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얘들아 그거 러브러브랑은 좀 다르지 않니. 지치고 우울한 청년들이 인생한탄하는 거랑 러브러브는 좀; 위대하신 더블오라이저 덕에 노래를 듣게 된 세츠나와 사셰스. (못 하는 게 없다니까;)사셰스는 의아해했을 뿐이고, 세츠나는 그 노래에 흥미를 보였다. 이것도 세츠나의 성장인가 생각하니 우리 아이가 이렇게 잘 자랐어요 싶어서 눈물이....가 아니고;; 거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갔으면 괴물이 되었을텐데. 자신이 믿던 신을 부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좀 더 나가면 자기 일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을 상황이었으니 거기서 사셰스와 대치하면서 치고 받는 게 닐 디란디의 뒷골 땡기는 복수보다 오히려 질이 나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꿈에 그 사람이 나왔나. 신이 있다면서 자신을 꼬드겨 존속살해범으로 만든 아버지 하나에 새로 건담님을 신으로 섬기고 자기를 건담이라고 외쳐가면서 인생 새로 살아보려고 했는데 이번 아버지도 잡놈이고 그래서 그런 꿈을 꿨을 거라고 본다. 그래도 바꿀 수 없는 과거에서 너만은 변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그나마 지금의 세츠나에게 유일한 부모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 트라우마도 죽도록 짊어지워 줬지만.
2. 마리나는 참 꿋꿋한 아가씨다. 꿋꿋한 지도자는 못 되었지만. 저런 사람들도 있어야 세츠나도 좀 살지. 전부 전쟁통에 괴물이 되어버렸으면 쟤 분명히 양심 찔릴 거야. 마리나도 괴물이 되면 그건 그 나름대로 곤란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세츠나는 그 어린애들 보면 감회가 남다를텐데. 그래서 그 노래는 슬펐다. 카탈론 사람들과 시린은 그 노래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3. 허큘리 대령이 거기서 정권을 장악하고 쿠데타 발표를 했으면 나는 자동으로 5.16과 그 뒤에 이어질 유신헌법을 예상했을 거다. (...) 순진한 이상주의자이자 한계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으면 동정표 못 받지. 정말로 저 사람은 저 군부가 싫었던 거다. (그래도 하는 말은 좀 기분나쁘더라. 나도 한국인이란 말이다.) 그나마 자기들이 뭔 짓 하는지 아니까 다행이긴 한데, 안드레이와 루이스는 정말로 모르기 때문에 자기들은 최선을 다해 자기가 믿는 걸 지키려고 할 수록 수렁에 빠지는 거고. 일제시대 일본 유학 다녀온 똑똑한 청년들은 뭐 전부 멍청하고 탐욕스러워서 친일파가 되었겠냐고. (대표적인 예로 이인직이나 이광수가 밟아온 길을 보면 안다.)
솔직히 막장바보들의 싸움이긴 한데, 어로우즈가 더 뒷목을 잡게 만드는 건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어떻게 자기정당화를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통제야 그 기본 중 기본 아니겠나.
4. 그나저나 라일 디란디, 닐 디란디. 너네 엄마가 여자애 만나면 자기 소개 꼭 해야 신사라고 가르치시던? 아놔 그 상황에서 웬...... 그리고 너 의외로 애들이랑도 친해졌다?
5. 언제나 웃음을 주는 콜라사워. 쟤는 그래서 콜라인 게 틀림없다.
6. 미스터 무사도......댁이 샤아요. 뭐야 그 세 배 빠른 빨강은? 무림정파(...)의 아웃사이더와 사파의 정통을 이은 무사의 한판 싸움.......악 이게 아니고, 이제 세츠나와 대등하게 붙을 수 있단 건데 너 이번에도 최종보스전 내지는 보스전 하게?
7. 세라핌? 그래, 단죄하는 건 바로 티에리아 아데지. 닐 디란디의 세례를 받고 인간이 된 천사께서 여전히 불칼을 휘두르고 계셨다.
원이 님 리퀘입니다. 술자리에서 삼자대면- 스메라기, 알렐루야, 록온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셋이 붙여놓으니까 자기 방어들이 쩔어서 입을 안 떼는 통에 뭘 시키질 못해서 편법을 좀 썼습니다.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 일단은 질 낮으나마 개그를 하고 싶어서 시도해 봤습니다. 수위는...........전혀 안 높아서 죄송합니다.
좋은 걸 들고 왔다며 록온이 꺼낸 것은 초록색 투명한 액체였다. -어머, 압생트네? 물감을 푼 듯 둔탁한 빛이 나는 액체를 보고 알렐루야가 이게 뭔지 고민하고 있는 동안 스메라기가 반색했다. -압생트? -그래, 이 술 이름이야. 좋은 걸 가져왔네, 록온. 요즘 이런 걸 만드는 데가 다 있어? 처음 듣는 이름을 한 번 더 발음해 보는 청년을 향해 술병을 든 청년이 밝게 웃었다. -내가 좀 유능하죠. 이거 전통대로 빚은 술이라서 더 각별하다더라고요. 그럼 셋이서 마셔 볼까요? 좋은 건 나눠야 한다는데. 알렐루야는 멍하니 생각했다. 아, 셋이 마실 거구나. 록온, 스메라기 씨. 또 누구지? 랏세 씨는 물자 보급 때문에 톨레미를 비웠고 이안 씨는 새 기기 시착 때문에 지상에서 할 일이 있다고 했는데. 그럼 한 명은......아. 생각을 멈추고 눈 앞의 얼굴들을 쳐다보니 록온과 스메라기가 알렐루야를 보고 씩 웃고 있었다.
-압생트 매직-
녹색 액체는 색깔처럼 풀과 박하향이 났다. 입안에 넣자 목이 아릴 만큼 독하고 썼다. 한 입 물고 인상을 쓰자 각설탕을 한 손에 들고 물을 찾느라 냉장고를 뒤지던 록온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같다. -어, 알렐루야, 그거 그렇게 마시는 거 아닌데? -어, 아니에요? -설탕이랑 물 넣고 희석시켜야 되는데......야, 괜찮냐? -.......이거 물보다 알코올이 더 많은 거 아녜요? -응? 아마 그럴 걸. 머리가 핑 도는 게 보통 술이 아닌 모양이다. 모든 술을 물 마시듯 마시는 스메라기마저 얌전하다. 록온은 웃으며 잔을 채우고 있다. 스푼에 각설탕을 넣네 마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우주에서 그렇게 술 마실 수 있는 건가요. 애초에 특수용기에 넣고 빨대로 빨아마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술 빨대로 마시면 더 취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록온도 스메라기도 어쩐지 이상하다. 왜 저 쪽은 별로 마시는 것 같지 않는데 내 잔은 자꾸자꾸 비는 걸까. 록온이 한 잔 따르고 스메라기 씨가 한 잔 따르고. 이상하게 내가 여러분들 두 배를 마시는 거 같은데 이거 내 착각 아니죠? 지금 내가 잔 막 비우는 거 아니죠? 자꾸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자 록온과 스메라기가 줄어들었다 커졌다 하고 있었다. 취했구나.
눈을 뜨자 먼 우주였고 동방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응? 왜 타오르지? -깼나. 알렐루야 합티즘. 차가운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티에리아의 목소리다. 분명히 술 먹고 취하는 추태를 보이고 숙취로 다음 날 임무에 지장을 주며 혈중알콜농도를 높였으니 건담마이스터의 자세가 아니라고 야단을 칠 텐데 이를 어쩌면 좋아. 야단 맞을 각오를 하고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앉아라. 내가 건담 마이스터를 위한 올바른 기호품을 준비했다. 이거라면 술 따위 마시지 않아도 좋을 거야. 앉으라니 어디에,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치 갓 만든 양 하얗고 눈부신 의자와 탁자가 눈 앞에 떠 있었다. 의자에 몸을 기대자 의자가 몸에 맞춘 듯 편안해졌다. 신기하네, 하고 뒤를 돌아보니 티에리아가 손에 쟁반을 받쳐 들고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 가르송 복장을 각을 세워 입고. -티, 티에리아, 그건? -바른 가르송이라면 앞치마 매듭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할 터. 먼지는 커녕 얼굴 비추는 거울 대신으로 써도 될 정도로 윤이 나게 닦은 구두에 까만 바지에 조끼에, 이야말로 웨이터의 표본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전시해도 좋을 정도로 칼 같이 차려입은 티에리아가 손 데면 베일 듯 각을 잡아 다린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내가 직접 구웠다. 먹어보도록. 근엄한 얼굴로 말하며 쟁반을 내려놓자 하얀 접시 위에 쿠키가 반듯하게 두 줄로 놓여있었다. -와, 티에리아 별 걸 다 할 줄 아는구나. -닥쳐라. 말하는 건 여전하구나. 알렐루야는 웃으며 쿠키를 집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쿠키라고 부를 수 없는 물건이다. 왜 쿠키가 푸르뎅뎅한 빛을 내고 있나요. 자체발광 쿠키? -티에리아, 쿠키가 파란데다 빛까지 나. 이거 형광등이야? 티에리아는 근엄하게 답했다. -그야 GN 입자를 반죽해서 구웠으니 당연하지 않은......어딜 가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렐루야는 번개 같은 속도로 일어나서 붉게 타오르는 동방을 향해 질주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 전에 GN 입자가 반죽이 되는 거였나 하는 생각 같은 건 그 때는 들지도 않았다. 오로지 저것을 먹었다간 인간으로서의 생활이 끝장날 것이라는 생각 밖에는. 등 뒤에선 티에리아가 벽력같은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먹어라! 건담 마이스터가 이 정도도 못 먹어서야 자격이 없다! 죽어도 먹고 싶지 않다. 알렐루야는 기를 쓰고 외쳤다. -티에리아! 사람으로서 할 일이 있고 안 할 일이 있어! 아차. 등 뒤의 고함이 살기로 바뀐 듯 하다. 티에리아 쪽에서 어째 고오오오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괜히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말 잘못 했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알렐루야 합티즘, 죽어! 건담 마이스터 주제에 뭐가 어째? 죽어 마땅하다!! .......티에리아, 너 버체도 아닌데 어디서 지금 캐넌포를 쏘고 있는 거야? 캐넌포를 피해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리는 동안 등 뒤에서 그 쿠키가 날아오는 것 같았다. 캐넌포보다 어떤 의미로는 그게 더 무섭다.
-세츠나! 어느새 붉게 타오르던 뭔가가 없어지고 먼 별을 배경으로 아령운동을 하고 있는 세츠나가 보였다. 점점 커지는 것을 보니 자신이 그 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알렐루야. 무표정하던 세츠나가 자신을 보고 미미하나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왔다.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세츠나 군 지금 뭐라셨나요? 제가 뭘 잘못 들은 건가요, 아니면 실언이라도 하셨나요? -네게 할 말이 있다. 세츠나는 아령을 놓고 주머니를 뒤졌다. 할 말이 있다면 들어야지. 가만히 세츠나를 보고 있자니 한참 뭘 뒤지던 세츠나가 알렐루야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와 보라고? -손 내라. 거역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순순히 손을 내밀자 손에 뭔가 희고 붉고 푸르고 둥근 것을 떨어뜨려주었다. -뭐야, 이거? -조심해라, 깨지면 안 된다! 그것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는 알렐루야를 세츠나가 급히 제지했다. -부화할 때 까지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귀한 건담의 알이야. -아 그렇구나, 조심해야겠네......뭐? 병아리 부화한다는 소리 하듯 건담이 알을 깨고 나온다는 소리를 하다니 세츠나 너 드디어 어디가 잘못 되었구나, 그러게 내가 건담이니 그런 소리 하지 말지. -건담 알 처음 보나. 세츠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건담이 알에서 나오는 거였어? 멍청하기 그지 없는 질문이었는데도 세츠나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당연하다. 뒤나메스도 버체도 너의 퀴리오스도 모두 알에서 나왔지. 세츠나의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있자면 저 말도 모두 믿어줘야 할 것 같다. -그럼 이 알은 뭐야? -엑시아의 뒤를 이을 건담이다. 그러고보니 색깔이 꼭 엑시아 같기는 하다. 알렐루야는 알을 살그머니 만져보았다. 정말 건담 같기도 하고......그러나 차마 못 물어보겠다. 대체 건담 알이란 건 어디서 떨어지는 거냐! 세츠나는 알렐루야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즉각 대답했다. -나와 오건담과 엑시아가 있다. 나머지는 기합으로 어떻게든 하면 돼. 기하압? 그게 기합 넣으면 되는 일인가요? -그런데 왜 이 알을 나한테 줘? 네 건담이잖아. -그야 건담이 부화하려면 근성과 체력과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뭐하고 뭐하고 뭐라고? -근성! 체력! 근육! 이 삼위일체가 없으면 안 되는 거다. 알렐루야는 알을 세츠나에게 던져주고 알을 받으려고 세츠나가 움직이는 동안 빙글 반 바퀴 돌아 또 다시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안녕, 세츠나. 앞으로 너랑 길게 이야기 안 할 거야! 눈치 없다고 해도 좋고 나쁜 형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여기선 도망가야 한다. -어딜 가나, 알렐루야 합티즘. 어서 내 건담을 부화시켜라. 목이 졸렸다. 안 돌아봐도 세츠나가 자기 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을 알겠다. -네 근육이 아니면 안 돼! 근육 없이 부화할 수 없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는데 세츠나의 눈이 형형히 빛나는 것이 보였다. 역시 세츠나.....가 아니고 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세츠나! 저기 건담이! 뭣이? 옆을 보는 동안 얼른 세츠나의 손을 풀고 미친 듯 달렸다. 저런 고전적인 방법에 속는구나 하고 안도한 것도 잠시, 세츠나는 정말 GN 입자라도 뿜어낼 것 같은 얼굴로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정말 큰일을 당하고 말 거야. 정신없이 달리던 중 발 아래가 푹 꺼지고, 어딘가로 떨어졌다. 정말 추락감이 느껴지는 걸 보니 꿈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등이 욱신거리는 걸 보니 등부터 떨어졌나본데 이상하게 축축했다. -어머 알렐루야, 어디 갔다 와? 눈을 뜨자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가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소매를 둥둥 걷고 머리에 어디서 났는지 남성용 넥타이를 척 메고 한 손엔 술잔을 들고 기분 좋게 한 잔 하고 있었다. 스메라기 씨, 많이 마셨어요, 하는 순간 등 아래에서 물컹물컹한 뭔가가 터지는 느낌이 나서 손으로 쓸어 보니 보라색 즙이 묻어 있었다. -포도 아니에요? -그럼 포도 없이 포도주 담가? 스메라기는 알렐루야가 등으로 뭉갠 포도를 한 번 쳐다보고 알렐루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결에 손을 잡고 일어나 등 뒤를 보니 큰 나무통안에 포도가 잔뜩 담겨 있었다. -포도주는 발로 밟아야 되는 거야. 그건 저기 예쁜 아가씨들이 하고 있으니까 됐고~ 에? 크리스와 펠트가 맨발로, 손을 맞잡고 포도를 밟으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펠트와 뭐가 좋은지 아하하, 펠트 이거 정말 재밌다~ 하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크리스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 몇은 들어갈 큰 나무통에서 포도를 밟고 있는 걸 보자니 안 마셔도 취하는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 공간이었다. 톨레미 안에 왜 이런 게 있을까. -스메라기 씨, 이거 다 뭐예요? 어이 없는 풍경을 보고 알렐루야가 전술예보관에게 질문하자 무려 전술예보관 되시는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 여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몰랐니? 우리 양조장 차렸어. -네? 왜 우주 한복판에 양조장이 있어요? -사실 요새 좀 적자라서. 건담 한 기에 돈이 얼마니. 그래서 자체 양조장 차려서 술값은 벌려고. 이건 술 값 버는 정도가 아니고 팔아도 되겠는데요? 옆을 보니 리히티가 울면서 큰 나무통에 달린 밸브를 열고 유리병에 술을 붓고 있었다. 혼자 중얼거리는데 나는 어차피 마시지도 못 할 거......라고 하는 듯 했다. 무슨 소린지. 그 옆을 보니 랏세가 장작을 패고 있었다. -어, 랏세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보면 모르냐. 장작 패잖아. 토탄이 제일 좋다고 그러는데 그런 걸 어디서 구해. 지구도 아닌데. -뭔 토탄요? -록온이 그러는데 위스키 증류에 필수래. .......록온요? 위스키? 그러고 보니 저기 저건 포도주가 아니잖아. 곡식으로 빚은 술 특유의쌉쌀한 냄새가 나는 노르스름한 술이 술통 안에 하나가득이었다. 록온이 증류기를 붙잡고 뭔가 하는 것이 보였다. -로, 록온. 뭐 해요? 가뜩이나 막일꾼 같아 보이는 복장이라며 톨레미 여승무원들이 뭐라고 하는 걸 듣기는 했지만 그 말이 이렇게 어울릴 줄이야. 완전히 머슴에 가까운 몰골을 한 록온이 껄껄 웃었다. -아. 이거? 위스키 빚을 거다. 사실 뭐니뭐니해도 몰트 위스키가 최고지! 스카치니 뭐니 해 봐야 아일랜드 위스키를 따라갈 술은 없거든. 이름부터 생명의 물이잖아. 록온이 유쾌하게 웃었다. -잘 숙성되면 우리 한 잔 하자. 어떠냐! -위스키는 진리! 위스키는 진리! 하로가 폴짝폴짝 뛰면서 묘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너 알코올 섭취 못하잖아. 그런 거 어디서 배웠니. 한숨을 쉬며 하로를 쳐다보고 있자니 록온이 알렐루야의 어깨를 툭 쳤다. -야, 힘내서 술통 좀 날라 봐. 위스키랑 브랜디는 잘 저장해야 해. 어느새 눈앞에 술통이 수십 개씩 쌓이기 시작했다. 가로로 누워있는 술통이 알렐루야를 향해 굴러왔다. 이건 꿈일 거야. 다 꿈이어야 해. GN입자 쿠키도 건담알도 양조장도 다 꿈일 거야. 당연히 꿈이겠지. 설마 알에서 부화하는 건담이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떠 보았지만 오히려 술통이 더 가까워졌다. 꿈인 줄 알면서도 뒤로 돌아서 뛰어야 했지만 통이 구르는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더 커져갔다. 진정하자, 알렐루야 합티즘. 기다리다 보면 할렐루야가 나와서 날 야단칠 거야. ......어, 할렐루야? 알렐루야는 그제서야 지금까지 계속되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았다. 할렐루야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 숨어버린 것도 아닌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할렐루야, 대체 어디에 있어? 아무리 불러도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 보니 어두운 공간에 혼자 떠 있었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느낌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언제나 옆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할렐루야의 느낌이 완전히 사라져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이 시커멓게 죽어버린 듯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입 밖으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할렐루야, 대답해. 할렐루야! 네 폭력성도 난폭성도 모두 인정할게. 앞으로 네가 하는 일에서 눈을 돌리지 않을게. 네가 하는 말을 인정할게. 내가 잘못했어. 너 없으면 안 돼. -할렐루야...... 빌어도 빌어도 자신의 반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없기를 바랐지만 없어지기를 바란 건 아니었는데. 그제야 자신이 할렐루야가 없기를 은밀히 바랐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없었으면’과 ‘없어지기를’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건 할렐루야 너도 잘 알잖아.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잖아? 할렐루야. 너도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잖아. -대답좀 해 봐! 사실은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알렐루야는 어린애처럼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주먹으로 눈물을 닦는, 소용 없는 짓을 했다. 이미 눈물이 볼을 타고 턱으로 내려와 발치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떨어진 눈물이 고이더니 웅덩이가 되고 웅덩이가 커져서 발치를 덮고 몸을 삼켜 발부터 눈물 늪으로 쑤욱 빨려들어갔으나 저항할 힘도 나지 않았다.
-알렐루야? 웅덩이에 코끝이 잠긴 순간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어, 록온? 벌떡 일어나며 짚은 손 아래에 익숙한 침대 스프링의 감촉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공간이었다. 톨레미 내 개인실은 다 비슷한 구조니까. 다른 사람의 방인 듯 했고 방 주인은 침대 머리맡에서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악몽을 꿨길래 할렐루야, 할렐루야, 그러면서 소리를 질러? -......아니에요. 꿈에서 깼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 누가 그 독주를 그렇게 퍼마시래. 향을 즐기라고 가져온 걸 맥주 들이붓듯 하면 어떡하냐. -아, 죄송합니다. -됐네,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 록온은 어이없다는 듯, 한편으로는 조금 안도했다는 듯 피식피식 웃었다. -그럼 이까지 날 데려온 거예요? -데려오긴. 네 발로 이까지 걸어왔어. -제가요? 무슨 어이없는 짓을 한 건가 싶었다. 암만 취했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솔직해지냐, 나는. 록온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얌전하게 따라와서 아, 그래도 아직 덜 취했나 했는데 들어오자마자 내 이름 부르면서 훌쩍훌쩍 울더라? 그러더니 쓰러져서 잠들었어. -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다시는 그렇게 마시지 않을 테다, 절대로 이성이 끊어질 때 까지 안 마신다, 하고 다짐하고 있는데 록온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게다가 너 아까 이상한 말도 했는데. -예? 록온이 쿡쿡 소리내어 웃었다. 눈꼬리가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도 아까 나랑 같이 마셨잖아. 어느 새 장갑 안 낀 맨손이 목에 휘감겼다. 아찔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뭔가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로, 록온? 고개를 기울이자 목에 감긴 손이 뺨으로 올라왔다. 손가락이 뺨을 살짝 쓸자 한기 같은 것이 밀려왔다. 그러나 오히려 더웠다. 왜 이럴까. -왜. 불렀어? 손가락이 뺨을 느릿하게 쓰다듬자 손가락이 지나간 부분이 간지러웠다 .엄지손가락 끝이 알렐루야의 입술을 훑고 입술 안쪽의 축축하고 말랑한 살을 도톰한 살이 쓸어가자 전기가 오른 듯, 묘한 느낌이 몸 한구석에서 퍼져갔다. -불렀으면 말을 해. 입술에 얹힌 손가락이 간지러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이러면 안 돼요. 누가 봐도 문제고...... 기껏 입을 떼고 말을 하자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그게 무서워? -네? -아니아니, 알렐루야. 솔직히 이야기하자. 이건 네가 원하는 거잖아. 난 네가 바라는 걸 줄 수 있고. -록온. -그럼 뭐, 아깐 거짓말이었냐? 록온의 표정이 의미심장했다. -제가 뭐라고 했나요. -기억 안 나? 안 나는 척 하는 거야? 록온은 웃으며 알렐루야의 이마에 이마를 대고 눈으로 웃었다. 록온의 눈을 쳐다보고 있자니 기억이 밀려왔다. -저.....당신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말랑한 혀가 잇몸 안쪽을 쓸었다.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감각에 머리가 멍해졌다. 싫으냐고 하면 절대 그런 건 아니었고, 좋다고 말하기엔 어색하고, 눈을 감고 있자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눈으로 보고 싶었고, 그러자고 눈을 뜨려니 민망하고. 그리고 대체 입술이랑 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뭐가 뭔지 모를 지경이 되어 멍하게 서 있자니 입술이 떨어졌다. -야, 너 정말 매너없다. 입이 떨어지자 눈 앞엔 누구의 타액인지 모를 것으로 젖은 입술이 있었고 멍하니 그 붉은 입술을 도톰한 혀가 훑고 지나가는 걸 보고 있자니 록온이 피식 웃었다. -예? 예?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알렐루야의 어깨를 앞에 선 록온이 가볍게 밀자 알렐루야는 그대로 침대에 밀려 넘어졌다. -됐어. 일단 가만 있어 봐. -예? 어? 어? 록온, 어, 어? -에이, 기분이다. 오늘 이 형님이 A부터 Z까지 가르쳐 주마. 록온의 손이 허리 아래로 내려왔다. 어, 이러면 안 되지는 않지만.......허리에서 발끝까지 아까 그 전기가 오르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고 그냥 감각에 충실한 게 좋다는 결론이 나오려는 순간.
-압생트는 예술가들이 마시던 술이라죠? -그렇죠? 이걸 마시면 헛것도 보여서 예술가들이 영감을 떠올리려고 마셨다나 어쩐다나. 잠깐, 그래서 금지된 술 아니었나...... 록온, 이거 어떻게 구한 거예요? -우리가 그런 이야기 하면 되게 웃긴 거 알죠? 희미하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스메라기와 록온이라는 걸 깨닫고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어? 알렐루야. 깼네? 눈을 뜨자 아까 압생트 병을 본 그곳이었다. -로, 록온. 어떻게 된 거예요? -응? 너 졸길래 일어나면 방에 보내기로 하고 정리하고 있었는데 일찍 깼네? -제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나요? -10분 안 됐지 아마? 전부 꿈이라서 다행이다 하며 한숨을 쉬었다. 딱 하나 아쉽긴 했지만 설마 그럴 리도 없고. 그런데 무슨 꿈이었지? 뭐가 아쉬웠던 것 같고 굉장히 어이가 없었던 것도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쩐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기억하면 굉장히 부끄럽고 어이없는 꿈이라도 꾼 걸까. 그러나저러나 술이 무의식을 갖고 놀 줄이야. 분명 할렐루야가 머릿속에서 한숨을 쉬고 있겠지.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한 손으로 술병을 얼굴높이까지 들고 아직 제법 많은 양이 남아있는 작은 술병을 노려보자 병에 할렐루야의 얼굴이 비쳤다. 어쩐지 굉장히 반가워 할렐루야, 하고 부르자 이 등신새끼, 하는 상냥하기 그지 없는 답이 돌아왔다.
압생트는 환각 작용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안 좋아서 금지된 술이었다던가요. 한국에선 못 먹는답니다. 요즘은 현지에서도 40도 정도로 만든단 이야기를 들었어요. 70도 짜리를 40도로 만들다니 이건 소주 도수가 20도 이하인 거랑 똑같은 거 아냐 하고 분개했습니다...... 네, 그저 제가 저걸 마시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쓰다 보니까 제가 술 되게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잘 마시지도 못하고. 그저 꼭 아일랜드 위스키를 먹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을 뿐입니다.
국립대구박물관 이걸 애들 보라고 틀었냐? (애들 보라고 튼 건 아니었겠지만 관람하고 온 부모님들이랑 어린 애들이 대다수였음.)
사람들 많은 데서 보길 잘 했지. 이거 진짜 끔찍한 이야기였다. 날긴 뭘 날아? 하긴 날기는 했네 지뢰 터져서 날고 물에 빠질 때 한 번 날고 아 진짜! 그 와중에 애 이름 소란 이브라힘이라 진짜 쩔었다. 스토리? 다 알고 갔다. 알고 가도 무서운 걸 낸들 어쩌란 말이냐.
황량하고 황폐하고 잔혹했다. 그 와중에 <쑈리 킴> <비오는 날> 이런 거 생각나고. 비오는 날 주인공이 애들이면...........................그래 분위기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분위긴지 이해가 가십니까. 전쟁 중에 자란 아이는 황폐해지고, 미처 못 자란 애들은 물고기랑 거북이 찾으러 가 버리고. 지금까지도 우울하네. 나오기 전에 미즈시마!!! 를 외쳤다.
어제서야 겨우 봤다. 지금까지 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화였음. 고간비행은 빼고. 나 그거 웃겨서 맨정신으로는 못 보겠더라. 물리적 장벽을 넘어 정신으로 니르려거든 옷은 입고 니르세요.
네타는 가려야 함.
더블오 전투 장면 보고 뭘 생각했냐면 오펜에 나오는 전투씬. 시간, 공간 지각이 어긋나면서 상대의 움직임이 매우 느리게 보이고 자기 호흡이 자기 호흡 같지 않은 그거. 저 장치 이제 물리법칙도 건드리나 이런 사기같은! 하면서 봤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시간에 영향 미치는 거란다. 나는 뇌의 인지작용 건드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더하잖아. 무안단물이로세.
저번에 파괴한다, 보고 역시 세츠나라고 했다. 이번에도 역시 세츠나. 누가 쟤한테 바르고 고운 인간의 도리 좀 가르쳐 줘. 너 말이다 무슨 미래를 어떻게 만들 건데? 다 부수고 그 위에 새싹이라도 심을 거냐? 그래서 라일을 데려왔어? 그런데 라일은 씨앗이 아니고 이미 나무거든? 잘 하는 짓이다 어떻게 록온들한테 하는 짓이나 세계한테 하는 짓이나 다 똑같니. 사지야 패서 쟤 사람될 거 같으면 너라도 쟤 좀 패고, 빡 소리나게 때리는데 너 참 성격좋다 싶더라.
리본즈는 공포정치를 할 생각인가. 누구라도 그걸 보면 반감을 가지겠지만 동시에 반항세력을 밟는 데는 효과적일 거다. 게다가 압도적인 힘의 차. 그런데 혹시 진시황이라고 아시나요. 예전에 그런 통치자가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 나라 50년도 못 갔답니다. 그 사람이 레이저가 없어서 못 썼지 할 건 다 했거든요. 금방 없어질 제국을 원하는 거니. 아니면 제국은 원래 그것밖에 안 되는 거니. 이오리아 레닌 토미노 슈헨베르그 옹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봤던 모양이다. 인간을 믿다가, 절망하다가 인간성에 회의하다 희망을 가지면서. 물론 저게 정말 이오리아의 생각이라면. 하지만 리본즈가 가는 길은 이오리아의 생각에 리본즈의 생각이 더해진 합작품이라 저 모양임에 틀림없다. 쟤들 선민의식 너무 쩔어. 내가 어디서 들은 말인데 3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건담의 주제는 뉴타입 되어 봐야 인간 삽질하는 건 똑같다, 라고 하더라고. 무릎을 쳤다. 그래서 리본즈가 삽질하는구나!
중간관리직의 비애, 세르게이 스밀노프 대령. 그 표정에서 까라면 까는 거지 뭐, 라며 한숨을 쉬는 행보관의 모습을 보았다. 아저씨 아저씨 맘 다 이해해요. 까라면 까긴 까는데 까기 싫죠? 상사가 지랄 같으면 원래 중간 관리직이 피를 본다우. 군사 쿠데타 한 번 일어날 만도 한데. 어로우즈는 지금 군대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잖아. 요건 충분하지 않나? 조직에 의문을 가지는 군인들도 늘어나고.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울 수도 있고. (그리고 군사 쿠데타 성공하는 대신 세료쟈 아저씨 죽으면 사망플래그 완성.)
처음엔 안드레이의 발언 때문에 루이스가 발끈해서 더 강경하게 나가나 했는데 아니었다. 루이스는 이미 마음 다칠 대로 다쳤나보다. 이제 너희가 무슨 괴물을 만들었나 잘 봐라 CB. 루이스가 표정을 굳히는 장면이 마음아팠다. 세츠나가 전쟁터에서 괴물이 되었듯 루이스도 괴물이 될 수 있을 거다. 루이스도 사지도 세츠나 사셰스도 전부 같다, 그런 점에선. 하지만 전쟁이 만든 괴물과, 그 와중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일반인과, 괴물이 되어가는 일반인과, 괴물 그만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괴물 되어가는 것도 모르는 애는 다르지. 그러고보니까 괴물 직전에서 그나마 인간으로 죽은 닐 디란디도 있네. 오 산해경이다, 온갖 괴물이 다 있어!
라일 디란디의 생활기록부 행동특성란 :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예의바른 어휘를 구사함. 대의에 관심이 많으며 어린 시절 상처를 많이 받았으나 대의를 위해 자기 속내를 종종 감추곤 함. 나이에 걸맞는 언행을 하지만 심리적 외상 징후가 없나 염려됨. 스파이 임무에 소질이 있으므로 장래 진로로 추천함.
술병 바닥이 보이는 걸 좋아한다. 병이 투명해서 예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빈 술병을 보려면 마셔야 한다. 마시다 보니 어느 새 투명한 유리병에 든 것이건 우주에서 쓰는 특수용기에 든 것이건 알코올이 들어간 액체는 모두 좋아하게 되었다. 왜 이런 걸 입에 달고 사냐는 알렐루야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가 알렐루야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요약하자면 그런 이야기였다. -에이 뭐에요 스메라기 씨. 알렐루야가 술병을 잡고 키득키득 웃었다. 술병 하나를 사이에 놓고 앉아서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잔을 비운 결과 병은 반 정도 비어있었다. 겉보기에 물만 마신 것 같은 알렐루야는 술이 들어가자 말이 많아져서 스메라기를 붙잡고 왜 술꾼이 되었냐는 시덥잖은 질문을 하며 늘어지고 있었고 겉보기에 분명 술을 마신 티가 나는 스메라기는 의외로 멀쩡하게 앉아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뭐가 웃기니, 이야기하래서 이야기한 건데. 부루퉁한 어조로 대답을 하자 알렐루야가 손을 내저으며 사과했다. -에에이 시비 거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이해가 안 가서 그래요. -뭐가 이해가 안 가? -이야기 내용이요. 그러면 왜 술병 바닥이 비는 걸 좋아해요? -글쎄? 마시면 머리가 멍해져서? 알렐루야가 키들키들 웃었다. -술꾼들은 다 이상해요. 말은 많은데 제대로 이야기를 해 주는 법이 없다니까요. 스메라기는 알렐루야를 흥미있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거 재밌는 가설이네. 전술예보사가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 주면 누가 제대로 해 준다는 거야? -하지만 스메라기 씨, 이건 전술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아.스메라기는 술이 담긴 용기에 입을 댔다.술잔이 말라가니 입 안도 바삭바삭 마르는 것 같다. 갈색 액체가 입안을 적시자 불이 붙는 것 같다. 마셔도 갈증이 가라앉지 않는 액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신기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더 괴롭히는 기억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철이 안 드는 자신도 있는데 마셔도 갈증이 나는 액체 정도야 흔하지. -그럼 나도 술꾼이야? 장난기 섞인 질문에 진지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알렐루야가 대답했다. -어, 근데 스메라기 씨는 다시 생각해 보니까 술꾼 아닌 거 같은데요. -왜? -술꾼들은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아! 알겠다, 하면서 알렐루야가 말을 이었다. -술을 마셔요. 풉, 스메라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술꾼들이 소다수라도 마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요. 술을 마실 거리로 여기는 거예요. 알콜중독이니 뭐니 하는 부작용도 그래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마시고 싶어하니까. 그런데 스메라기 씨는 술을 마시지 않아요.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소리를 크루들 사이에서 듣고 사는 알렐루야이지만 감각 하나는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다. 그 알렐루야가 스메라기를 정면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술에 취한 눈이나마 표정은 진지했다. -스메라기 씨는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게 아니에요. 술 말고 더 중독성 강하고 뒤끝 없는 게 없으니까 그렇지. -...... -더 한 게 있으면 할 거잖아요. -그만해, 알렐루야. 엄한 말투로 알렐루야의 말을 제지하자 알렐루야가 미안해요, 하고 사과했으나 스메라기의 얼굴을 쳐다보는 눈만은 다른 데로 돌리지 않았다. -그러게 그냥 안 마시면 될텐데. 그 간단한 걸 왜 모르는 거예요. 스메라기는 알렐루야의 눈을 외면했다. 아니, 너는 알고 있어. 그렇지 않으면 동족을 학살한 날 왜 굳이 나에게 와서 술을 청했니. 넌 나랑 같은 걸 봤잖아. 말이 스메라기의 혀끝까지 올라왔으나 그녀는 억지로 말을 삼키고 목이 메어 물 대신 술을 마셨다. 두 겹 유리 사이 빈 공간에 이지러진 상이 맺혔다. 스메라기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되고 싶어 하던 나는 분명히 아니다, 고 생각했다.
다시 눈을 뜨자 익숙한 장소였다. 콕핏 안이었다. 하지만 전과는 구조가 조금 다른 것도 같았다. 알렐루야와 뇌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리오스. 새 건담 안이었다. -이거 괜찮네. 4년동안 놀고 먹지는 않은 모양인데, 공돌이들. 새 기기를 휙 둘러보고 할렐루야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 괜찮은 무기를 흡족하게 다루지 않는 알렐루야를 생각하니 더더욱 즐거웠다. 너는 내가 없으면 초인병도 아니지, 건담도 제대로 못 모는 찌질이 알렐루야를 대신해서 능력을 보여주겠어. 전보다 규모면에서나 무기의 개량도 면에서나 여러모로 많이 달라진 적들이 눈 앞에 떠 있는 걸 보니 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다 죽었어. -슬슬 몸 좀 풀어볼까. 조종간에 손가락을 올리고 급발진을 하려는 순간 GN 아처에서 앙칼진 고함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냐 살인마. 인혁련에 있던 망할 계집의 목소리였다. -뭐냐 , 너 그 웃기는 년 아냐. 뭐 하냐.......알렐루야 이 멍청한 자식 쓸 데 없는 짓을! -내가 할 말이다! 자기가 없는 동안 이 멍청한 놈은 그렇게 찾던 마리를 찾아다가 셀레스티얼 빙으로 덜렁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살림을 차리려면 아예 도망을 가란 말이다, 이 덜떨어진 새끼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알렐루야는 소마를 부정하고 마리를 긍정하는 멍청한 짓을 한 것을 알고 할렐루야는 혀를 찼다. 너 내가 뭔지 정확히 알고는 있냐? 그나저나 이 둘은 서로 한 쪽 인격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제어를 할 수 있다고 믿은 모양이었다. 웃기지도 않네. 아마 저기에 있는 싸우는 데 미친 계집애도 같은 생각이겠지. 나나 저년을 볼 수 있다는 거, 혹은 그 둘이 마주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한 놈이 하는 생각이 뭐 그렇고 그렇겠지만. -그 놈 멍청한 짓을 했군. 아주 드라마를 찍네. 이 연놈들을 쌍으로 묶어서 뭘 어쩌겠단 거야. 그것도 전장에서, 손에 무기를 쥐고 말이지. 하지만 불행히도 이 기체로 그 쪽을 공격하기는 힘든 모양이고 분위기를 보니 그 쪽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게 매우 애석한 모양이었다. 저 쪽 멀리 어로우즈라나 자신들만큼이나 어이없는 조직에서 대량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멀리 파란색 건담도 녹색 건담도 다 있다. 그 놈들이군. 파란색 건담이 빨갛게 빛나고 있었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휙휙 움직이고 있었다. 트란잠인가. 그래서 잠시 내가 나올 수 있었구만.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 한 즐겨보자고 중얼거리며 적을 베려 튀어나가는 동안 머릿속으로 고함소리가 계속 들렸다. -E-57! 얌전히 있어. 팀워크나 단결 같은 건 모르는 덜떨어진 불완전체. 저기 너희 편도 있잖아. 할렐루야는 코웃음을 쳤다. -얼씨구 이년 말하는 꼬라지 좀 보게. 야 이년아, 이거 내 기체다. 보조기체에 탔으면 입 다물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전장이 좋은 거냐. 비웃음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네 본체는 네가 나타날 것도 모른 모양이군. 그래서 마리......나를 여기 데려온 거고. 그 멍청한 뇌로 뭘 판단하겠단 거냐. 여긴 전장이야. 흥분해서 날뛰는 어린애 같은 짓을 하지 마라. 할렐루야가 비웃음을 돌려주었다. -자기도 싸우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웃기고 있네. 닥쳐. 돕기나 해. 이 상황에서 그것말고 네가 뭘 할 수 있냐? -이래서 난 네가 싫다. 할렐루야의 움직임을 제어하려고 한들 보조기체는 보조기체일 뿐이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소마가 으르렁댔다. 으르렁거려봐야 간지럽지도 아프지도 않아요, 어설프긴. -싫어봤자 뭘 할 건데. 이 쪽 동력이라도 끊어 보시지? 아니면 날 죽이러 오던가. 왜, 안 되겠냐? -싸구려 도발밖에 할 줄 모르냐. 소마 필리스가 뛰쳐나가고 싶은 자신을 억제라도 하듯 억눌린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기회만 닿으면 네놈은 내가 죽인다. 마리를 위해서라도 넌 없어지는 게 좋아. -마리, 라. 할렐루야는 피식피식 웃었다. -나도 너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지. 그 때 죽여버렸어야 하는데 참 아깝단 말이야. 멍청한 놈. 내가 너듯 저게 너의 마리다. 성모님이 아냐. 우리는 기회만 닿으면 서로의 목을 물고 숨통을 끊고 명줄을 끊어버릴 투견같은 거지. 여기에 성모가 어디있고 구원이 어디있냐, 바보 같이 상냥한 알렐루야, 이 도움 안 되는 종자야. -너는 그냥 네 생존에 도움이 안 되는 내가 싫은 거겠지. 맞나? 뇌내 통신은 좋다. 음성으로 어감을 전달할 수 있둣 뇌양자파로 말을 걸면 마음의 느낌도 고스란히 옮겨준다. 마리라고 했나 소마라고 했나, 이를 빠드득 갈아대는 소리가 머리속에 울렸다. 저것도 지금 나처럼 한탄하며 이를 갈아대고 있갰지. 야, 알렐루야. 너 도대체 뭔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긴 아냐? 알렐루야는 그 자신에게 독이 될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다. 알려줄 길도 없고, 당분간은 알지 않는 것이 좋겠지. 나중에 실컷 후회해 보라고. 할렐루야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비웃고 싶었다. -쳇, 너 때문에 좋은 게 하나도 없잖아. 이제 한계야. 잘 가라 계집. 머릿속에 울리는 여러가지 욕설은 무시하고 할렐루야는 빗발치는 전격을 피해 방어선에 섰다. 트란잠은 한계시간이 있다. 눈을 뜬 알렐루야는 분명 위화감에 당황하겠지. 이 정도는 도와주는 게 도리 아니겠냐. 그럼 친하게 지내고들 있으라고. 언젠가 나와서 박살내 주고 말테니까. 눈을 감았다 뜨면 아마 또 다른 어딘가에서 저 여자와 마주쳐 싸우고 있겠지, 할렐루야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웃으며 눈을 감았다.
-------------------------------------------------------------- 토끼 님 : 오오 감사합니다. 언제나 피드백이 빠르셔요. 좀 부족하다 싶어서 5분씩 시간 쪼개서 고치고 있어요. 저 할렐루야와 소마 커플 좋다고 생각해요. 둘이 치고 받는 것도 좋고 어쩔 수 없이 서로 못 밟아주고 이 가는 것도 좋고 아예 작정하고 서로 밟는 것도 참 좋아요. 저 곡 치곤 쟤들 참 에로도 떨어지는 커플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긴장관계는 충분하니까요. 저 둘이 좀 더 잘 치고 받는 걸 쓰고 싶네요.
백야 님 : 사람이 넷이고 동성끼리 이어질 가능성 배제하면 커플링도 넷입니다. 와하하, 착각하신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서로 가진 감정이 애정은 아닌데 관심은 차고 넘치죠. 내 반신이 사랑하는 존재의 반신인 셈이잖아요. 이런 관계도 재밌지 않나요. 저도 그래서 이 둘 관계를 참 좋아해요. 본편에서 이 둘 화끈하게 충돌하는 거 한 번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라일 이 자식 보게? 하기야 자기를 보고 자기 형 안 떠올릴 유일한 사람이긴 한데. 게다가 스파이는 스파이 알아본다고 동족 찾는 감각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고. .............정말로 빨래 너는 아낙이 아뉴냐.
마리나 그냥 초등학교 취직해라. 폼이 아주 딱인데. 나 마리나 팬 맞음. 저 상황에서도 애들 마음 안정 찾도록 돌봐주고, 머리 뒤집히는 상황에서도 자기 이상 밀고 가는 점을 좋아한다. 솔직히 저 정도 하는 것만 해도 장하다고 생각해.
톨레미 괴멸 위기, 그래 몰아가라 몰아가!
...........역시 가족과 다정하게 살면 사망 플래그냐. 근데 왜 공돌이 아저씨 유언을 사지가 듣는 거야;;; 당신 애한테 뭔 짓 하는 거야? 하긴 보통 저렇게 시작하는 거 아닌가. 내가 아는 사람이 다쳐서 시위에 나가는 거고, 내 친구를 돕기 위해 시위에 나가는 거고.
오라이저 나간다.
루이스 울지 마.
.......너네 뭐 하냐. 유리가면이냐?
안 돼, 루이스 사지 안 돼!!!!!
히츠지사 님 : 훈훈함이 없으면 망가짐도 없습니다. 대놓고 현시창이면 비참하지도 않아요. 적당히 띄워줬다가 팍 떨어뜨려야 더 비참한 거 아닌가요.(...) 공돌이 아저씨 지금 가시진 않을 거 같기도 해요. 사지를 더 비참하게 만들려면 사지를 전장으로 몰고 간 원인이 되는 그 사람은 살아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고요. 그리고 그 가족이 아뉴를 믿어주고 있으니까 살아있어야죠. 더 있다가 팍 터뜨리지 않을까 생각해 봐요.
taken 님 : 오랜만입니다! 전 세츠나 만난 순간 사지 인생도 나락으로 출발한 거라고 믿었거든요. 걔들 만나는 순간 현시창 전개될 거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상황은 현시창이라 가슴이 아팠는데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그 연출은 그렇다 치고 전 둘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굉장히 기대가 되어요. 사지는 얼마나 절망하고 루이스는 얼마나 괴로워하려나요.
세츠나가 전장에서 플래쉬백을 일으킨-전장에서 수행한 첫번째 미션이겠죠 아마도- 그 날 밤입니다. 수위가 높진 않지만 일단 둘이 만리장성은 쌓은 다음인고로 가립니다. (바로 밑 글에서 더블오가 위대하다고 한 게 이거예요; 제가 자발적으로 쓴 최초의 에로는 더블오입니다. 역사적이군요; 비록 에로하진 않지만;)
숨을 짧게 몰아쉬며 록온의 몸 위로 쓰러진 소년이 곧장 록온의 목과 허리에 팔을 둘렀다. 허리께에 남아있는 묵직한 아픔과 무언가 질척한 것이 몸 안에 남아있는 기분과 익숙치 않은 자세 때문에 뻐근한 허벅지가 합쳐지자 시너지효과를 낳았다. 한 마디로 아팠다. 그러나 아이는 몸을 치우지 않았다. 록온의 몸에 꼭 붙은 채 떨어지지 않았다. 꼭 엄마 치마폭에 얼굴을 묻은 어린애처럼. 물론 어린애는 이런 짓 못 하지만. 대체 이런 건 언제 배웠담. 아니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보통 이럴 땐 여자를 찾지 시커먼 형님을 찾아오진 않잖아? 왜 나야? 이 녀석 급했나,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사람을 덮치냐. 이럴 땐 뒤처리를 해야 한다고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이러고 있어도 되나 모르겠네. 그나저나 열여섯 먹은 어린애랑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구른 나는 도대체 뭐람.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숨은 평온해진지 오래고, 땀도 다 말랐지만 자신의 몸에 팔을 감고 매달려있는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의 가슴과 등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것이 배와 팔에 느껴졌다. 불편한 자세로 자면 목 아프고 어깨 아픈데, 게다가 팔 안 아프니 너. 일단 옆으로 누이자고 생각하고 세츠나, 하고 부르자 아이가 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안 자네, 움직이지 않길래 자는 줄 알았어. 아이는 자신의 말에 대답은 않고 록온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까슬까슬한 머리카락이 간지러웠다. -세츠나, 편하게 자야지. 록온이 아이의 등에 올린 손끝으로 등을 톡톡 치자 아이는 오히려 록온을 꽉 끌어안고 뭐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냥 이러고 있어라, 고 말하는 듯 했다. 원한다면 못 할 거야 없지만, 좀 의외였다. 하긴 처음부터 의외가 아닌 게 없었지. -사람과 살을 맞대는 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의 말에 소년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갑이 없다. 그래서 좋아. 아, 그러고 보니 맨손이었다. 손 좀 줘 봐, 하는 아이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세츠나 쪽으로 뻗자 세츠나가 맨손을 붙잡았다. 맨손으로 맨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쓸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쓰다듬고 총을 잡느라 굳은살이 잡힌 부분을 손끝으로 굴리듯 만져본다. 남은 한 손으로 아이의 등을 끌어안아도 아이는 몸을 굳히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사람의 살이 필요한 모양이지. 세츠나가 자신의 손에 탐닉하는 동안 록온은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이 아이를 가엾다고 생각해서 몸을 허락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의 심정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격전지 한 가운데서 갑자기 멈춰서서는 아무리 불러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았다. 극복하지 못할 뭔가가 있다는 거야 짐작하고도 남았다. 중동 출신임이 빤히 보이는 어린 소년에게 자신과 다르지 않은 과거가 있으리라고 어렴풋이 생각했고 오늘 소년의 행동에서 대충 짐작은 갔다. 그리고 그 후에 자신의 방으로 찾아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요구할 거라는 것을 어쩌면 내심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놀랍지도 당황스럽지도 않았으니까. 서투르고 막무가내고, 빈말로도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그런데 세츠나, 이런 버릇 들이면 못 써. -무슨 버릇 말이냐. 소년은 명백히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고프다고 아무나 찿아오면 못 쓴다. -아무나라니. 네가 왜 아무나에 들어가나? 소년이 어이없는 듯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감정표현이 드문 세츠나가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건 처음이라 록온은 웃었다. -처음부터 내가 목표? 이야, 이거 영광인데. -당연하잖은가. 록온 스트라토스. 나는 네 맨손을 진작부터 만져보고 싶었다. 도전적인 발언에 록온이 눈을 가늘게 좁히고 웃자 세츠나는 딱 잘라 말했다. -너라서 온 거다. 다른 사람은 필요 없다. 세츠나는 어느새 록온의 손에서 손을 떼고 턱에서 쇄골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또? 라고 중얼거렸지만 그다지 싫지는 않았고. 할짝이는 혀 자체에 담긴 명백히 성적인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어머니 가슴께에서 입을 오물거리는 아기 같아 어쩐지 우스웠다. -왜 웃나. -아니 그냥. 가슴께에서 움직이는 까만 머리를 팔로 꼭 안아누르자 팔 근육에 미미한 저항이 느껴졌다. 그래, 어쩌면 자신과 동등한 성인이 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하지만 나라고 어디 어른이겠니. -너 실수하는 건지도 몰라. 세츠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왜 실수냐. 난 진심인데. 록온, 자신의 본명 아닌 이름을 부르며 어린 짐승이 보챘다. 짐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지. 록온은 세츠나의 등을 쓸어내렸고 세츠나가 가는 한숨을 쉬었다.
세츠나->록온입니다. 건담님은 우물쭈물하지 않고 생각나면 밀어붙이십니다. 록온은 엄마 포지션이었습니다;; 남자애의 첫경험이니까 엄마가 되어주는 것도 뭐;
일단 한 번 더 보고 난 다음에 감상 쓰겠음. 이번엔 특히 더 안 들리기도 했고(다음주에 JLPT 시험 본다는 인간의 청해실력이 대략 이렇다. 급수는 말하지 않겠음) 그리고, 그리고. 내가 뭘 봤는지 말을 못 하겠어 머릿속이 그냥 멍-해.
12월 5일 이후에 다시 고쳐 쓰겠음.
세츠나가 고백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직격타를 날리다니. 라일의 미지근한 반응에 대해선 좀 더 생각을 해 봐야할 듯. 알렐루야 이 공기남. 오라이저 왔다 젠장. 티에리아 열혈싸나이 등극. 스메라기 다메녀. 마리 너 알렐이 왜 따라왔니. 무섭게; 남자가 손에 물 안 묻히고 살게 해 주겠다고 꼬드기는 거랑 안 싸우게 살게 하겠다는 알렐이 약속 사실 동급 아니냐고. 사실 다 알고 있잖아. 손에 물 안 묻히고 살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나 아니면 누가 저 남자랑 살아주랴 내지는 그래도 저 남자밖에 없는데 내지는 에라이 몰라 그냥 닥치는 대로 해 보자고 사는 거잖아. 근데 너는 알면서 왜 알렐이를 따라왔니? 피에타 찍게? 아니면 알렐이 뼛속까지 발라먹게? 그리고 그 테러장면........그거, 그거 닐 디란디 맞지?그리고 짱구 아버지 당신 말야.........루이스도 루이스고; 사지도 사지고;;이노베이터는 나올 때 마다 충공깽이고.뭐 하나 버릴 게 없긴 해. 요런 두서없는 생각만 빙빙 도는 중.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바로 이것. 하로가 복도에서 구르다니 이런 민망한 꼴을 봤나. 너희 하로 제대로 모시지 못해?
7화 한 줄 요약 : 주말드라마 건담 더블오 제 7회 -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편. 뭐야, 저거 뭐야, 어? 어? 어? 어? 끄악? 캑? ........야! 감상이 저게 다긴 한데 인간의 말로 번역을 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네타 있으므로 가린다.
1. 알렐루야. ......알렐루야 그런 것도 할 줄 알았더냐 충격이다. 아 하긴 참, 너 남자였지. 이건 중요한 내용 다 빼고 이야기하면 주말드라마 아니냐. 세르게이가 소마를 포기하고 마리를 보내는 장면에서 알렐루야 표정은 어, 어, 어라? 장인어른, 따님 제가 데리고 가도 되는 거죠? 뭔진 모르지만 참 잘 됐네요. 잘 살겠습니다! 에 가까웠다. 게다가 경례하고 있는 마리 손 잡아 내리는 그거! 은근히 빠르다? .......하기야 전설의 2초 테크닉의 소유자 할렐루야 합티즘을 부인격으로 두고 있는데. 너 임마 여기저기서 썰 돌던 대로 4년 동안 마리 갖고 야설 썼지? 아주 자세에 각이 잡혔더라?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
마리에게도 알렐루야는 구원자였던 셈이다. 나는 너의 일부를 죽였다고 했을 때 그건 소마 필리스가 한 일이 아니냐고 하는 알렐루야를 보고 피식. 야 그럼 할렐루야는 너 아니냐. 아무튼 서로 서로에게 죄를 지은 입장이고, 또 서로 살아서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 잘 되었다. ......다행이다 그냥 여신님이 아니었어. 이게 왜 다행이었냐면 일방적인 스토킹질이면 알렐루야가 너무 짐승이라서. 그래도 쟤네가 히로인 히어로 커플보단 훨씬 개연성 있잖아, 어떻게 보면.
어쨌거나 전장의 발키리께서 여자가 되었습니다. (...) 내 심정은 둘째 치고, 그 전 장면에서 마리가 여신이 아니라고 인증 안 되었으면 저 놈은 여신한테 손 댄 용자가 될 뻔 했다. 아니 정말로 그 장면에서 뿜었다고. 더블오에서 저런 게 나오리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다만 소마 필리스는 다른 인격이라는 거. 그 인격이 언제까지 마리랑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발키리가 인간이 되니 현시창이 저절로 벌어지는 예가 있었죠 왜. 니벨룽겐이라고. 공연한 걱정이겠지, 그럴 거야. 음. 알렐루야 놈은 바로 소마 필리스를 부정했지. 사실 거기서 좀 뿜었다. 정말로 저 놈은 마리 바보인데, 진짜 바보라서 나의 마리땅은 카와이이하고도 하악하악 단계였어;;; 자기의 마리에게 다른 모습 다른 인격이 있다는 걸 인정을 하고 싶지 않아하고 있어;
전에 모 님 말씀하시길 알렐이는 마누라 패는 남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다. 저 놈은 자기의 사랑하는 마리가 소마가 되면 마리를 되돌린답시고 소마를 죽일 수도 있겠어;;
공기화 될까 사실 좀 걱정이다. 뭐- 아직 십자가 다 안 졌으니까 저기서 애 팔자를 조져 놓겠지. 음. 그래.
......근데 마리 양 밋밋해서 조금 슬프더라는. 빠릿빠릿한 소마가 알렐이 조교하며 사는 부부였으면 좋겠는데. 발키리가 인간 된 부작용?
2. 당신의 딸이 되고 싶었습니다. 진짜 마리우스랑 결혼하는 코제트한테 웃어주는 장발장이었다. (장발장이 결혼식 전날인가 방부처리 해놓은 코제트 옷 끌어안고 청승떠는 놈이라는 건 잠시 잊어라.) 아마도 알렐루야 합티즘의 인간성을 믿어서 가능한 일이었겠지. 그 때 사람들을 구조한 그 건담의 파일럿, 이라고 알아보고 시작한 거였으니까. 소마가 싸우는 게 싫었으니까 저렇게라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해 주고 싶었던 건가보다. ......양녀 이야기 이거 때문에 넣은 거였나 아 참; 어딜 가건 현시창은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행복하게 살라 이건가.
그 청춘드라마의 한 켠에서 세르게이 씨는 그래도 빛났다. 앞으로 세료쟈라고 부르고 싶어졌어;;
3. .......그 예고편에 나온 보라색 머리 인물, 티에리아 맞냐? 뭔 놈의 남자 어깨가 저래? 뭐랄까 나의 티에리아는 싸나이 중의 싸나이라서(록온이랑 알렐루야 빼고 다 싸나이로 보임.) 난 그 여성형이 떡밥 같다; 리제네도 앞머리 방향 같던데;;
4. 세츠나가 웃었어요! 사람이 되었더라 세츠나.
5. 사지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습니다. 만세! 카탈론을 돕기 위해서, 라고 말하며 엑시아 정비를 돕는 사지. 그러니까 CB를 편들 순 없었다는 거지. 한순간에 에라이 식빵 꽃 같은 세상 하면서 루이스를 저격하는 것도 얘한텐 어울리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래 계속 네가 믿는 걸 밀고 살아야 해. 테러리스트들의 꼬임에 넘어가지 말고.
잠시 세츠나는 사지를 닮아가고 사지는 세츠나를 닮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머리카락이 옷에 떨어지면 귀찮다고 목에 둘러준 큰 수건에 머리카락이 잘게 잘게 잘려 떨어진다. 꼭 파도를 닮았다. 하얀 거품이 밀려들듯 천 위에 머리카락이 사락 모여들었다가 세츠나가 무릎을 움직여 수건을 털어내자 와락 흩어진다. 저렇게 많은 물이 뭍으로 왔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하루가 무사히 가는 것 만큼이나 신비로운데, 거기다 매일매일 색도 미묘하게 달랐다. 바다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이 섬이 앞으로 지상에서 무력개입을 할 때 보급기지로 쓰인다고 했을 때 조금 설레었던 것을 룸메이트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굳이 이 해변에서 잠시, 식사를 할 때라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보고 싱긋 웃었던 것이다. -가만히 있어야 근사한 머리가 나와. 큰 손이 자신의 정수리를 한 손으로 살짝 잡아 머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뒷목 근처에서 가위가 움직였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되니까 졸면 안 돼. -안 졸아. 아이취급하는 말투에 발끈해서 대답은 했지만 가슴께에 걸쳐진 수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잠이 왔다. 안 자려고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니 멀리서 티에리아가 칼을 쥐고 뭔가를 썰고 있었고 그 옆에서 알렐루야가 안절부절 못하면서 티에리아에게 뭐라고 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맛이 있을지 없을지가 궁금해졌고,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데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목 뒤의 매듭이 사락 풀렸다. -다 됐다. 혹시 이상하면 애프터서비스 해 줄테니까. -괜찮다. 굳이 거울은 보지 않았다. 안 봐도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갔으니까. 언제나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잘라주었다. 자신의 등 뒤에 가위를 들고 설 수 있는 자도,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질 수 있는 자도 한 사람 뿐이었다.
-------------------------------------- 머리 했는데 어머니 저 보시자마자 호빗이다! 라고 외치셨습니다. 컬이 굵어서 그런가 글쎄 제 머리가 프로도 같대요. 오해 마시길. 어깨를 약간 넘는 길입니다. 아 그래, 저번에 머리 볶았을 땐 처키라고 하셨죠......저 사람이에요, 사람. 이종족 아니고!
아무튼 오늘 머리를 자르다 생각이 났습니다. 마감이 쓰러지지 않아서 현실도피 차원에서 뭐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살다가 제 입에서 마감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소리 나온 거 처음입니다 OTL)대략 귤 서른 개 남짓 분량의 귤껍질을 썰어말리는 작업까지 자청해서 했습니다. 만일 귤피차가 맛있으면 좀 싸 가리다.
그리고 이건 덤.
유튜브에서 주운 더블오 매드무비입니다. 그러고보니 더블오와 꽤나 잘 어울리지 않나요. 이런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게 아냐.
1. 세츠나는 소년병이었다. 정말로 무서운 사실인데 어린 애들 보자 마자 바로 조직에서 키워서 쓸 거냐고 따져묻더라. 네 인생에 트라우마가 되었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무서운 반응을 보인 거지. 나부터도 보자마자 시설에서 보호하는 애들인가 생각했지, 그런 생각은 못 했어. 그리고 그 애들 있는 방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거 보니까 참; 트라우마가 쉽게 사라지는 게 아니지 그래. 아이들을 돌보는 마리나를 멀찍이서 구경하는 세츠나를 보니까 실감이 났다.
2. 좀 기분 나쁜 망상이고, Kisara 님 싫어하셨던 이야기니까 안 보이게 하얗게 해 놓겠습니다. (아니 저도 무서워요, 스토리 읽고 너무 무서워서 거북이도 난다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고요. 보리밭보다 어떤 면에선 절 더 자극하는 데가 있어서; 저 그런 데 약해요;;;)
세츠나네 엄마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하여간 되게 어린 여자로 보이는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교복 입으면 여중생 내진 여고생이겠더만요.) 세츠나는 태어날 때 부터 전란의 피해자가 아니었나 하고. 쿠르디스는 원래 전쟁이 많았던 곳인 티가 나고(그 쿠르드족이니까. 사실 나라 세운 것도 눈물나게 장해요, 멋져요!)......혹시 어머니가 전쟁 때 강간당해서 낳은 아이가 아닌가까지 망상이 돌아갔단 말입니다. 어려서 강간당해 임신하고 어떻게 애를 없애지도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낳아서 키운 그런 예;
그러고 나중에 생각났는데 1시즌 7화의 그 장면에서 아버지를 본 것 같아서 다른 분들께 여쭤 보니까 아버지 있었대요. 그리고 어머니 쓰러지고.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새아버지가 아닐까 하고요. 여자 혼자 애 키우긴 쉽나요 어디. 그래서 성실하고 착한 남자 만나 재혼하고 싶었겠지만- 세상이 강간피해자에게 친절한 거 봤습니까. 전쟁에 시달려서 까칠하고 삭막해진 남자 만나서 이리저리 시달리고 사는데 아들마저 전쟁에 희생당하고 결국 가정이 끝장난 거죠.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어디에선가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또 저 빌어먹을 소란 이브라힘이란 이름은 그 영화에서 따 온 거잖아요.
이런 망상을 한 저를 매우 쳐 주십사. 알아요, 이번엔 정말 제가 나빴어요. 그런 동네니까 당연히 조혼이겠죠 암요. 다른 뜻은 없겠죠. 제가 나빠요.
3. 라일 디란디(한숨) 유사가족이 얻어맞는 걸 보고 눈 돌아가는 걸 보니 네 형이나 너나 참.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테러에 희생당한 걸 또 자기 눈으로 보게 된 거지. 그 때의 자기들처럼. 이 형제들한텐 그게 트라우마가 될 텐데. 그 광경을 보고 바로 돌아버린 걸 보고 알았다 쌍둥이 맞고 테러에 희생당한 사람 맞구나, 하고.
4. 알렐루야 네 안에 할렐이 있대도. 전투씬 진짜 눈돌아가게 좋더라. 야수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어서 저게 알렐루야 합티즘이구나 했다. 죄의식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바로 1시즌 11화가 생각났더랬지. 오래 곱씹어보고 계속 생각을 했었구나. 그리고 자기 손으로 죄를 제대로 지어 본 사람의 감상이었고.
5. 어로우즈를 칠 명분을 설명하기 위한 한 화가 아니었나 싶다. 하긴 저렇게 대놓고 설명해 주지 않으면 일요일 저녁 5시 시간대 유지 못 할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강압적인 거대권력이라는 점이 처음부터 티가 풀풀 났는데 굳이 저렇게까지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걸 보여줘야겠나 했는데 어머나, 설명 안 해 주니까 못 알아먹는 사람이 있어서 좀 놀랐다. 당연히 합법적 권력을 쥔 초거대조직이 학살하는 건 나쁜 짓이다. 권력을 쥐지 않은 입장에서 해도 테러고 권력을 쥔 입장에서 해도 범죄다. 그렇구나, 거대국가의 권력이 당연한 나라에서 만들고 방영해서, 저걸 저렇게 설명 안 하면 못 알아먹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이런 조직이 적이다, 라고. 그런데 설명해도 뭐 테러조직인데 오토마톤 쓰면 어때서, 라고 나오는 건 어쩌지;
국가의 폭력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야. 이 나라 왜 이리 권위적인가요 OTL 아니 50년.....일제시대까지 근 100년을 저 꼴을 봤으면 저게 나쁜 걸 알아야지 왜 그게 당연하다고 믿고 수긍을 하는데?
6. 세르게이 씨 심문을 좀 아시더만. 그리고 이번에 소마 참 안 됐더라고? 솔직히 소마가 세르게이 씨 역키잡 하길 바랐는데 물 건너가서 아쉬웠다. 안드레이의 어머니가 되어서 알렐이하고 엄마 경쟁하면 재밌을 것 같았는데. (반농담)
......아니 근데 댁들 군대 왜 그리 당나라 군대요. 어로우즈 내에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내부분열 쩐다? 군대는 단순명쾌한 조직 아닌가요 상명하복의 원리로 돌아가는. 저 부분도 언젠간 적절하게 활용해 먹겠지.
7. 리본즈가 일으키는 분쟁이 이오리아의 뜻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라고 믿는거라면 대체 뭘 할지가 궁금하다. 어로우즈는 CB의 적이 맞는데 이오리아는 CB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내 편이라고 믿지는 않겠지만 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오리아의 뜻이란 게 뭔데; 1기 보고는 CB가 대표로 십자가를 지고 앞으로 단결할 세계를 위해 희생양이 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근데 지금 저 정세가 세계가 단결한 거긴 한 거냐. (이상주의자들의 이상 중 하나 아닌가 전 세계가 단합한다) 마지막으로 전부 단합하기 위해 어로우즈를 죽이고 CB를 죽이고 카탈론의 이상주의만 수용한 채 세계 정부는 전세계인의 꿈과 희망을 안고 달려갑니다 키랏☆이냐? 마지막으로 모두 손에 피를 묻히고 난 후에 피묻은 애들은 다 태워 버리고 순결한 세계로 나아가는 그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내가 적고도 되게 웃기네;
8. 이로서 사지 크로스로드는 속 편하게=순전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세츠나를 비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못미 민간인 청년. 사지는 그동안은 철저한 피해자, 민간인의 입장이었으니까 세츠나를 비난할 수 있었고 세츠나도 자기변명 따위는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사지는 그렇게 싫어하던 입장으로 떨어져버렸다. 이 청년이 어떻게 될지가 기대가 된다.
드디어 저도 더블오로 노멀커플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난생 처음으로 써 보는 15금! (.......아니 이게 15금 맞냐고 힐문하시면 할 말 없는데요.제가 씬을 못 써서(...) 애프터도 잘 못 씁니다. 성적 긴장감 하나 없는 관계라 죄송합니다.) 사실 책 준비해야 되는데 제가 뭐 하는 짓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건 생각날 때 올려야죠.
-알렐루야-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눈을 떴더니 자기 방도 아닌 곳이었다. 여긴 어디고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생각해 봐도 답이 금방 나오지 않았다. 반신에게 혹시 알고 있냐고 물어보며 몸을 일으킨 순간, 자신이 맨몸에 이불을 둘둘 감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눈을 돌려 보니 침대 옆엔 뱀허물 같이 뭉쳐진 옷가지, 잘 들어보니 배경음악은 여자 목소리인 듯한 콧노래소리에 샤워하는 소리. 놀라서 굳은 몸과 달리 머리는 아주 재빠르게 돌아갔다. ……그러니까 이것이, 그, 그러니까 톨레미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다 가끔 나오는 그 애프터, 라는 것인 모양인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애프터라고 하면― 그 순간 기억이 물꼬 터지듯 쏴아, 하고 밀려왔다. 기억이 밀려오면 자동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구르는 자세가 나오냐며 반신이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불러도 나오지 않다가 이럴 때만 협조하는 반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생일 이후로 스메라기 씨와 술친구가 되었다. 사실 친구를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친구가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시간 나고 마음 맞을 때 같이 한 잔씩 하면 술친구 맞겠지. 록온이 처음부터 레벨 안 맞는 술친구 사귀면 고생한다고 놀렸으니까 아마 친구 맞을 거다.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가끔 힘든 일 끝나고 쉴 때 한 잔 마시는 정도였는데 갈수록 술 양이 늘어갔다. 스메라기 씨는 호쾌하게 웃으면서 원래 술은 운동하고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느는 법이라고 그랬다. 맞는 말이었다. 처음엔 조금밖에 안 들어가던 것이 어느새 한 잔을 비우고 두 잔을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위스키고 브랜디고 넘기기가 힘들어서-꼭 불을 마시는 기분이 들었다.-사과술을 구해 왔더니 스메라기 씨가 오랜만에 보는 과실주라며 반색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 때까진 기억이 아주 선명했다. 그런데 어째 몇 잔 마시고 나니 기억이 없다. 그러고보니 마실 때 할렐루야가 넌 취해봐야 정신 차릴 거냐고 작작 좀 처마시라고 한 게 기억이 어렴풋이 나고, 스메라기 씨가 과실주는 원래 마시기는 좋지만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니까 조심하라고 한 이후로 기억이 하나도 없다. 아니 사실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고, 중간중간 단편적인 기억은 있다. 생각하니 얼굴에 열이 화끈하니 올랐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이 지경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술 먹고 사고쳤다 이거다. 치사하고 비겁하게도, 술기운을 빌려서 마음에 있던 누님을 덮친 거란 말이다. 어떻게 한 집에 사는 누님께 그런 짓을! 자기 머리를 때린들 답이 나올 턱이 있고 벽에 아무리 머리를 박아 본들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턱이 있나. 피차 즐긴 주제에 뭐 그렇게 부끄러운 척을 하냐고 반신이 비웃었으나 자신은 심각했다. 의식이 없을 동안 나는 도대체 뭘 한 거지? 혹시 할렐루야, 네가 했어, 하고 물어봤으나 할렐루야는 비웃을 뿐이었다. 난 사람도 아냐 할렐루야, 내가 진짜 인간말종인가봐. 스메라기 씨 얼굴은 어떻게 보지? 아니 그 전에 어떡하지? 좀 있으면 스메라기 씨 나올 텐데? 내가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 있을 수도 없잖아, 이를 어쩌지? 아까까지 비웃던 할렐루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대체 할렐루야, 난 이제 어떡하면 좋지?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만 머릿속이 조용했다. 할렐루야는 불러도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제발 협조 좀 해 달라고 빌어봐도 답이 없었다. 반신은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샤워실 문이 열리고 스메라기 씨가 수건만 한 장 둘둘 감은 채 고개를 내밀었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걸까, 할렐루야? 일단 손이 발이 되게 빌어볼까.
-스메라기-
일어나보니 알렐루야는 어린애처럼 이불을 둘둘 말고 자고 있었다. 어지간히 깊이 잠들었는지 자신이 몸을 일으켜도 잠시 몸을 뒤척일 뿐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다 자라긴 했어도 덜 여문 티가 나는 옆얼굴과 숨을 쉴 때 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어깨선이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그래서 죄책감이 들었다.
술친구라면 술친구였다. 톨레미 내에 술 마셔줄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알렐루야는 편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좋은 상대였다. 우울한 얼굴로 오늘 부로 스무 살이라며 자신을 찾아온 그 날부터. 그러니까 비슷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 동지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무 말 없이 괴로운 일이 있을 때 한 잔, 대규모 살육 후에 한 잔, 하다 보니 어느 새 자주 술잔을 들고 만나게 되었으니 그게 술친구지 달리 뭐라고 부르겠나. 정말로 다른 생각은 없었다. 어린애를 남자로 볼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음주경험이 별로 없는 알렐루야가 과실주를 들고 온 게 문제였다. 아니, 이건 현실도피다. 어쩌면 머릿속에서 계속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렐루야의 술버릇이나 술에 취하는 정도까지도 계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아니, 솔직히 이야기해서 술기운에 멍하게 앉아있던 어린 남자애를 꼬드긴 건 자신이 맞다. 까놓고 말해 술 먹고 일을 친 거다. 하면 안 될 일이었다. 아무리 남자가 없고 아무리 오래 굶었기로 어떻게 술기운에 애를 덮칠 수가 있담. 여섯 살이나 어린 애를 술 먹여 덮치다니 이러고도 이 애와 계속 한 팀으로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듯, 이 애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항상 하는 일마다 이런 식으로 꼬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한숨을 쉬었다. 무심결에 아이에게 하듯 이마를 쓰다듬고 있는 자신의 손이 가증스럽기까지 해서 얼른 손을 거두었다. 뭐 하는 짓이야. 일단 생각은 나중에. 도망을 가건 애한테 사과를 하건 우선 씻고 나서 생각하자, 하고 한참을 씻었다. 이럴 땐 나라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지, 안 그러면 알렐루야는 분명히 당황할 거다. 아니, 울며 사과할 거야. 내가 친 사고인데 사과를 받는 건 가급적 피하고 싶다. 일부러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가기 싫은 마음을 다잡고-나가면 분명히 알렐루야가 고민하면서 훌쩍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다 아팠다- 나와보니 알렐루야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머리를 싸잡은 채 벽에 이마를 쿵쿵 박고 있다 눈물 그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상보다 심했다.
-할렐루야-
“아, 저 그러니까, 스메라기 씨, 저……” 병신 삽질하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아, 안녕. 알렐루야.” 저 여자는 또 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허세나 떨고 있고?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 놈은 쫄고 있고 한 년은 억지로 웃고 있다. 하이고, 사람 미치고 팔짝 뛰겠네. 그러더니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한참 가만히 서 있네? 결국 먼저 움직인 쪽은 가슴 큰 여자였다. 옷을 챙겨 입으려는 듯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뒤섞인 옷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알렐루야의 표정이야 안 봐도 뻔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해하더니 머릿속으로 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야, 이 정도는 네 힘으로 해결해라. 남자가 그거 하나 못 하냐? “저, 죄송해요!” 내 멍청한 반쪽이 결국 울기 시작했다. 펑펑 우는 건 아니고 그냥 목소리가 떨린다. 이거 웃기는 놈이네. 야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이게 해결이냐?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던 왕가슴이 뭔가 찔리는 게 있는 표정으로 웃었다. “괜찮아, 알렐루야. 뭐가 미안하다고…….” 알렐루야 이 놈은 저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한다. 야, 솔직히 어제 일방적으로 네가 밀어붙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저 놈 진짜 사람 표정 못 읽네? "괜찮은 척 할 거 없어요." 괜찮은 척인 건 알았으면 얌마, 좀! "응?"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차라리 화를 내세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얼씨구. “제가 나쁜 놈이에요, 진짜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스메라기 씨, 미안해요……잘못했어요……” 훌쩍훌쩍이 쿨쩍쿨쩍으로 바뀌더니 정말로 큼지막한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왕가슴이 놀라서 이불을 둘둘 말고 울고 있는 알렐루야쪽으로 다가왔다. “일단 씻고, 옷 입고, 밥 먹자. 그럼 괜찮아질 거야, 그만 울어, 응?” 나 화 안 났어, 정말이야. 실은.......아니, 아니야, 알렐루야, 울지 말고, 괜찮대도.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뭐가 좋다고 결국 이 바보는 여자 어깨에 기대서 훌쩍훌쩍 울고, 왕가슴이 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웃기지도 않은 꼴을 연출하고 앉아있다. 저 멍청한 년놈들이 서로 자기가 사고쳤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잖아! 염병, 내 볼 땐 한 반은 합의하에 일 친 것 같더만.
미리 이야기해 두는데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 알렐루야 놈은 조금만 수틀리면 날 붙잡고 늘어지는 데 나 아니다.
"왜 알코올음료를 마시나." 어린 건담마이스터의 질문에 사이좋게 부어라, 마셔라, 한 잔 하고 있던 성인들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러니까 세츠나, 술이란 건 말이다, 아무리 금지해도, 못 먹게 해도, 율법으로 금해도 없어지지 않잖아." 이안의 설명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질 말을 예상한 어른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아이가 눈살을 찌푸리자 얼른 랏세가 그 뒤를 이었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없어지지 않는 게 술이라는 건 알겠지? 그래서 우리 CB에선, 술에 무력개입을 하기로 했다, 이거고." 어른들의 농담섞인 설명에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먹어서 없앤단 말이야. 농담이니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의 설명에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이거 농담이 지나쳤나, 어른들이 아이를 주목하고 있자 잠시 생각하던 아이가 강한 어조로 단언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모순이다." "심한 모순이잖아. 그러니까 농담이지." "그런 농담은 하는 게 아니다." 어른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에겐 질이 나쁜 농담이었다. "세츠나, 거기서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면 반칙이야." 록온이 웃으며 말하자 소년이 대뜸 쏘아붙이듯 대답했다. "뭐가 반칙이냐, 넌 무력에 의한 무력개입이 모순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겠나." "그러게 농담이래도." 청년의 말에도 아이는 요지부동, 자신의 의견을 고수했다. "그건 농담이 될 수 없다. 모순이 아냐. 나는 틀리지 않았어."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듯 당당히 입에 올린 말은 참으로 그다운 것이었다. "그래." 어른들은 제각각 다른 표정으로 웃었다. 실제로 모순임을 모르지 않는 자는 톨레미 안에 아무도 없었음에도.
---------------------------------------------- 진통제 털어넣고 전기장판 켜고 배 지지면서 자다가 왜 이런 거 생각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현실도피라고도 부르죠.
1. 세츠나는 강인하게 잘 자랐고 자기 이기심으로 록온을 조직에 데려왔고 스메라기까지 조직에 데리고 왔다. 앞으로 얼마나 무서운 모습을 보여줄 지 걱정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꺾일지가. 달은 차면 기운다. 세츠나는 지금 거의 만렙이고 말이지. 1기에서 셀레스티얼 빙이 어떻게 망했더라. 자기들의 기술을 응용한 신무기와 자기들로 인해 단결한 세계의 손에 박살이 났었지 아마. 설마 그 길을 또 되풀이하지는 않겠지. 그래 설마.
그리고 또 험한 꼴을 본 세츠나는 정신적으로 성장하여 마리나와 함께 평온해 보이는 세상에서 세계의 왜곡을 곱씹으며 살아갔습니다로 끝나면 그냥 엔딩이 될 수 있고 저 아가씨도 히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동안 사망, 배신, 분열 이런 것들이 여럿 터지고 시청자들도 죽건 말건.
2. 록온 스트라토스. 형과 접점이 끊어진지 오래인 모양. 죽음을 감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았던가 싶다. 하지만 그 뿐, 오래 전에 죽은 형에 대한 충격은 별로 보이지 않는데 원래 그런 게 나중에 실감나면 더 무섭지. 아니면 어느 분이 지적하신 대로 저 놈도 코스프레 스킬을 타고 났거나. 응 당연히 타고 났겠지. 쌍둥이는 닮더라. 특히 헤어진 쌍둥이는 더. 일방적으로 한 쪽이 그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어쩌고 하면서 애틋한 감정 품는 형제일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너도 연기 쩔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공항에 나와서 나는 라일이 아니고 록온 스트라토스라고 못 박는 데 입이 안 다물어지고 헛웃음이 나오는 게........말을 말자. 저 놈은 그 전화통화를 통해 모종의 결의를 다지고 어떤 역할을 갖고 저기 들어간 거 틀림없다. 아무리 세츠나라도 생초보한테 기계 운전 같은 건 안 맡길 거다. 그냥 맡기는 쪽이 훨씬 무서우니까 제발 저 쪽이었으면 했는데.......오 마이 갓 라일 디란디 놈이 초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 어쨌건 세츠나도 저 자가 카탈론에서 뭐 하던 놈인지 약간은 알고 있을 것 같고. 아무튼 제 할 일이 뭔지 알고 있는 놈이다. 그 전화통화를 보니 그 민간인인 척이 죄다 코스프레인 성 싶더라.......아무튼 그럼 그 놈이 할 일이 뭘까. 이미 들키기 직전인데. 후보로 1. 첩자. 2. 이중첩자. 3. 두 조직을 연결시켜주는 접점 4. 배신자 5. 세츠나와 보리밭 찍기 등을 찍고 있다. 좋은 게 하나도 없다. 3번이 왜 안 좋냐면,그 와중에 카탈론과 CB는 어떻게 되면 재밌을까 생각해보다가 30년대 카프소설에서 흔히 보던 노동조직의 단결과 연계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리얼리즘이 사회의 모순에 대해 있는 인물이 모순을 극복하고 새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모순을 해결하는 그거 아니었나 쩜쩜쩜. 아니 헛소리고. 이 분야는 원래 희망찬 미래지향이 전공이거든. 그래서 리얼리즘 소설이 한국에서 죽어가던가 어쩌던가......는 집어치우고, 여기서 희망찬 미래지향으로 나가면 건담윙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는 현실이 시궁창이라서 연대하던 조직이 아주 박살나는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 역할은 록온 스트라토스가 하는 거고.
3화를 보고 생각했다. 초보? 웃기고 앉아있네. 티에리아한테 아양떤 거 자체가 이미 연기더만. 저 인간 하는 짓이 다 배신 네타인 듯 싶다. 스메라기는 이미 그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좀 있으면 카탈론의 개입도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안 들키게 잘 처신해라 간자.) 살랑살랑 팔랑팔랑 가벼운 놈인 척 연기하며 스파이질을 하는 쌍뇬(......내가 저 단어를 손으로 칠 날이 오다니), 즉 리린 님 언급하셨듯 저 놈은 꽃뱀이다. 연기가 들통나기 전에 싹 말아먹고 입 닦고 튀려나보다. 이미 스메라기는 의심하기 시작했고 나머지도 저 치가 초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거다. 오래 해 먹을 건 아니려나. 아니면 형과 닮은 얼굴, 가벼워보이는 성격을 이용해서 슬렁슬렁 넘어가려나.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저게 저 집 쌍둥이 본질인가?
어쨌건 다들 두 사람의 차이를 어렴풋이 자각한 듯. 알렐루야도 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 바로 고개를 떨궜겠지. 세츠나도 아마 알고 데려왔겠지. 알고도 그냥. 저 알고도 그냥이 가장 무서운 펀치가 될 것 같지만. 펠트한테 한 짓은......뭔 위악이냐고 생각했는데, 자세한 건 봐야 알겠다. 예고편만 믿으면 안 되지. 그런데 여러분, 저 놈 간자예요 간자. 펠트한텐 차라리 잘 됐죠. 이번 기회에 정 끊으라고 그래요. 열 여덟 한창 좋을 나이에 저 꿀꿀한 집안 남자들한테 휘둘리다니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닐과 라일을 내가 구분하는 방법은, 손모가지 꺾어주고 싶은 가학심 올라오면 닐 디란디. 머리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으면 라일 디란디. 그러니까 나를 어디까지 몰고가느냐의 차이다. 가학성 차이는 애정의 차이라는 말과도 같다, 가끔은.
다만 네라이우츠제를 외치는 라일 디란디는, 그러니까......굉장히 약이 오르긴 했다. 그 장면에서. 머리를 주먹으로 갈겨주고 싶었다. 저 형제는 어떤 식으로건 나를 폭력적으로 몰고가는구나 OTL 이러다 4화 5화 화수 늘어가면 내가 라일이를 작신작신 패 주게 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
시간이 흐른 후 추가 : 이글루 밸리 한 바퀴 돌고 왔다. (공부는?) 힐로 라일 옆구리를 찍어주고 싶어진다, 이유가 뭐지? 끝나고 났을 때만 해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뭐 딱히 미운 건 아닌데 어째 보고 있으면, 앞으로 뭔 짓을 할지가 기대가 된다.
3. 알렐루야 합티즘 피에타 찍을 거니, 정말로? 너에게 마리가 뭔지는 언제 이야기해 줄 거냐.
피에타 취소. 넌 인어공주다. 언젠가 내 왕자님(=마리)를 데려가고 말리라 결심한 인어공주. 그런데 이미 이웃나라 왕자님(인지 양오빤지 세상에서 말하는 대로 양아들인지......)이 붙어 있는데다 공주님이 널 싫어하셔 깔깔. ......그리고 왕자님 기억이 돌아오면 둘이 같이 물거품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OTL 설마 공기개그도 네타냐, 그럴 리가.
쟤는 구속구 차고도 도망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인권개념이 많이 싹튼 모양. 셀레스티얼 빙에 건담 마이스터인데도 저렇게 멀쩡하다니. (물론 속이야 어떻게 썩었을지 모르지만) 라일을 보고도 굉장히 평온한 것이 애가 똑똑하긴 한 모양이다. 죽은자는 살아오지 않는다는 진리를 떠올리니 흔들리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츠나님이 한 방 쏘시니까 바로 일어나고 뛰더니 건담까지 몬다. 이건 뭐냐, 초병은 다 이러냐 ........역시 구속구 차고도 도망갈 수 있었을 거야. 모둠발로 뛰어도 남보다 빠를 걸? 진짜 마리 얼굴 보고 싶어서 남아서 그러고 살았던 거 아닌가 싶다. ......이 작품 속 순정남들 결말 별로 안 좋던데.
4. 티에리아 아데. 너도 보리밭이냐? 얼마 안 되는 동족들과 보리밭 찍을 거야? 그래서 세츠나 보고 웃는 장면 넣은 거냐; 인간이 되어가는 천사를 다른 천사들이 보면 타천사로 보이겠지. ........그거 아니라도 다른 거 불안한 거 보이던데. 나는 애써 타천사 인증이라고 우기고 있다.
난 쟤 입에서 그 흔하디 흔한 오카에리 타다이마 네타가 나올 줄 몰랐어요 아 웃겨. 그리고 티에리아 어른 다 됐다, 대인배다!!!!!
5. 엔딩. 그거 보다 이성 잃은 고로 할 말 없음. 그 꽃들 정체나 밝혀라. 사람을 잡으려고 작정하고 만든 물건임.
6. 지못미 빌리 카타기리. 세츠나가 아무리 건담님이라도 네가 뭐 하는 놈인지 기억은 못 했겠지. 그리고 네가 뭐 하는 놈인지 알 게 뭐냐. 그 상황에서 그거 밝힌다고 뭐 달라질 건 없었을 테고. 사실은 처음에 그거 보면서, 님이랑 같이 살던 여자 테러리스트 이딴 소리 막 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으나......뭐 딱히 그게 '세츠나 기준에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진 않을 듯.
7. 마리나 이스마일 드디어 히로인 취급 받다. 세츠나 님이 데리러 오시지 않나 세츠나 님이 건담에 태워가시지 않나 잡혀갔다는 클라우스 말에 시린이 놀라지 않나 네타에 의하면 그 쪽으로 신병인도한다지 않나(포로 교환을 하면서 싹트는 조직간의 교류 기대하고 있다. 확실하게 망하라고.) 그리고 오늘은 순정만화 히로인이 잘 한다는 '너 대신 울어준다' 까지 시전하셨다. (너네가 바람의 빛의 세이랑 오키타 커플이냐.) 나 28화까지 보면서 마리나가 이렇게 비중 있게 나온 거 처음 봤다.
닐 디란디 죽으니까 히로인이 될 수 있구나. 그러니까 2대 히로인, 깔깔. 히로인 1은 소년의 여신님. 히로인 2는 소년의 어머니.