라기를 보고 보란 듯 한숨을 쉬었다.
-이런 거 좀 들고 다니지 말라고. 뭐예요 이 누가 봐도 뜨끔한 제목은.
-뜨끔하니 그나마 다행 아냐? 거기서 남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끝장이잖아.
스메라기가 록온을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인간실격, 이라는 제목이 유달리 큰 글자로 박혀있는 그 책은 많이 읽은 듯 손때가 묻어있었다.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가 평소에 소설을 읽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전술예보사가 읽어야 할 문서는 그런 게 아니니까. 아마 이 책이, 그녀의 애독서이겠거니.
-좋아하는 책이야. 휴가 나와선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지.
스메라기가 웃으며 덧붙였다.
-제목 보고 무슨 흉악한 책인가 했잖아요.
록온이 웃었다.
-하긴 좀 찔리죠, 인간실격.
알렐루야도 웃으며 거들었다. 희대의 테러리스트들이 서로 인간실격자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뭉치려는 순간 낮지만 어린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뭐가 찔리나.
세츠나가 진지한 얼굴로 세명을 쳐다보고 있었다.
-응? 뭐 이런 거 저런 거 있잖아.
알렐루야가 변명하듯 말하자 세츠나는 확신을 실어 답했다.
-우리는 수치스럽지 않아.
굳이 말하자면 저 표정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신념을 가진 자의 표정이었다. 건담을 믿고 있는 어린 소년은 더 이상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하지 않았다. 수치스러우면 안 되고, 인간실격이어서도 안 된다.
-그래, 지금 하는 일도 부끄럽지 않고 나도 부끄럽지 않아. 다만 이제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에선 확실히 실격처리된 상태라는 거지. 그게 찔리네......세츠나, 나가서 크리스 좀 불러줄래. 이제 슬슬 일해야지.
세츠나는 대답하지 않고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몸을 돌렸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알렐루야는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스메라기 씨랑 록온이 인간실격이 더 실감나지 않으려나, 하고.  그냥 감일 뿐이라 말로 옮기지는 않았다. 아무리 사회성이 부족해도 그 정도 눈치는 있는 법.
이미 처음부터 실격이었으니 실감나고 말고 할 게 없는 입장인 자신이나 더 어린 나이에 손에 피를 묻힌 티가 나는 세츠나야 더 할 말이 없고. 인간실격, 이라는 게 제대로 감이 오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인간도 아니었는데 뭘. 알렐루야는 씁쓸하게 중얼거렸고 반신은 이번엔 웬일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후로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그 책을 읽는 것을 볼 수 없었지만 알렐루야는 얼마 후 한 잔 하러 들른 스메라기의 침대머리맡에서 그 책을 또 발견했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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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좋아하는 데 나이는 상관없죠. 그저 다메정신으로 단결하면 됩니다. 하지만 만 26세에도 애독서라면 참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자이를 삽질대마왕이라 부르며 애증으로 한결같이 핥는 저도 그 짓은 안 합니다.
문제는 어제 커피아이스크림 먹고 뻗어서 골골거리다가 생각난 거라는 거. 뭐죠 저?

수정보고 있습니다. 일 하는 틈틈이 아이디어 까먹기 싫다면서 끄적거리는 인간은 미친 거 맞다고 물론 생각합니다. 그, 그래도 할 일은 한다고요......

그리고 이제 와서 밝히는데 저 문장 책 첫페이지에 나오는 거 아니에요. 사실 진짜 첫문장은 나는 그 남자의 사진을 세 장, 본 적이 있다. 입니다. 거기서 몇 쪽 뒤에 제1의 수기, 부터 그 문장이 나오거든요. 하하하하. 스루합시다 스루.
Posted by 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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